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마마두의 시간에 맞춰 느지막이 점심을 먹을 수있는 날은 월요일과 수요일 이틀이었다. 우리의 회화 수준으로는 학교생활을 둘러싼 간단한 잡담이 고작이었지만 이제 나는 강의실을 벗어나도 만날 사람이 있었다. - P95

"왜?" 내가 물었다. "너는 바다에 가는 것을 원하지 않아?" "아니, 나는 원하지 않아. 왜냐하면 그 바다가 대서양이기 때문이야." "무슨 뜻이야?" 마마두는 턱을 조금내밀고 속눈썹을 내리깔았다. "나는 태어난 순간부터 언제나 모든 시간에 바다를 보아왔어. 내가 왜 심지어 비행기를 타고 먼 나라까지 온 뒤에 우리 동네에도 있는 똑같은 대서양에 가기를 원하겠어?" - P97

그날 나는 지하철을 놓치는 바람에 지각을 하고 말았다. 강의실로 뛰어들어가니 이미 낭독이 시작돼 있었다.
자리에 앉자마자 마마두에게서 두 장으로 된 작문을 받아들었지만 제대로 훑어볼 시간도 없이 발표 순서가 되었다. 앞부분이 내가 쓴 글이었으므로 내가 먼저 낭독을시작했다. - P131

극장 안은 생각만큼 어둡지 않았다. 현주는 자리에 앉았고 로언이 객석 뒤쪽의 바에 가서 맥주를 사왔다. 로언에게서 맥주가 든 종이컵을 건네받은 현주는 곧바로 그것을 입으로 가져갔다. 조금 전 식당에서 닭튀김 접시를급히 비웠던 탓에 목이 말랐다. 맥주는 싱겁고 미지근했다. 여기 사람들은 맥주를 그다지 차게 안 마셔. 두번째모금을 넘기며 현주는 생각했다. - P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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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보여주셨던 편지 상자 있잖아요. 할머니가 읽고 싶은데 못읽으신다던 거."
"응. 그게 왜?"
"읽어드릴게요. 저도 보고 싶어요. 증조할머니가 받으셨다는 편지도 궁금하고."
"그렇게 애쓸 필요 없어."
"사실 믿을 수가 없었어요. 그렇게 오래된 편지를 본 적이 없거든 - P117

삼천아, 잘 먹고 잘 자고 있지. 너를 생각하면 내가 너에게 소리지르구나쁘게 말하던 게 자꾸만 떠오른다. 그때 희자가 갓난쟁이고 내가 제정신이 아니었어. 너에게는 체로 거르듯이 거르고 걸러서 가장 고운 말들만 하고 싶었는데, 내가 그러지를 못했다. 인제 와서 무슨 변명을 할수 있갔니. 미안해, 삼천아. - P119

얼마 뒤, 햇빛이 쏟아져내리던 어느 날이었다. 그날 할머니는 싸리비로 마당을 쓸고 있었다.
- 박영옥씨. - P221

- 할마이, 어데 가?
잠에서 깬 엄마가 아랫목에 누운 채 증조모를 보고 물었다.
- 할마이 잠깐 동무 보러 다녀오갔어.
-자고 오나?
-기래, 자고 온다.
-한 밤 자고 오나?
-열밤 자고 온다. - P2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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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부지 함자가 워찌 되시는디?"
"황 길짜, 수짜 되싱마요."
"황길수......" - P22

"의사 선상 같으면, 긍게 의사 선상 아부지라면, 의사선상은 워쩔라요?" - P19

"아이, 죽으면 썩어문드러질 몸땡이, 비싼 꽃으로 저바ㄹ먼 뭐 할 것이냐." - P17

그날 어머니는, 허리가 아파 평소 된장찌개와 김치밖에내놓지 않던 어머니는, 찬장에 고이 모셔둔 새 겁시까지총동원하여 당신으로서는 최대한의 극진한 식사와 잠자리를 대접했다. 민중에게. - P13

"언제 오냐?"
언제 오냐는 아버지 말은 네가 올 일이 있다는 의미였다.
"내일 갈게요."
"몇시에 출발헐라냐?"
"두시쯤 도착하게 갈게요."
"두시에 농협서 지둘릴란다." - P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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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지에서 어린이들에게 줄 선물로 흑설탕을 사 왔을때, 소은이는 한사코 사양했다. 평소 단 것을 좋아하는 소은기가 설탕을 마다하니 의아하고 아쉬웠다.
이거 되게 달아. 그냥 먹어도 맛있어. 사탕 같아."
그러자 매우 의심이 가득한 표정으로 소은이는 이렇게 물썼다. - P223

팔기 상자를 머리 위로 번쩍 들어 전해 주었던 세준이는지금 나보다 키가 큰 청소년이 되었다. 이제 세준이 눈에는뻔한데 내 시야에는 들어오지 않는 것들이 있을지 모른다.
세이는 알고 나는 모르는 것도 점점 많아질 것이다. 그 차이가 아주 커졌을 때도 세준이 세대와 나의 세대가 어깨를나란히 하고 살아갈 수 있을까? 그 답은 오늘의 어른이 어떤 세상을 가꾸어 가느냐에 달려 있다. - P203

"그런데 누구세요?"
누군지도 모르면서 인사를 해 주는 게 어린이인 것이다.
이런 호의가 또 있을까. - P147

그러나 선생님 말씀을 의심하지는 않았다. 어쨌든 선생님이 그렇게 말씀하셨으니 계시긴 계시겠지. 나는 밥을 먹을 때 내가 삼키는 음식물이 선생님이 계신 ‘마음속‘으로 들어가면 어떡하나 걱정했다. 운동장 한구석 평균대 위에서놀다가 균형을 잃고 한쪽으로 넘어질 때 ‘앗, 선생님 어떡하지? 하고 놀랐다. 뛰어다니다가도 문득 마음속의 선생님이생각나서 조심조심 걸었다. 혹시라도 선생님이 떨어지거나다치실까 봐. 그러다 어느 날 더 큰 의문이 들었다. - P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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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강해져야 한다, 고 의식적으로 생각했다.
이런 감정, 살면서 아마 백만 번은 더 겪을 테니까. - P79

이곳에 오는 게 아니었다. 지루하다. 졸린 것도 같다. 그냥집에서 밀린 드라마나 볼걸. - P13

그 뒤로도 오픈 채팅방에 들어가 이런저런 주제로 대화도하고 구경도 했지만 오프라인 모임을 나가진 않았다. 채팅방에선 재밌고 센스 넘치는 사람인데 막상 보면 평범하고 지루했다. 온라인은 온라인에서 끝내는 게 맞는 것 같다. - P15

#예쁜것좋아함 - P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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