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날아빠의 글 마지막 문장은 다음과 같다.
‘저는 성실하게 일군 제 자산을 정당하게 평가받기 위해 정보를 찾는 과정에서 ‘반도부동산‘을알게 되었을 뿐 ‘반도부동산‘과는 아무런 이해관계가 없음을 밝힙니다.‘
"진짤까?"
"그럴 리가."
유정과 세훈은 남 일인 듯 어깨를 움츠려 킥킥웃고는 캥, 맥주캔을 부딪쳤다.

"서영동 학군 강남 못지않다?"
"맞아요. 요즘 서영중 예전 같지 않대요. 혁신학교 제외된 다음부터 분위기 좋아졌다더라고요.
애들 담배도 많이 안 피우고 연애도 전처럼 대놓고하지 않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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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가 돌아가신 뒤에 작은아버지에게 들은 이야기다. 아버지가 소중히 여기던 영어 성경책이 있었는데공습 때 불이 붙어 일부가 불타버리고 말았단다. 아버지는 타버린 책장에 얇은 종이를 한 장 한 장씩 이어 붙이고소실된 글자들을 손으로 다시 써넣었다. 그 책을 어떤 미군이 우연히 보고는 아버지가 영어를 배울 수 있게 미국인 집에 일자리를 구해주었다고 한다.

"아빠, 저거 세 권 다 읽는 거야?"
아버지는 웃으면서 맞다고, 이거 읽다가 저거 읽다가한다고 했다. 이해가 안 됐다. 책을 두 권 이상 동시에 읽을 수가 있나? 책은 처음부터 끝까지 읽고 다음 권으로 넘어가는 거 아닌가? (정말 이상한 일은, 지금 내 침대 옆에 책이 네 권 있다는 사실이다. 최승자 에세이는 재미있는 책을 읽고 싶을 때 읽는다. 보르헤스 에세이는 조금 생각하고 싶을 때 읽는다. 오비디우스의 변신 이야기는 수시로 들춰본다. 밤에 방 불을 끈 다음에는 전자책 단말기로 탐정소설을 읽는다. 어릴 때는 도저히이해가 안 되는 일이었는데 언젠가부터 그렇게 읽는게 당연하게 됐다.)

몇 년 뒤에 아버지에게 두 번째 뇌경색이 일어났다.
이번에는 문자 해독력을 완전히 잃고 말았다.
"그렇게 평생 책만 보던 양반이, 책을 못 보게 됐다는게 너무 불쌍해서…."
엄마의 말꼬리가 울음에 뭉개졌다. 나는 감정이 다가오는 게 두려워 일부러 냉정하게 대꾸했다.
"그깟 책 좀 안 보면 어때. 평생 책 한 권 안 읽는 사람도 많은데."

사전은 엄밀하고 객관적이어야 하지만, 한편 구체성이 없으면 아무 쓸모가 없다. 사전은 마치 경전처럼 권위적으로 지시하지만, 사전이 담으려 하는 언어는 한시도 고정되지 않고 계속 변하면서 사전의 권위를 무너뜨린다.

사전 편찬자들은 다시 아래로 굴러떨어질 것을 알면서, 산이 계속자라고 있다는 것을 알면서 산을 오르는 사람들이다.
완벽에 도달할 수 없다는 것은 사전뿐 아니라 인간이 하는 모든 노역의 공통 운명인지도 모르겠다. 완벽한 조형물은 쇠락하고 완벽한 이론은 반박된다. 시간의 흐름을 버틸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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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작지만단호한 목소리가 저만치서 들렸다.
"저는 괜찮지 않고요, 관람 예절 좀 지켜주시면 좋겠습니다."
그렇게 상황은 바로 정리되었다. - P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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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기지도 않았다. 정현은 심혈을 기울여 그런 덜떨어진 시비 글에 반박 댓글을 달았다. 올리기 전에는 몇 번이고 살펴본 후 올려도, 행여 상대가 싸움을 걸어올까 봐 조마조마해하며 가슴이 쿵쾅거렸다. 그럴수록 동시에 자신의 용기가 가상하고 뿌듯했다. - P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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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드들은 휴게실에 모여 종종 손님들이 남기고 간어마어마한 분비물의 더러움을 성토했지만 정현은 호텔방에 몸의 자연스러운 분비물을 남기는 것이야말로 호텔투숙객의 권리가 아니면 무엇이겠느냐는 개인적인 견해를가지고 있었다. 사랑을 나누는 일이 대단한 것도 서로의 더러움을 기꺼이 나눌 수 있는 뜨거운 마음 때문일 것이다. - P83

말이 사람에서 사람으로 건너가는 사이, 인간은 얼마나 창의적이 되는지. 굳이 나서서 정정할 필요를 못 느꼈다. - P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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