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랐다면 미안해요. 이러려고 온 건 아니었어요.
얼마 지나지 않아 은지는 다시 문자를 보내왔다.
-보고 싶었어요. - P47

말도 안 되는 용서를 비는 수이를 보며 이경은 어떤 말을 해야 할지알지 못했다. 너에겐 아무 잘못이 없어, 넌 나에게 상처를 주는 사람이 아니야, 라는 말조차 수이에게 상처를 입힐 것 같아서였다. 이경은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로 수이의 동그랗고 부드러운 뒤통수를 어루만졌다. 아무리 애를 써도 웃음이 나오지 않았고, 그건 수이도 마찬가지였다. - P49

이경은 벽에 등을 대고 앉았다. 수이의 울음이 자신의 마음을 아주조금도 돌려놓을 수 없다는 사실에 놀란 채. 수이 또한 이경의 그런마음을 알았을 것이다. 이경은 울 자격이 없었다. - P56

수이는 시간과 무관한 곳에, 이경의 마음 가장 낮은 지대에 꼿꼿이서서 이경을 향한 시선을 거두지 않았다. 수이야, 불러도 듣지 못한채로, 이경이 부순 세계의 파편 위에 우두커니 서 있었다. 그곳까지이경은 손을 뻗을 수 없었다. 은지를 만나지 않았다면 이와 헤어지지 않았을까. 그 가정에 대해 이경은 자신이 없었다. - P59

이경은 그 새의 이름을 알았다. - P60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처음부터 ‘여행’과 ‘아이’ 둘 중에 하나를 택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여행’의 자리에는 무엇이든 들어갈 수 있을 것이다. 그게 무엇이든, 포기하고 나중으로 미루는 대신 지금 함께 해보기로 했다."

아이에게 우리가 어디로 가는지 알려주지 않으면 아이와 함께 ‘나란히’ 걷는 게 아니라 아이를 ‘데리고’ 걷게 된다. 그럴 때면 얼이는 금세 지치고 흥미를 잃고, 나도 얼이를 어르고 달래느라 진을 뺐다."

한 번도 가보지 않은 나라를 여행하다 보면 우리도 아이와 같은 입장이 되는 순간을 만난다. 내가 기억하는 순간도 있지만 모르고 지나간 순간이 아마도 무수히 많을 것이다

우리는 매일 조금씩 더 멀리 가는 걸 연습하고 있다. ‘아직’은 평지를 달리는 법밖에 모르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속절없이 집에 돌아가니 따스한 밥이 기다리고 있다면 어떻게 해야 하나 갑자기 모든 것에 고맙다는 생각이 들면 어쩌나

그 여름은 뭐였을까, 자꾸 생각하게 되고

평범한 주말의 오후
거실 한구석에는 아끼던 개가 엎드려 자기 밥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후로 우리의 삶은 결코 해명되지 않는 작은 비밀을 끌어안은 채로 계속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여자로서 춘희가 겪은 고초는 차마 입에 담기 힘들 만큼 끔찍한 것들이었으나 그것은 모두 과거의 일이 되었다. - P13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시작은 사고였다. 운동장을 가로질러 가던 이경이 수가 공얼굴을 맞았다. 안경태가 부러지고 코피가 날 정도의 충격이었다. 이경은 쩔쩔매는 이와 함께 양호실과 안경점에 갔다. 고친 안경을 쓰고수이의 얼굴을 봤을 때 이경은 처음 안경을 맞춰 썼던 때를 마음렸다. - P9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