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빠는 눈여겨보지 않았으나 헛간 가로대는 끝 쪽이 삭아서 조금 흔들면 연결 부분이 쉽게 빠져나왔다. 그는쇠사슬을 빼내고 오른손을 푼 뒤에도 헛간 바깥으로 나가지않고 안을 여기저기 돌아다녔다. 헛간 안에는 짚더미, 밧줄,
나무 막대, 여러 가지 농기구 등 그가 잘 알지 못하는 잡동사니들이 아무렇게나 흩어져 있었다. 그런 물건들 사이를 돌아다니다가 그는 창밖에서 흘러들어오는 여자와 그 오빠 사이의 대화를 엿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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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을 짐승처럼 헛간에 계속 가둬둘 수는 없잖아요."
여자가 말했다. 여자의 오빠가 무거운 목소리로 대답했다.
"괴물한테서 도망친 놈이다. 이 집 안에 들여선 안 돼. 여기 오래 둘 수도 없고." - P213

그리고 그는 알아야 했다. 괴물이 대체 무엇인지, 어째서제물이 있어야 하는지,
자신이 누구이며 어째서 제물로 선택되었는지,
그가 이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헛간의 문이 열렸다.
회색 눈의 여지가 소리 없이 들어왔다. - P214

그는 사슬을 쓰다듬으며 발없이 이자를 치다보있다.
"그러니까…. 복수하러 있다면 마음대로 해도 좋아요."
그리고 여자는 입을 다물었다.
그는 침묵했다. 잠시 기다리다가 여자가 불었다.
"거기 아직 있어요?"
그는 쇠사슬을 땅에 내던졌다. 그리고 여자의 하얀 얼굴을양손으로 감싸 안고 여자에게 입 맞추었다. - P218

‘그것‘은 발톱으로 그의 웃옷을 찢어 벗긴 뒤에 목을 누르고 부리를 갖다 댔다. 그는 잠시 어떻게 될지 긴장하며 눈을질끈 감았다. - P222

쇠사슬이 진부리 옆에는 새파란 눈이 그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그 푸른색은 처음 마주 대하는 자에게 충격을 줄 정도로 깊고 맑고, 그리고 잔혹했다. - P223

‘요령‘이 없다는 건 그녀도 알고 있었다. 그런 요령‘
을 남들은 대체 어디서 배워오는 것인지, 그녀는 알지도 못하고 관심도 없었다. 돈을 최대한 빨리 많이 벌어서 더 넓은 집과 더 비싼 차를 사고 자식을 수업료 비싼 영어 유치원과 경쟁률 높은 사립 학교에 집어넣고 계절마다 온 가족이 해외여행을 가는 것은 남 보기에 번듯한 삶일 수는 있어도 그녀가원하는 인생은 아니었다. 그녀는 조용하고 평화로운 삶을 원했고 이웃과 사이좋게 어울려 살아갈 수 있는 소박하지만 따뜻한 동네 공동체를 찾고 있었다. - P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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