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에 다시 현장에 들어가니, 캡틴이라 불리는 관리자가 "리빈 업무를 하고 계신데, 포장 업무를 받은 분이 최종 합격을 해놓고 출근을안 해서 업무 변경을 해야 할 것 같다"며 대신 포장 업무로 가셔야 되는데 괜찮냐고 물었다. 뭐가 뭔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괜찮다고 할 수밖에 없었다. 나는 최종적으로 포장 업무를 배정받았다. - P155

바삐 일하는 날들이 쌓여 내 몸에도 흔적이 남았다. - P157

원장에게 얘기했더니 "사무실 일은 생각 안 하나 봐요, - P165

아무리 새로 지은 시설이라고 해도 요양원 특유의 냄새는 있었다.
24시간 근무를 마치면 아침에 퇴근해서 씻고 쉬었다가 오후에 사람들을 만났는데, 이야기를 나누면서도 나의 냄새를 맡아보는 버릇이 생겼다. 앞사람에게는 "나한테서 냄새 안 나?"라며 물어보곤 했다. 아무 냄새도 안 난다고 해주어도 내 코끝에서 나는 냄새를 느끼곤 했다. 석 달정도는 이런 현상이 계속되었던 것 같다. 그러면서 차츰 요양보호사 업무에 익숙해져갔다. - P169

여름엔 덥고 겨울엔 춥다. 어느 일터가 안 그렇겠느냐만은 내가 일하는 곳은 덥다거나 춥다는 말로는 충분히 표현되지 않을 정도다. 건물단열이 잘 안 된다고 한다. - P173

비정규직에게도 호봉제와 유사한 등급제가 있지만, 사측이 일방적으로 만든 것으로 납득할 만한 근거가 없다. ‘1등급 근로자‘가 된다고하더라도 ‘4등급 근로자‘와 비교해 하루에 1920원가량을 더 받을 뿐이다. 게다가 동서울우편집중국에서 1등급 근로자는 아직 한 명도 없다. - P1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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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즈메! 일어났니?"
그때 아래층에서 재촉하는 목소리가 크게 울려왔다. 속으로한숨을 쉬며 영차 몸을 일으키고 큰 소리를 대답했다. "일어났어!" 조금 전까지 남아 있던 꿈의 여운이 완전히 사라지고 말았다. - P13

"이 근처에 폐허 없니?"
"폐허요?"
뜻밖의 질문에 단어의 뜻이 떠오르지 않았다. 폐허
"문을 찾고 있어." - P17

"거기 있어요? 잘생긴 분!"
아니, 그것 말고는 뭐라고 부를 말을 모르겠다. - P21

"차갑네・・・・・…."
얼어 있었다. 얇은 얼음 막이 내 체온에 사라지며 녹아내려물방울이 되어 뚝뚝 떨어졌다. 왜? 어째서 여름 폐허에 얼음이있지? 문을 돌아봤다. 문 안에는 여전히 밤하늘의 초원이 있다.
확실히 존재하는 듯 내 눈에 보였다. - P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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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그러지?"
"아무것도 아니야."
"당신을 위해 어떻게 해 주길 바라는 거야?"
"당신이 늙기를 바라. 지금보다 열 살 더. 스무 살 더!"
그녀가 하고 싶었던 말은 "당신이 나약하길 바라. 당신도 나처럼 나약하길 바라."였다. - P129

이것이 그녀가 생각했던 것이다. 그러곤 카레닌의 털북숭이 머리에 뺨을 대고 그녀는 말했다. "카레닌, 날 원망하지 마. 다시 한 번 이사를 가야겠다." - P132

옷은 금세 입었지만 한쪽 발은 맨발이었다. 그는 주위를 둘러보더니 엉금엉금 기어 다니며 테이블 아래에서뭔가를 찾았다. - P41

"카레닌이라 부르면 이 개의 성 의식에 혼란이 오지않을까?" - P45

"왜 가야 하지?"
"여기에 있으면 저들이 당신에게 보복할 거야." - P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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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봐도 일을 하기에 좋은 날씨는 아니었다. 오늘은 운동했다고 생각하고 밥이나 먹고 가자는 팀장님의 말에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 P141

위험수당이 포함되어 있는 거 아니냐고, 이미 왔으니 오늘 설치해달라고 했다. 벌금이 요금이 아닌 것처럼, 위험수당 또한 목숨값은 아닌데.
3만 원을 내고 나의 노동을 사는 것이지 나의 목숨을 사는 것은 아닌데. 하지만 그 말을 입 밖으로 꺼낼 수는 없었다. - P142

겨울 초입이다. 나는 다시 2.5개월이라는 단기 계약직으로 데이터라벨링을 하며 삶을 꾸리고 있다. 업무는 재택근무로 이뤄진다. 업무를할 수 있는 공간, 업무에 필요한 PC, 인터넷 그 어떤 것도 제공되지 않는다. 그리고 모두 그걸 당연시 여긴다. 게다가 같은 일을 하는 사람들얼굴을 본 적도, 대화를 나눈 적도 없다. 이 일이 끝나면 다시 만나지 못할 사람들임을 알기에 누구도 먼저 나서서 말을 걸지 않는다. 일도 사람도 모두 뚝, 뚝 끊어진다. 마치 혼자 허공에 떠 있는 기분이다.
자칫하면 가라앉을까 두려워 발길질을 멈출 수가 없다. 그럼에도 내민손을 거두지 않는다. 나는 사장님이니까. 외롭고 독하게 살아왔으니까.
그걸 누구보다 잘 아니까. 누군가 손 내밀었을 때 맞잡을 수 있도록. 그땐 우리 모두 외롭지 않도록. - P145

직원이 정색한다. 우리는 추석과 구정 당일 이틀 쉬는데 그것도 일당에서 제한다. 작년에는 자기의 한 끼를 절대 양보할 수 없다는 직원들의 열화와 같은 성원에 힘입어 추석과 구정에도 나와서 밥을 팔았다.
불의는 용서해도 불이익은 절대 용서 못 한다더니, 그려 내 염병이 네고뿔만 하겠냐. 자기들의 작은 불편함도 절대 참아주지 않는 야속한 나의상들! - P149

"과장님 새벽 아줌마예요. 휴가 좀 쓰려고요." 수화기 너머로 기분나쁜 고요가 흐른다. "난 잘 모르니까 부장님과 통화하세요." 얼마나쌀쌀맞은지 감기 걸릴 뻔했다. "부장님 저 휴가 좀 쓰려고요." 더 긴 고요가 흐른다. "아주머니 휴가 쓰면 연말에 돈 안 나옵니다." "알아요.
휴가로 쓸 거예요." 딴에는 힘주어 단호하게 말했다. 많이 당황한 듯한부장님이 말씀하신다. "누굴 대신 세워놓고 가야 하는데 야근 아주머니께 부탁해보세요." 아니, 새벽 1시에 퇴근한 사람한테 새벽 3시에 또나오라고 하라고? 숫제 안 된다고 하시지. 그러나 잘릴까 봐 벌벌 떠는나는 힘없이 알겠다고 대답한다. - P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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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이요?"
나도 모르게 되묻자현철씨가 자신만만한 어조로 대답했다. - P103

"세상에 순진한 사람이 어디 있어요." - P107

"아무튼 잘되고 있어요. 곧 법인 내고 사무실 차리고 나면 오프닝 행사 거하게 할 거니까, 제수씨는 그때 우리 요정이 데리고 나와주시면 돼요. 처음 선보이는 자리니까 이왕이면 좀 예쁘게, 아시죠?" - P108

"괜찮아, 우진아. 우리 잘될거야. 우리도 나중에는 그런 전화 걸게 될 거야. 법대로 했는데 어쩌라고, 하면서 떵떵거릴 날 곧 올 거야. 다 잘되고 있잖아. 조금만참자. 울지마, 뚝." - P112

예쁘고 좋은 것은 수없이 보았고 가졌을 사람들이 하지만 나는 확신했다. 우리 요정은 그들이 평생 본 그 무엇보다 아름다울 거였다. - P115

도대체 왜 이유리는 인간을 사랑하지 않고는 못배기는 걸까. - P129

B예를 들어 이 에세이를 쓰고 있는 와중, 이유리위원회의 ‘게으름과 딴청‘을 담당하고 있는 부서 휴식과 재충전‘을 담당하는 부서와는 확실히 다른 곳이다)에서 보내온 제안서를 보자. <벌써 800자를 썼는데, 이쯤에서 좀 쉬는건 어떻습니까? 마침 아까부터 온유(이유리가 기르는 고양이다)가관심을 갈구하고 있네요. - P131

삶이 주는 좋은 것들을 온전히 누리기 위해서는매 순간 진심을 다하면된다고 생각한다. - P139

선한 오지랖의 빛은 그다음 소설에서도 계속된다. 다만 고양미가 발휘한 오지랖이 세계의 진실을 알려주는 일이었던 반면, 마음소라」의 양고미가 발휘하는오지랖은 거짓말이라는 점에서 조금 다르다. - P147

모두 인간이 인간을 향하는 무조건적 선의에 의해서이지 않은가. 이유리의 비인간들은 인간계의 폭력으로부터 인간을 구해내고, 더 나은 삶을 꿈꾸게 한다. 이토록 이질적인 존재들이 공존하는 모든 것들의 세계에서 우리는 사랑할 용기를 획득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반드시 사랑할 것, 선한 마음을 놓지 말 것, 이는 이유리의 소설이 우리에게 몰래전해주는 인생의 치트키cheat key다. - P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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