서문어머니의 유고집을 펴내며
"우리 엄마 정말 곱다. 엄마, 고생했어. 장하다. 정말 애썼어요." - P4

돌아가시기 한 달 전 매일신문 시니어문학상 논픽션 부문에 당선된 실버 취준생 분투기가 뒤늦게 SNS와 여러 커뮤니티에서 화제가 된 모양이었습니다.
머니는 크고 작은 문학상을 타며 창작의 결실을 얻고, 시나리오 작업으로 더 큰 꿈을 꾸고 계시던 때에 돌아가셨습니다. 살어
아 계셨다면 실버 취준생 분투기〉를 향한 독자들의 관심에가슴 벅차셨을 겁니다. 하지만 유가족으로서 갑작스럽게 몰아치는 대중의 주목이 두려웠습니다. 어머니의 삶을 담은 이야기가 자칫 조각조각 자극적으로 편집되고 왜곡될까 봐, 누군가의 필요에 따라 이용될까 봐 조심스러운 마음이 컸지요.
책 출간을 염원하셨지만, 당신 손으로 마무리하지 못한 글이기에 ‘어머니가 이 글을 출판하기를 원하셨을까? 고민하고,
또 고민했습니다. - P6

어머니 글의 힘은 솔직함과 사랑에서 오는 듯합니다. 어머니는 결핍을 숨기거나 부끄러워하지 않았고, 가난했으나사랑을 품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았습니다. 자기 마음에 누구보다 솔직했기에 눈치를 보거나 세상의 굴레에 갇히지 않았지요. 당신의 경험과 생각, 때로는 소박하지만 당신에게는 절실한 것조차 타인에게 나누어주는 일에 거침이 없었습니다.
사회적으로나 경제적으로나 가장 소외된 자였으나, 단순함과따스함으로 세상의 견고한 아성을 비틀고 그 위에서 자유로이 뛰놀았지요. - P7

"어데 갔다 이래 오래 있었누? 니 팔랑대며 드나들지를않으니 밥맛이 다 없어지드라. 할아버이 밥 잡수라고 부르러가다가 보니 니 신발이 있길래 왔제."
며칠이나 살고 가려나 하시더니 할머니는 벌써 마음에내가 앉을 의자 하나 놓으셨나 보다. - P16

그때 나는 깨달았다, 고통은 사람을 나락으로 떨어트리기도 하지만때로는 사람과 사람 사이를 끈끈하게 묶어주는 역할도 한다는것을, 함께 가려면 우선 내가 건강해야 한다는 사실을 받아들였다. 우리의 고통을 최소화하기 위해 나를 소중하게 여기기시작했다. 이렇듯 사람은 고통을 통해 자신의 뿌리를 깊이 내리고 성장하게 된다. - P25

"전화로 하지, 이 더운데 뭐 하러 거기까지 갔냐?"
가까운 가족조차 내가 청각장애로 애를 먹는다는 걸 잊을 때가 많다. 대신 전화해달라고 부탁을 하면 이상한 눈으로쳐다본다. 그럴 때마다 전화 통화가 불가능해서라고 설명해도, 또 도돌이표다. - P35

이 삶의 답답한 경계를 허물 수 없어 오늘도 글을 쓴다.
글은 나의 탈출구다. 나의 슬픔, 나의 한탄, 나의 목마름, 나의안타까움. 하지 못한 많은 말을 글로 토해내며 글로나마 나를위로한다. - P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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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곳의 포플러나무를 좋아합니다.
때로는 보랏빛으로 칭얼거리고때로는 선홍빛으로 얼굴을 붉히는 - P71

돌멩이가 넘어뜨린 것이 자신의 사랑이고 인생이라고 생각하면 어려울 것이 없었다 - P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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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이후, 나는 구멍 뚫린 생이 되어세상의 찬바람에 번쩍, 깨어버린아이가 되고 말았어요. - P239

남 탓은 중독이다. - P71

진정한 멋 멋사람은 자신만의어떤 사치의 감각이 있어야 한다.
자신이 정말로 좋아하는 것을 위해나머지를 기꺼이 포기하는 것제대로 된 사치는 최고의 절약이고최고의 자기 절제니까 - P46

광야의 밤광야의 밤은어둠이 크다.
오늘 밤은야생화 요를 깔고별 이불을 덮고ECT바람의 노래로잠이 든다.
그대만 곁에 있으면좋은 밤이련만 - P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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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오랫동안 방치해 두었던 나의 소설 E를 열어보는걸로 다시 시작하라고 했다. 그러면 나아갈 수 있을 거라고.
그날 돌아와 E를 열었다. 2020년 11월이었다. 다시 쓰기시작했다. 펼쳤다 덮었다, 아팠다 아프지 않았다 하는 시간이 반복되었다. 2021년 11월, 최종 원고 상태인 E를 출판사의 담당 편집자에게 보낼 수 있었다.
E는 2022년 3월 출간되었다. 그리고 나는 이제 아프지않다. - P207

4. 무대가 끝난 뒤보통 나는 좀 운다. 글 쓰는 사람들이 다들 그런지는 잘르겠지만 아무튼 나는 글을 다 쓰고 나서 읽고, 운다. 내가쓴 모든 글을 읽고 우는 것은 아니고, 어떤 글은 읽고 나면가슴이 뻐렁치는 때도 있다.( 뻐렁치다‘ 라는 표현을 글에 써도되는지는 모르겠다.) - P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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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빠는 눈여겨보지 않았으나 헛간 가로대는 끝 쪽이 삭아서 조금 흔들면 연결 부분이 쉽게 빠져나왔다. 그는쇠사슬을 빼내고 오른손을 푼 뒤에도 헛간 바깥으로 나가지않고 안을 여기저기 돌아다녔다. 헛간 안에는 짚더미, 밧줄,
나무 막대, 여러 가지 농기구 등 그가 잘 알지 못하는 잡동사니들이 아무렇게나 흩어져 있었다. 그런 물건들 사이를 돌아다니다가 그는 창밖에서 흘러들어오는 여자와 그 오빠 사이의 대화를 엿들었다.
99
"사람을 짐승처럼 헛간에 계속 가둬둘 수는 없잖아요."
여자가 말했다. 여자의 오빠가 무거운 목소리로 대답했다.
"괴물한테서 도망친 놈이다. 이 집 안에 들여선 안 돼. 여기 오래 둘 수도 없고." - P213

그리고 그는 알아야 했다. 괴물이 대체 무엇인지, 어째서제물이 있어야 하는지,
자신이 누구이며 어째서 제물로 선택되었는지,
그가 이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헛간의 문이 열렸다.
회색 눈의 여지가 소리 없이 들어왔다. - P214

그는 사슬을 쓰다듬으며 발없이 이자를 치다보있다.
"그러니까…. 복수하러 있다면 마음대로 해도 좋아요."
그리고 여자는 입을 다물었다.
그는 침묵했다. 잠시 기다리다가 여자가 불었다.
"거기 아직 있어요?"
그는 쇠사슬을 땅에 내던졌다. 그리고 여자의 하얀 얼굴을양손으로 감싸 안고 여자에게 입 맞추었다. - P218

‘그것‘은 발톱으로 그의 웃옷을 찢어 벗긴 뒤에 목을 누르고 부리를 갖다 댔다. 그는 잠시 어떻게 될지 긴장하며 눈을질끈 감았다. - P222

쇠사슬이 진부리 옆에는 새파란 눈이 그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그 푸른색은 처음 마주 대하는 자에게 충격을 줄 정도로 깊고 맑고, 그리고 잔혹했다. - P223

‘요령‘이 없다는 건 그녀도 알고 있었다. 그런 요령‘
을 남들은 대체 어디서 배워오는 것인지, 그녀는 알지도 못하고 관심도 없었다. 돈을 최대한 빨리 많이 벌어서 더 넓은 집과 더 비싼 차를 사고 자식을 수업료 비싼 영어 유치원과 경쟁률 높은 사립 학교에 집어넣고 계절마다 온 가족이 해외여행을 가는 것은 남 보기에 번듯한 삶일 수는 있어도 그녀가원하는 인생은 아니었다. 그녀는 조용하고 평화로운 삶을 원했고 이웃과 사이좋게 어울려 살아갈 수 있는 소박하지만 따뜻한 동네 공동체를 찾고 있었다. - P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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