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처럼 텅 빈 시월에 사장의 목소리가 울렸다.
그래. 여기에 적힌 이름들은 지금 우리가 아니지. - P72

변했다는 뜻인가요?
사는 게 내가 나로부터 멀어지는 일 같다는 뜻이에요. - P73

모든 일에서극단에까지 가고 싶다.
일에서나 길에서나마음의 혼란에서나서둘러 흐르는 나날의 핵심에까지그것들의 원인과근원과 뿌리본질에까지. - P77

무슨 뜻인지는 알고 불러?
내가 물으면 동이 씨는 말했다.
보이지 않는 사랑. - P85

나와 너무 다른 동이 씨의 말에 입을 다물었다. 방 안에 유튜브 광고 소리가 들렸다. 동이 씨는 휴대폰을 꼭쥐고 화면을 바라봤고, 나는 다시 책으로 시선을 옮겼다.
"존재에 앓고 있다"는 문장이 눈에 들어왔다. 존재에 앓는다는 건 뭘까. 절실하고 긴박하게 생과 사를 집요하게생각한다는 것, 그런 게 가능한 삶은 어떤 것일까. - P91

엄마가 갔다. 하나도 슬픈 일이 없는데 속에서 몇 번씩이나 울컥하는 게 올라왔다. 뭘까? 이런 마음은. 써볼까? 쓰고 나면 선명해진다고 했는데. 아닐 것 같다.
이건 영원히 모를 것 같다. - P95

그런 마음을 알아요?
나는 조금 놀라서 물었다.
페른베, 그걸 독일어로 페른베라고 해요.
페른베요?
먼 곳을 향한 동경 같은 건데요, 전혜린은 먼 데에 대한 그리움이라고 번역했어요. 여기 아닌 다른 곳을 향한마음 같아요. 만날 수 없어도, 갈 수 없어도 나도 모르게향하는 마음 같기도 하고. 나는 그런 마음을 나한테 느껴요. 여기 아닌 어딘가에 진짜 내가 있을 것만 같거든요. 그런 나를 그리워하고 있고. - P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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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보랏빛 자카란다가 피고 있었다. - P153

"결국 객사한 거지."
한동안은 길거리에서 죽은 고모를 떠올렸다. 실직한 뒤, 작은 책방에서 에세이 수업을 들을 때 고모 이야기를 썼다. - P157

"이제 돌아오면 너도 제대로 살아야지." - P159

Colina Milagrosa.
기적의 언덕. 검붉은색 바탕에 흰색으로 적힌 글자가 어둠속에서 선명하게 떠올랐다. 도전적으로 보이는 글씨였다. 입간판 너머로 이층짜리 회색 건물이 보였다. - P161

"마이라는 아줄레주가 되고 싶어했어요.
주변 성당의 종들이 동시에 울렸다. 어느덧 오후 두시였다.
빗방울이 다시 떨어지고 있었다. - P167

"산책할 거죠? 동전을 많이 준비해 가요." - P173

여기 땅이 끝나는 곳, 다시 바다가 시작되는 곳.
저 바다 너머에 또다른 대륙이 있다는 것도 모르고. - P181

사람들은 보이지 않는 기적을 마냥 기다리기에는 인내심이 부족해서, 당장 손에 잡히는 것이 있어야 한다고. 우리는 좀더 갖기 쉬운 기적을 팔자고 말이죠." - P185

이곳의 기적은 쾌적하고 안전했다. - P189

더이상 그 원에 들어가려 애쓰지 않고 원 밖에서 사람들을 바라봤다. 그들은 마치 기적이라는 보이지 않는 거미줄에 포획된 먹이처럼 보였다. - P190

"삶을 믿었죠. 자신의 의지와 선택이 빚어낸 결과를, 간혹주어지는 행운과 우연과 운명이 얽혀 일으키는 기적 같은 일을. 불행이 계속되어도 때때로 웃을 수 있는 순간이 찾아오는,
한마디로 설명할 수 없는 불가해한 삶을.‘ - P194

*해저로월海低撈月: 바다 밑에서 달을 건져올린다는 뜻으로, 되지도 않을 일을 하며 헛수고만 한다는 의미로 쓰인다. 마작에서는 마지막에 들어온 패로 조합이완성되어 승리했을 때를 일컫는데 그만큼 희박한 확률의 기적을 의미한다. - P1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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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 사람들 앞에서 고인 혼자다. 혼이라는 게정말로 있다면, 그는 지금 얼마나 외롭고 무서울까. 이따금 염습실에서 내가 하던 생각이다. - P47

대충 하면 내가 마음이 안 편해요 - P49

"고인 한 명 더 들어왔으면 어떻게 할 뻔했냐고 내가 나중에 한소리 했죠." - P49

"뼈 부러질까봐 몸을 펴주질 못하는 사람들도 있어요. 안 부러져요. 절대로 안 부러지게 만지면 돼요. 관절 꺾이는 곳을 살살문질러주면서 눌러주면 펴져요. 힘준다고 되는 게 아니에요." - P50

"보통 고인들이 많이들 찡그린 채 돌아가세요. 그 상태를 가족들이 보면 좀 그렇잖아요. 얼굴을 펴 드리죠. 고인을 주무시는 것처럼 만들어요. 그게 우리가 하는 일이거든." - P51

"손님 왔다고 입관식도 안 보겠다는 가족도 있어요. 아버지가죽고 어머니가 죽었는데, 3일만이라도 좀 제대로 슬퍼했으면 좋겠어요." - P52

아주 오래전, 사람들은 돌 위에 북두칠성 모양을 새겨 시신을올렸다고 한다. 내 손을 떠난 이의 평온을 별에 빈다. 하늘 가장높은 곳에서 빛나는 별인 북두칠성이 그를 무사히 인도하길 바란다. 그 마음이 지금껏 전해 내려와 장례용품인 칠성판"에 남아 있다. 돌판에 새겼던 일곱 개의 별은 자취를 감췄지만 그래도 여전히 칠성판이라 부르는 납작한 널에 고인의 몸을 누인다. 한지를접어 만든 끈(지매)으로 고인과 칠성판을 한데 묶는다. 그렇게 몸을 반듯하게 해, 수시, 거둔다. - P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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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배들에게 그래요. 돈 보고 무조건 덤벼들지 말라고. 그러다보면 회의감이 들 때가 온다고. 돈 보고 오면 어차피 오래 못 해요." - P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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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배들에게 그래요. 돈 보고 무조건 덤벼들지 말라고. 그러다보면 회의감이 들 때가 온다고. 돈 보고 오면 어차피 오래 못 해요." - P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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