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밤에 남편이 꿈에 나타나지 않았다. 나는 더이상 남편의 제사상을 차리지 않기로 했다. 제사 전날 밤이면 남편은 항상 나를 찾아왔다 지난 십 년 동안 그랬다. 꿈은 늘 똑같았다. - P115
나를 발견한 청년은 독서실에서 공부를 마치고 집으로 가던 길이었다고 했다. 원래는 밤을 새울 예정이었는데, 빗소리가 들렸고그 소리를 가만히 듣다보니 헤어진여자친구가 생각났다. - P104
구급대원이 내 입에 귀를 가까이 대고 물었다. "뭐라고요? 방금 뭐라 말했나요?" 나는 간신히 대답했다. "추워요." - P59
다시 그 소리를 듣게 된 것은 서너 달이 지난 뒤였다. 생일날 혼자 밥을 먹는 사람들을 위한 패키지 상품을 출시했는데 실패하고말았다. 한 달 주문이 일곱 건밖에 되지 않았다. 실패 원인을 분석해 보고서를 제출하라는 지시가 내려왔다. 정수리 주변으로 동그랗게 탈모가 진행되어 병원을 다니기 시작했다. - P43
비가 온다는 일기예보가 일곱 번이나 틀렸다. 태풍이 온다 그래서 나는 소파의 위치까지 바꾸었다. 거실 창 바로 앞으로 아로마 향초도 하나 사두었다. 소파에 앉아 비를 실컷 구경할 마음으로. 그랬는데 태풍은 오지 않았다. - P27
마음에 드는 이름을 찾기 위해 드라마를 봤다. 드라마 주인공의 이름과 그 배우의 이름을 노트에 적어가면서. 나는 사주에 맞춰 이름을 짓고 싶지 않았다. 장손이라며 작명소에 쌀 두 가마니값을 주고 이름을 지었던 병철오빠의 삶도 평탄한 것은 아니었다. 생명선이 길었던 병준 오빠는 마흔을 넘기지 못했다. - P1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