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자신으로 살아가기
임경선 지음 / 마음산책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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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롭지만 안전하게. 교조적이지 않지만 뼈를 때리는 읽히는 동시에 스며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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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아이는 서러운 울음을 터뜨린다.
애들이 한 판 하고선, 나랑은 아무도 팀 안 하려고 하고, 경헌이랑 팀 한다고, 걔는 잘하니까. - P203

좀 못하면 어때, 못할 수도 있지. 게임이 그거 하나만 있는 것도 아니잖아? 너 잘하는 거 많잖아. 네가 잘하는 거 하고 놀자고해봐. 애들 초대해서 다 같이 거실에서 놀래? 엄마가 맛있는 것도해줄게. - P203

-오랜만이네. 잘 지냈어?
앙헬은 침대에서 몸을 일으켰다. 쿠션에 기대어 앉아 여자의발음에 귀기울이며 베드 테이블로 손을 뻗었다. 앙헬은 테이블위에 올려놓은 옥수수맛 크래커를 반으로 부수고 또 반으로 부수었다. - P79

한 남자가 있었다. 그는 물을 포도주로 바꾸고 눈먼 자와 다리저는 자를 고치고 물위를 걷는 기적을 행했다. 죽은 아이와 병든하인을 살리고 손이 오그라든 자의 손을 펴고 십이 년간 피 흘리던 여자의 피를 멈추게 했다. 남자는 길에서 먹고 때론 오래 금식하며 새벽에 일어나기도했다. - P77

이혼의 여파인지 당분간 일은 쉴 생각이라며 연수는 글쓰기를해보려 한다고 수줍게 말했다.
"에세이나 시 같은 거, 문화센터에서 하는 수업 있잖아. 거기다니고 있어. 좀 웃기지?" - P51

이후 이 년은 만옥에게도 쉽지 않은 시간이었다. - P177

몸이 불편한 승석을 챙기느라 만옥은 순미가 하는 말도 찬호가하는 말도 제대로 듣지 못했다. 두 사람이 어떤 표정을 짓고 있었는지, 열 명 남짓한 하객들이 어떤 사람들이었는지도 살피지 못했다. - P173

정오가 가까워지면 세상은 자명하게 반으로 나뉜다. 혼자 먹는사람과 같이 먹는 사람. - P9

우리는 별 의미 없지만 묘하게 평등한 분위기로 잡담을 나누었다. 묘하다고 한 이유는 연구소의 계급 체계가 매우 철저했기 때문이다. 나는 계약직 행정사무보조였고, 으레 내 몫으로 남곤 하는 복사기와 물티슈와 커피 필터를 앞에 두고 종종 불가촉천민이된다는 건 이런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에 잠겼다. - P10

"스물한 살짜리를 유혹하는 건 정말 쉬운 일이에요."
문득 그가 중얼거렸다. - P13

"스물한 살요?"
흥미로우니 계속 말해보라는 얼굴로 그가 서 있는 쪽을 향해담배 연기를 내뿜었다. 되물었을 뿐인데 그가 눈에 띄게 당황하며 내 시선을 피했다. 얼마간 어색한 침묵이 흘렀다. 어색해하는쪽이 나는 아니었다. - P13

빌어먹을 험버트 험버트도 서른일곱살이었지. - P15

어떤 경우라도 열일곱에서 스물세 살, 스물네 살까지가 우리삶에서 가장 추한 시절이라는 걸 머릿속에 담아두어라…………추한 시절. - P16

그가 강의실에 들어서던 장면을 여전히 생생하게 떠올릴 수 있다. 개강 첫날, 그는 십오 분이나 늦게 나타났다. 기세 좋게 문을확 열어젖히긴 했지만 그건 자신감 있는 행동이라기보다는 문이너무 가벼워서였고, 그는 입구에 덩그러니 선 채로 강의실 안에사람들이 너무 많아 당황한 듯 잠시 멈춰 있다가, 밖으로 도로 나가 강의실 호수를 확인하고는 천천히 안으로 들어왔다. - P17

커다란 담요 같은 외투를 몸에 두르고 다녔다. 남학생이고 여학생이고 할 것 없이 우리는 모두 그에게 매혹되었다. 지적이고부드러운 미소를 가진 키 큰 남자를 싫어할 사람은 이 세상에 아무도 없을 것이다. 지금도 나는 여전히 조금은 그렇게 생각한다. - P18

강릉에서 태어난 순수 한국인인 장 피에르를 장 피에르라고 부르자고 제안한 사람은 연수였다. - P21

나이도 열 살이나 차이 나잖아. (고다르에게는 각각 ‘안나‘와 ‘안느‘라는 이름을 가진 두 명의 배우자가 있었고, 고다르와 결혼했을 때 그들은 모두 스무 살이었다. 스무 살에대한 꾸준한 취향. 그러니까 누군가에게 사랑이란 어떤 시기로의지속적인 퇴행을 뜻하는지도 모른다.) 이어서 연수가 고다르화를 욕했다. - P22

그러니깐 우린 저 사람처럼 곱게 미칠 수 없다고, - P24

어느 여름 한적한 바닷가에서, 그녀는 애인이 하나 있었다고말했다. 나이가 많고 유명한 남자라고 했다. - P27

나는 아무 힘이 없어. 나는 아무것도 아니야. 그 사람이 나는아무것도 아니기 때문에 아름다운 거라고 말했어. 그런 상태를오래도록 유지하는 것이야말로 제일 고귀하고 중요한 일이라고.
사람은 말이지, 불가능한 걸 꿈꾸는 대신 잘할 수 있는 것을 해야돼. 근데 그건 생각보다 어려운 일이야. 가끔씩 나는 뭔가 다른 게되고 싶거든. 뭔가 내가 할 수 없을 것만 같은 그런 ・・・ - P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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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밤에 남편이 꿈에 나타나지 않았다. 나는 더이상 남편의 제사상을 차리지 않기로 했다. 제사 전날 밤이면 남편은 항상 나를 찾아왔다 지난 십 년 동안 그랬다. 꿈은 늘 똑같았다. - P115

나를 발견한 청년은 독서실에서 공부를 마치고 집으로 가던 길이었다고 했다. 원래는 밤을 새울 예정이었는데, 빗소리가 들렸고그 소리를 가만히 듣다보니 헤어진여자친구가 생각났다. - P104

구급대원이 내 입에 귀를 가까이 대고 물었다. "뭐라고요?
방금 뭐라 말했나요?" 나는 간신히 대답했다. "추워요." - P59

다시 그 소리를 듣게 된 것은 서너 달이 지난 뒤였다. 생일날 혼자 밥을 먹는 사람들을 위한 패키지 상품을 출시했는데 실패하고말았다. 한 달 주문이 일곱 건밖에 되지 않았다. 실패 원인을 분석해 보고서를 제출하라는 지시가 내려왔다. 정수리 주변으로 동그랗게 탈모가 진행되어 병원을 다니기 시작했다. - P43

비가 온다는 일기예보가 일곱 번이나 틀렸다. 태풍이 온다 그래서 나는 소파의 위치까지 바꾸었다. 거실 창 바로 앞으로 아로마 향초도 하나 사두었다. 소파에 앉아 비를 실컷 구경할 마음으로. 그랬는데 태풍은 오지 않았다. - P27

마음에 드는 이름을 찾기 위해 드라마를 봤다. 드라마 주인공의 이름과 그 배우의 이름을 노트에 적어가면서. 나는 사주에 맞춰 이름을 짓고 싶지 않았다. 장손이라며 작명소에 쌀 두 가마니값을 주고 이름을 지었던 병철오빠의 삶도 평탄한 것은 아니었다. 생명선이 길었던 병준 오빠는 마흔을 넘기지 못했다. - P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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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에 틀어박혀 읽은 많은 자료 속에서 가장 빈번히 발견한단어는 아마도 오래전 ‘윤리‘가 강조했던 것처럼 ‘가난‘이나 ‘희색‘ ‘애국‘ 같은 말일 것이다. - P73

‘정말 어찌할 바를 모르겠을 정도의 아름다움이지?" - P74

1. 선자 이모를 잘 아는 주변 사람들을 탐문하는 한편 내가 선자 이모의 일기를 읽으며 첫사랑을 찾는 데 필요한 단서를 찾아내기2. 누가 우리가 하는 일에 대해 물으면 모든 것은 내가 소설을 쓰는 데 필요한1 일이라고 말하기3. 매주 금요일 방과후에 만나서 알게 된 정보들을 공유하기 - P79

"엄마, 만약에 사람들이 꼭 한번 다시 만나고픈 사람을 누구든딱 한 명만 만날 수 있게 된다면 보통은 첫사랑을 가장 보고 싶어할까?" - P81

가난에서 벗어나기 위해서가 아니라 자유를 찾기 위해 독일행을 결심했던 마리아이모는 모은 월급으로 자동차를 사서 휴가 때마다 미니스커트를입고 유럽 전역을 누볐다. 이모가 산 첫 자동차는 빨간색 중고 폭스바겐 비틀이었다. - P91

‘게다가 엄마는 나한테 관심이 없거든. 엄마가 관심 있는 건 엄마 자신뿐이야." - P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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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통의 경험이라는 자양분 - P127

좋아하면 닮느냐고? 많이 읽으면 아무래도 문체에영향받는 부분이 있다. 애초에 삶의 가치관 부분에서 비슷한 점이 많아서 좋아하게 된 것도 있으니. 그래서 따라한다는 소리를 들어도 전혀 기분 나쁘지 않다. - P126

근본적으로는 모두가 저마다 하나의엄연한 직업이자 프로페셔널의 세계인 것이다. 특정 글의 장르나 방식이 비하받을 이유는 없다. 타인의 평가나기대에 부합하기 위해 그 일을 할 필요는 없다. - P139

나이와 감정.
나이가 들면 마음이 흔들리거나 설레거나 떨리거나감동할 일이 점점 없어질까? 나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 혹자는 체력이 받쳐주지 않아서 감정적으로 휘둘리지 않도록 스스로를 자제하려고 한다. - P39

나는 기본적으로 좋아하는 것들은 사는 내내 계속좋아했던 것 같다. 어떤 특정 감정들, 어떤 삶의 방식, 어떤 결과 톤.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 자극을 받을 때가 있기는 하지만 그로 인해 크게 영향받지는 않았다. - P41

‘개인이 가장 중요한지‘라는 질문은 항간에 많이 나오는 ‘내가 가장 중요하다‘, ‘나를 사랑하자‘라는 자존감을 위한 논리와 맞닿아 있는 것 같다. 그것은 많은 부분타당한 지점들이 있으나 ‘타인의 입장이 되어보는 일‘은내가 손해 보는 일이 아니라 내가 조금 더 나은 인간이 되려고 애쓰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상대의 마음을 상상해보는 일이 결과적으로 갈등을 풀어주는 계기가 되기도한다. - P57

고정 연재물로 글을 쓰면 하나의 주제 아래 꾸준히연속적으로 글을 써나갈 수 있는 실력을 보여줄 수 있다. - P97

한 문학평론가는 나를 두고 ‘한국에서 정사장면을 가장 잘 쓰는 작가‘라고 평가해준 적이 있는데 이것은 차별적 우위라고 할 수 있을까. - P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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