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 그런 걸 누가 가르쳐줘. 혼자 찾는 거지."
"개척자네, 개척자."
"잘 들어, 우리한테는 개척정신이 필요하다. 약도 해보니까 이렇게 좋잖아. 근데 누가 이런 걸 가르쳐주냐?"
"원래 좋은 건 안 가르쳐주지." - P179

"섹시 퀸 브리아나, 팬들한테 웃어주세요."
엘리의 말에 브리아나는 카메라를 향해 활짝 웃었다.
아랫니의 교정 장치가 살짝 보였다. 브리아나는 이 장면을잘라낼 것이다. 엘리는 브리아나에게 카메라를 건네며 환하게 웃었다. - P188

엘리의 부모는, 당연히, 거기 없었다. - P189

엘리는 그 친구들 집에 놀러 간 적이 있다. 올드 머니라고 불리는, 대대로 잘살아온 집들. 뒷마당에 수영장과 테니스장이 있고 차고에 클래식카와 스피드보트, 카누가 있는집들 방학이면 북쪽 해변의 별장으로 휴가를 가고, 학기가시작하면 엘리에게 최상급 코카인을 주문하는 애들. - P189

"멍청하게."
브리아나는 혼잣말을 하듯이 나직하게, 그러나 모두에게 명확히 들리도록 내뱉고는 창밖으로 고개를 돌렸다. - P193

엘리에게는 혼자 하기엔 너무 많은 약이 있었다.
* - P204

"걔 안 죽어. 아까워서 못 죽어. 이제 고3 되는데 지금죽으면 평생 공부한 거 날아가잖아. 걘 세 살 때부터 대학입시를 시작했다고 봐야 되거든. 그럼 벌써 몇 년이야?" - P209

"그건 너지. 나는 죽고 싶지 않아. 신이니까. 근데 내가죽고 싶으면 죽을거야. 신이니까." - P211

"너희 엄마가 널 내다 버렸어?"
"신이 날 내다 버린 거야."
"그래서 네가 신이 됐고?"
"원래 신은 그렇게 탄생하는 거야. 버려지면서 버려진아이는 모든 걸 할 수 있게 되잖아. 온갖 제약이 사라지면서. 그렇게 신이 되지." - P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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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관 위에서 작업을 하다가낡은 철판이 부서져 배관 속으로 떨어졌다.
밖으로 빠져나갈 길을 찾아 헤매다 - P141

또다시 추락했다. 제철소에서 사고를 당하는 이들은대부분 일용직이거나 하청 노동자들이었다. - P141

시에서는 보상으로 마을에 공중목욕탕을 지어 줬다.
제철동 주민들에게 한 달에 몇 장씩 공짜 표가 나왔다. - P155

니 엄마가 얼마나 힘들게사는지 모르제? 나는 니 하고 싶은 거못하게 한다고 엄마 가슴에 못 박고그냥 밖으로 나가면 끝이제? - P1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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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백 원을 넣으면 음료가 전시되지 않은빈칸에도 불이 들어왔는데,
바로 그 버튼을 누르면 캔맥주가 나왔다. - P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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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천상의 그물처럼 드리워진 그초월적인 아름다움 때문에. 이 세계에 내던져진 존재의비통함이 곱절로 육박해 들어와서. 순간이나마 잊고 있었던 몸의 통증은 더욱 극심하게 몰려들었고. - P15

종이 위로 천천히 천천히 한 문장 한 문장 연필로 써 내려갔던 날들을 건너왔고. 그렇게 썼던 시편들을 묶어 두번째 시집이 나왔고. - P18

글을 쓰는 한은 누군가 무언가가 너에게 나에게 우리에게 어떤 시간을 요구한다고. 저 멀리 극단까지 극한까지 가라고. 그렇게갈 수밖에 없게 밀어붙이고 있음을 느끼면서. - P18

말해질 수 없는 자리에서부터 시작되는무엇을, 그럼에도 끝끝내 써나가는 일이란 무엇일까. - P23

"나, 하늘나라, 갈 때…………?"
"응, 엄마…… 그렇게 갈 때, 흰빛이 보이면 그 빛만 따라가." - P35

뒤늦은 사랑이 뼈 아파서 나는 울었다. 갚지 못할그 사랑이 차고 넘쳐서 울었다. - P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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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비주얼 감각은 타고나는 것으로 여겨지지만, 나는 꼭그렇지만은 않다고 생각한다. 경우의 수에 대한 이 쌓일수록BOLIGA센서가 정확해지는 거라 믿는다. 데이터베이스는 양이 많을수록 힘을 발휘한다. 감각도 지식처럼 집적된다. 디자인 역사와 그림책 역사에 커다란 발자국을 남긴 브루노 무나리의 조언처럼양이 질을 만들고, 노력이 쌓여 감각이 된다. - P215

많은 사람이 비주얼 센스를 비문자적인 무언가로 여기는 것같다. 하지만 내 경우에는 비주얼 재료를 다룰 때도 문자 언어에서 출발하는 연상 활동이 중요했다. 이해를 돕기 위해 주니어 에디터 시절에 겪은 일을 이야기하려한다. - P210

, 나는 글과 이미지가 만날 때 생겨나는 긴장과 확장에 가장큰 흥미를 느낀다. - P207

셋째, 사안을 바라보는 위치와 상황적 맥락을 바꾸는 질문을즐겨 한다. ‘만약에 이 사람이 한국이 아니라 덴마크에서 태어났다면 사회적 평가가 어떻게 달라졌을까?‘, ‘만약에 제작팀 팀장이 아니라 회계팀 팀장이라면 이 아이디어를 어떻게 평가할까?‘ - P201

나는 인터뷰라는 독특한 형식의 대화를 사랑한다. - P195

생략이 임팩트를 만들어낼 때, 수용자는 초대장을 받는 기분을 느낀다. 궁금증을 느끼면서 정보의 공백을 채우기 위해 작가의 세계와 자신의 세계를 부지런히 오간다. - P190

군더더기를 알아보고 배제하는 판단력을 갖기 위해선 먼저 자기만의 정의를 가져야 한다. 애초에 일을 시작한 목적도 잊지 말아야 한다. 물론 같은 재료나 정보도 A의 관점으로 보면 군더더기이고, B의 관점으로 보면 본질일 수 있다. - P190

양이 질을 만들고, 노력이 쌓여 감각이 된다. - P215

책을 쓰는 동안 종종 자문했다. ‘이 책은 정체가 뭘까? 일에대한 에세이집인가? 에디토리얼 씽킹 개념을 잡는 이론서인가?
에디팅과 현대미술의 공통점을 서술하는 인문서인가? 도대체 정체가 뭐지?‘ 끈기 있게 마지막 원고까지 읽어주신 독자를 당황시키는 고백일 수 있지만, 솔직히 지금도 서점 분류 체계의 어느 코너에 이 책이 꽂힐지 감이 오지 않는다. 이 사실에 나는 안도한다. 기존 언어로 쉽게 분류할 수 없다는 것, 모호하다는 것, 정체를 설명하기 어렵다는 것은 인식의 영토에서 이전까지 발견되지않은 새로운 땅에 발을 디뎠다는 뜻일 수 있기 때문이다. - P217

어느 대기업 인하우스 콘텐츠팀에 소속된 후배는 타 부서에서 자기를 블로거로 안다며 슬프게 웃었고, 한 플랫폼 기업에서는 에디터 업무를 대리급 정도에서 처리할 수 있는 만만한 일로본다는 이야기도 전해 들은 적이 있다. 이런 에피소드들이 쌓여내 안에서 커다란 질문이 되었다. - P219

상대방 입장에서 씹기 편하게 먹기 좋게, 소화하기 좋게 하려고온갖 기술을 동원해 성심성의껏 정보를 플레이팅한다. 마케터가팔리든 말든 나는 상관없어‘라고 절대 말할 수 없는 것처럼 에디터는 ‘당신이 의미 있다고 보든 말든 나는 상관없어‘라고 절대 말하지 못한다. 에디터는 어떻게든 관여하고 설득한다. 끝끝내 소통에 대한 믿음을 버리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 지점에서 나는 에디터 업의 아름다움을 느낀다. - P221

이 책은 나에게 오직 좋은 것만 주었던 내 일에 보내는 감사 편지다. - P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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