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일기를 통해 익숙해진 선자 이모의 글씨체 - 일기장에서보다 조금 더 반듯한 궁서체였다ㅡ로 쓰인 책장을 한 장, 한 장넘겨보았다. 짤막한 시와 수필로 이루어진 특별할 것 없는 문집이었다. - P268

"그런데 아가씨, 임선자와 친하게 지냈던 남자를 왜 그렇게 열심히 찾는지 물어봐도 됩니까?" - P270

해미야, 네가 편지를 보내준 덕분에 우리 엄마와 나는 엄마의 상태가 급격하게 나빠지기 전이 주가량을 정말로 행복해했어. 엄마가 책이 읽고 싶다고 해서,
집에서 엄마의 낡은 책을 가져다주기도 했지. 『생의 한가운데」라는 책이었던 것같은데, 맞나? 아무튼. 엄마가 읽을 수는 없었지만. - P274

너는 몰랐겠지만. 너와 같이 있는 시간은 늘 그렇게 달고 뜨겁고 썼어. 지금도 그래서 겨울 냄새가 나기 시작하면 나는 달고 뜨거운 커피를 탄다. 하지만 그때 그 커피 맛은 아무리 흉내를 내려 해도 좀처럼 재현이 되지가 않아. - P280

안녕, 그동안 잘 지냈지? 나는 지금 막 도착했어. - P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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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여행하는 모든 아이들에게,
그리고 언젠가 아이였던 당신에게.

지난겨울 포르투갈 포르투에 다녀왔다. 포르투에서 사람이 가장 많은 곳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서점이라고 불리는 렐루 서점이었다. - P6

문득 궁금해졌다. 그녀는 어떻게 글을 쓸 생각을했을까. 왜 하필이면 책이었을까. 즉각적인 결과물을 볼 수없고, 혼자서는 완성되지 않으며, 당장 수익을 가져다주는것도 아닌 책을. - P7

책과 편지의 닮은 점이 있다. 쓰는 사람과 읽는 사람이언제나 다른 시간 속에 있다는 것이다. 이제는 내가 기다릴차례다. - P11

가장 약한 사람을 위한 것은 결국 모두를 위하는 일이다.
모르는 나라에 도착한 모두에게 좀 더 친절해지는 길이다. - P41

우리는 어느 쪽이든 될 수 있다. 기회를 주고 기다려주는사회, 안도할 수 있는 사회가 안전한 사회다. 그리고 안전한곳에서야 배우고 자랄 수 있다. - P40

한 번도 가보지 않은 나라를 여행하다 보면 우리도 아이같은 입장이 되는 순간을 만난다. 내가 기억하는 순간도 있지만 모르고 지나간 순간이 아마도 무수히 많을 것이다. 그곳의 문화를 알지 못하고 익숙지 않아서 때로는 나도 모르게무례를 저지르고, 서툴러서 실수하고, 부단히 오해받고, 자주 당황하며, 가끔은 억울해진다. 어른의 세상에 온 지 얼마되지 않은 아이들이 그런 것처럼. - P39

"엄마, 우리 오늘 행복한 하루 보내자.
세상에서 제일 기분 좋았던 생각을 해봐.
그러면 조금 괜찮아질 거야." - P33

골똘히 떠올려본다. 나는 뭘 좋아했지? 그러다 기억을 되살리는 대신 얼이를 내 어린 시절로 데리고 갈 기회가 생겼다.
바로 시골에 가는 거였다. - P45

바닥에는 우아한 무늬의 타일이 깔려 있었다. 푹신하고 커다란 소파와 길게 뻗은 식탁이 놓여 있었다. 나는 구깃구깃한 마음을 짐과 함께 대충 풀어놓았다. 괜찮아. 이제 무사히 몰타에 왔으니까 괜찮을 거야. 그날은 밖으로 나가 늦게까지 돌아다녔다. - P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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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사이에는 테이블이 있다. 커피를 시키니 네가 핀잔한다. 아까는 차 마시자며. - P40

너는 흡수가 빠르구나. 네 얼굴에는 붉음과 불쾌함과불쾌함이 한데 모여 있다. 우리 사이에는 아직 테이블이있다. 그 위에 올려둔 것이 삽시간에 바닥나고 있다. - P40

피어 있었다 오르고 있었다 피어오르고 있었다뿌리는 없었다 - P41

이름이 있는 채로무엇이 있다 - P45

그것참 신기하구나 그것참 다행이구나 그것참 부드럽구나………… 나는 이불 속으로, 꿈속으로 미끄러져 들어갔다 여름밤에 내리던 것이 겨울밤에 쌓이고 있었다 - P47

그것이 온다 - P53

사랑은 안간힘을 다한 헛발질이었다 - P57

별빛이 생기자 별이 사라졌다산새가 울자 산이 꺼졌다바닷물이 차오르자 바다가 말라버렸다발음하는 순간,
제 뜻을 잊어버린 단어처럼 - P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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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K. H. 야, 어쩌면 나는 이제야 조금이나마 너를이해할 수 있게 된 것인지도 몰라. - P201

"왜요?" 내가 묻자 이모는 "네가 젊고 예뻐서" 하며 바밤바를한입 크게 베어 물었다. 그런가? 오래전부터 나는 내가 이미 너무늙었다고 생각했다. - P206

이방인들은 대부분 누군가와 이야기를 하고 싶어했고, 그들의이야기를 차분히 들어주는 것만으로도 병이 낫는 경우가 많았다.
"외로움만큼 무서운 병은 없어." - P207

"아니, 기억이 안 나. 그런데 이제 와서 그건 왜?" - P212

그리고 우재는 이렇게도 덧붙였다. 농담처럼, 하지만 더할 나위없이 쓸쓸한 어조로.
"해미는 제가 이렇게 막무가내로 찾아오지 않는 한 먼저 인사시켜드릴 리가 절대 없거든요. 아시죠? 해미는 가까워지려고 아무리노력해도 일정 거리 안으로는 들이지 않는 거." - P220

갑작스럽게 사랑하는 존재의 죽음을 맞이하는 것과 다가올 죽음을 준비하는 것. 언니를 느닷없이 떠나보낸 후, 나는 늘 둘 중더 힘든 것은 전자일 거라고 확신해왔다. - P229

내글씨체는 너무 동글동글했고, 성인 남자의글씨체를 흉내낼 자신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 P234

"연애소설 쓴다던 건 잘 진척되고 있니?"
"아니요." - P243

"아, 스무 살의 나한테 말해주고 싶다. 이 불쌍한 놈아, 넌 십구년이 지나서야 드디어 해미의 손을 잡을 수 있게 되니 마음을 비우라고." - P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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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육을 먹어야 한다 - P101

누가 뭐라고 하지도 않았는데 목구멍이 붓고 있었다누구에게 보이지도 않고 누가 알아주지도 않는 일이었다그는 그것을 잘하고 싶었다 - P96

사람은 명사다 너는 대명사다당연한 얘기를 하는 사람들이 있었다그는 피식 웃고 말았다 - P97

이름이무엇이있는 채로있다 - P45

그는 그것이 되었다그것이 되어서, - P35

지나치되지나치지만은 않아서 기억이 되었다 - P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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