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봐도 일을 하기에 좋은 날씨는 아니었다. 오늘은 운동했다고 생각하고 밥이나 먹고 가자는 팀장님의 말에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 P141

위험수당이 포함되어 있는 거 아니냐고, 이미 왔으니 오늘 설치해달라고 했다. 벌금이 요금이 아닌 것처럼, 위험수당 또한 목숨값은 아닌데.
3만 원을 내고 나의 노동을 사는 것이지 나의 목숨을 사는 것은 아닌데. 하지만 그 말을 입 밖으로 꺼낼 수는 없었다. - P142

겨울 초입이다. 나는 다시 2.5개월이라는 단기 계약직으로 데이터라벨링을 하며 삶을 꾸리고 있다. 업무는 재택근무로 이뤄진다. 업무를할 수 있는 공간, 업무에 필요한 PC, 인터넷 그 어떤 것도 제공되지 않는다. 그리고 모두 그걸 당연시 여긴다. 게다가 같은 일을 하는 사람들얼굴을 본 적도, 대화를 나눈 적도 없다. 이 일이 끝나면 다시 만나지 못할 사람들임을 알기에 누구도 먼저 나서서 말을 걸지 않는다. 일도 사람도 모두 뚝, 뚝 끊어진다. 마치 혼자 허공에 떠 있는 기분이다.
자칫하면 가라앉을까 두려워 발길질을 멈출 수가 없다. 그럼에도 내민손을 거두지 않는다. 나는 사장님이니까. 외롭고 독하게 살아왔으니까.
그걸 누구보다 잘 아니까. 누군가 손 내밀었을 때 맞잡을 수 있도록. 그땐 우리 모두 외롭지 않도록. - P145

직원이 정색한다. 우리는 추석과 구정 당일 이틀 쉬는데 그것도 일당에서 제한다. 작년에는 자기의 한 끼를 절대 양보할 수 없다는 직원들의 열화와 같은 성원에 힘입어 추석과 구정에도 나와서 밥을 팔았다.
불의는 용서해도 불이익은 절대 용서 못 한다더니, 그려 내 염병이 네고뿔만 하겠냐. 자기들의 작은 불편함도 절대 참아주지 않는 야속한 나의상들! - P149

"과장님 새벽 아줌마예요. 휴가 좀 쓰려고요." 수화기 너머로 기분나쁜 고요가 흐른다. "난 잘 모르니까 부장님과 통화하세요." 얼마나쌀쌀맞은지 감기 걸릴 뻔했다. "부장님 저 휴가 좀 쓰려고요." 더 긴 고요가 흐른다. "아주머니 휴가 쓰면 연말에 돈 안 나옵니다." "알아요.
휴가로 쓸 거예요." 딴에는 힘주어 단호하게 말했다. 많이 당황한 듯한부장님이 말씀하신다. "누굴 대신 세워놓고 가야 하는데 야근 아주머니께 부탁해보세요." 아니, 새벽 1시에 퇴근한 사람한테 새벽 3시에 또나오라고 하라고? 숫제 안 된다고 하시지. 그러나 잘릴까 봐 벌벌 떠는나는 힘없이 알겠다고 대답한다. - P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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