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이름은 여기와는 완전히 매질이 다른, 이를테면 물속에서 들려오는 것 같았다. 이해할 수 없고 비현실적이며 듣기를 기대하지 않은 이름이었다. - P334

속이 울렁댔다. 슬픔은 차고 분노는 뜨거워서 언제나나를 몽롱한 상태로 몰아넣고는 했다. - P335

"아니 근데 걔는 네가 그럴 거라고 예상하더라고. 멈추않을 거라고, 영두 너는 할머니를 좋아했으니까 뭐든하고 싶어할 거고 최선을 다할 거라고." - P337

"누나 배고프지?"
"너 배고프지?"
"누나 무섭지?"
"너 무섭지?"
"누나 눈물 나지?"
"너 눈물 나지?" - P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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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하자고 함께하는 사랑이 아닌,
불행해도 괜찮으니까 함께하자는 사랑에게

백로 지나 9월 중순인데도 한여름처럼 더운나날입니다. 뜨거운 햇살과 더운 바람을 온몸으로 맞으며 걸어왔습니다. 사랑하는사람이 이곳에 있기 때문입니다. - P13

마지막을 생각하면 서둘러 오늘이 그립습니다. 미래의 나 또한 지금을 떠올리기 위해 상상의 힘을 빌리겠지요. - P15

첫 산문집이라는 문을 열고 나갑니다.
새하얀 눈이 내려 발자국을 지워주면 좋겠습니다.
걸어온 방향을 몰라 주저 없이 새로운 길로 나아갈 수 있도록. - P17

고등학교 1학년 때, 헤일밥 혜성이 지구 근처를 지나갈 예정이라는, 혜성의 꼬리까지 볼 수 있을 거라는 신문 기사를 봤다.
그 기사를 오려서 벽에 붙여두고 그날을 기다렸다. 내 방 창문에 기대어 서서 며칠 동안 혜성을 봤다. 정말 꼬리까지 보였다. - P33

그저 그런 친구로 남을 수 없다는 마음. - P35

그때 너를 봤어. - P35

친구는 이유 없이 새벽을 걸어와 눈부신 아침을 선물합니다.
나는 이유 없이 저녁을 걸어가 어두운 밤을 보여줍니다.
특별한 날은 아니지만 꽃을 선물하면 그저 받고시들어가는 꽃을 가만히 품어봅니다. - P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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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
고다 아야 지음, 차주연 옮김 / 책사람집 / 2024년 12월
평점 :
품절


영화 보고 너무 기대했던 책인데 책이 아주 예쁘게 나왔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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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중에서도 내가 생각하는 자주 나오지만 답하기 어려게 된다.
운 대표적인 질문으로 ‘어디에서 영감을 받느냐‘가 있다.
처음 이 질문을 받았을 때 어떤 말을 해야 할지 몰라서 한참 가만히 있었던 기억이 있다. 아마 실제로는 몇 초 안 되는 시간이었겠지만 장내의 모든 사람이 내 입만 쳐다보고있는 것만 같은 상황에서 몇 초는 참으로 길게 느껴졌다. - P90

이러한 음악을 북디자인과 비슷하다고 느꼈던 것은 둘다 오래전에 결정된 형식의 반복과 변주를 지속해왔다는부분 때문이었다. 물론 책의 역사에도 기술의 발명과 시간의 흐름에 따라 많은 변화가 있었고, 때로는 변주라는 말만으로 설명하기에는 부족한 혁신과 비약의 순간들도 있었지만 그 결과로 빚어진 차이는 관심을 기울여 살펴보지 않는이상 좀처럼 감지하기 힘들다. 그리고 이 점 또한 두 분야가 비슷하게 느껴졌다. - P95

왼끝맞춤과 양끝맞춤 간의 논쟁은 20세기 초 유럽에서시작되었다. 둘의 관계에서 ‘대세‘이자 표준의 자리에 있었던 것은 양끝맞춤으로, 왼끝맞춤은 양끝맞춤의 단점이 극복된 새로운 시대에 어울리는 합리적 형태로서 제시되었다. 왼끝맞춤 지지자들이 주장한 왼끝맞춤의 장점은 다음과 같다. 첫째, 양끝맞춤은 동일한 글줄 길이를 달성해야한다는 목적으로 단어들을 양쪽 축에 붙이기 위해 억지로잡아 늘려서 글자 사이 간격이 고르지 않다. - P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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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추스르려고 카페 사진들로 시선을 돌렸다. 여름의 느릅나무가 마치 코끼리 귀처럼 널찍한 잎을 역동적으로 펄럭이고 있었다. 삼우씨가 책자를 가져가라고 부탁했다. - P278

"유화 언니 소식도 아세요?"
"걔 영화기자 됐잖아. 이따금 별점 주는거 읽어보는데,
그때 성격 그대로더라. 무슨 블록버스터 영화에 ‘이럴 돈있으면 인류의 가난을 구해라‘라고 썼더라고." - P281

아주 오래된 우편 소인이 찍힌 그 엽서는 도쿄의시미즈 코하루(小春)라는 사람이 보낸 것이었고 받는사람은 기노시타 코주였다. - P283

"변해요, 만물이 다 변한다니까요. 멀쩡하게 지어놓은집도 무너지는 판에 사람 마음이야 시시때때로 변하죠." - P285

"당신은 마리코에게 보게 해서는 안 되는 장면을 보게만들었더군요." - P291

"아이고 그러다 목숨까지 빼앗기게요. 여자들 좋은 세상은 없는 거예요. 양반 가니 일본놈 오고 그게 가니 미국놈이랑 소련놈이 오고, 그다음에는 뭐가 올지 나는 이제궁금치도 않아요." - P293

"저희 집에도 조선인 네에야가 있었어요. 다정했죠."
여자가 마리코와 두자를 번갈아 보더니 아련한 추억에잠겨 말했다. 둘의 관계를 짐작하는 것 같았다. 두자가용무를 다 끝냈다는 듯 두루마기를 챙겼다. - P299

수리를 통해 보강되어가는 대온실처럼. 기억은 시간과 공간으로 완성하는 하나의 건축물이나 마찬가지였다. - P300

"무슨 말을 들었기에 그래?"
순신이 아무렇지 않은 듯 물었으므로 나도 다른 인사는 모두 생략하고 그렇게 답했다.
"네가 돌아왔다고." - P307

"기노시타!"
정원을 걸어나오는데 이창충이 그를 일본 이름으로 불렀다. 고드름이 맺힌 대온실 처마 밑에 선 이창충은 그 순간만은 옛날의 마사시처럼 보였다. 나는 부모와 다른 오니 아이, 도깨비다 하던 마사시처럼. - P311

"그럼 하느님이 칭찬하셔?"
"침묵하지, 기도는 답을 듣기 위해서가 아니라 기다리기 위해 하는 거니까." - P318

"누구시죠?"
"나야 리사." - P333

"왜 그런 나쁜 생각만 해요? 오늘 청혼받은 사람도 있을 텐데."
"시체 되는 거랑 뭐 그리 다르지 않네요." - P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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