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이 한 김 식고 나면 해야 할 일이 조금씩 드러난다. 아이가 30점이라는 점수를 받았다. 이유는 무엇일까?
시험공부를 제대로 안 했기 때문이다. 시험공부를 제대로 안 했던 이유는? 시험공부를 제대로 해본 적이 없기때문이다. - P239

불안 없이 공부한다는 것이 가능할까? 그 질문은 불안 없는 인생이 가능할까, 라는 좀더 원론적인 질문으로이어진다. 불안은 나쁘기만 한 걸까? 불안이 필요한 부분도 있지 않을까? 너무 과하지만 않다면 말이다. 불안이 없었다면 인류가 여기까지 오지도 못했겠지. - P240

공부를 잘하는 데 있어서는 망했으나 인생이 망한 것은 아니다. 하긴, 인생에 망하고 흥하는 일이 어디 있는가.
성공과 실패가 어디 있는가. 그냥 사는 거지.
그냥 사는 것이다. - P243

저는 정신과 의사도 심리치료사도 아닙니다. 저는 그냥 평범한 사람입니다. 나쁜 말로 하면 예민하고 좋은 말로 하면섬세합니다. 늘 불안을 느끼고 가끔은 그 불안에 사로잡혀헤어나질 못합니다. 그러다가 웅덩이에라도 빠진 듯 침잠하기도 합니다. 그러다가도 또 명랑하고 활기차기도 합니다. 그 모든 것이 저입니다. 불안하면서도 낙천적이고 예민하면서도 대담합니다. 우울하면서도 명랑하고 무기력하면서도 활기 넘칩니다. 그 모두가 저입니다. 그리고 저는 그런자신을 비난하는 대신, 잘 보듬어 안는 법을 배워야 할 겁니다. 아이처럼 자기애에 빠지는 대신, 어른처럼 너그러워지는 법을 배워야 할 겁니다. 여전히 배울 것이 참 많습니다. - P252

다른 사람의 인생을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저는 삶이 충만해진다고 믿습니다. 그래서 우리가 매일 드라마를 보고 책을 읽고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는 거라고 생각해요. - P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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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 최초로 구입한 베이킹 책은 1996년 여성자신이란 출판사에서 출간한 쉽고 재미있는 빵·과자 만들기다. 내가 그 책을 구입한 곳은 고등학교 근처 상가 안의 작은 서점이었다. 대부분의 손님들이 문제집을 사기위해 들락거리던 그 서점 한구석에 교복을 입은 채로 서서 요리 서적들을 뒤적이고 있노라면 혼자만의 달콤한비밀을 간직한 사람처럼 마음은 간질간질했다. - P15

뜬금없는 고백이지만 나는 어릴 때부터 먹는 것을유난히 좋아하는 편이었다. 다른 아이들처럼 편식을 해서 부모님 속을 썩이는 법이 없었을 뿐 아니라 어른들만먹을 법한 산낙지나 육회 같은 음식들도 대여섯 살 때부터 천연덕스럽게 먹곤 해 어른들을 놀라게 했다. - P19

누군가의 속마음을 알 수 있게 된다면 삶은 행복해질까, 불행해질까? 몸속에 품은 잔가시마저 내비치는 유리메기처럼 우리의 몸도 마음도 투명해져서 깊은 곳에감추어둔 생각들이 타인에게 고스란히 드러난다면? - P27

3월이 되면 강의실에 앉아 있는 파릇파릇한 학생들과즐겨 읽는 작품 중 하나가 필립 로스의 『울분』이다. - P45

너는 네 감정보다 큰 사람이 되어야 해. 너한테 이런 요구를 하는 건 내가 아니야. 인생이 요구하는 거야 * * - P47

동네 슈퍼에서 간단한 생필품을 사서 나오는 길이었다. 초여름의 저녁이라 바람은 선선하고 초록은 무성했다. 폭염이 시작하기 전의 짧은 계절을 즐기려는 듯, 사람들은 하천을 따라 조성된 산책로를 거닐고 있었다. 나 역시 이대로 집으로 돌아가는 것은 아쉬워 발걸음을 돌려잠깐 걷기로 했다. - P59

우리 사회학자가 할 일은 남의 이야기를 분석하는 일이다. 한마디로 그러한 폭력과 무관할 수 없다는 말이다. 사회학자가 이 문제를 어떻게 받아들이느냐는 사회학자 각 개인의 과제일 테지만.* - P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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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에 젊은 사람들이 모여 앉아 연애와 결혼과 출산을 미루거나 포기했다는, 심지어 그 자체에 두려움마저품은 듯한 이야기를 나누는 다큐멘터리를 보았다. - P197

인류는 한 번도 개체수를 자발적으로 줄이는 상황에처해본 적이 없다. - P199

었다. 그 불쾌함은 마치 카프카의 유명한 도끼 썰처럼, 그가 던진 질문이 내 안의 얼어붙은 바다를 깨부수는 도끼였기 때문이었다. - P203

끔찍했던 기억이 몇몇 떠올랐다. 그런데 그때가 그렇게 끔찍하기만 했던가? 아니, 그렇지는 않았다. 즐거웠던적도 행복했던 적도 무수히 많다. 끔찍했던 몇 개의 기억을 떠받치고 있던 작은 기억들은 대개 그런 것들이었다. - P204

하지만 이런 관점을 고수한다면 아이들이 앞으로 맞닥뜨릴 모든 난관에 엄마인 내가 더 안달복달하게 될 것이다. 괜히 끼어들어 아이들의 인생마저 힘들게 만들지도모른다. 내가 힘들 때마다 우리 엄마가 드러눕는다고 생해보다 안 그런가 되어서는 안 된다. - P206

에릭 와이너가 쓴 『소크라테스 익스프레스』의 ‘소크라테스‘ 편에는 철학은 완벽한 답을 내는 것이 아니라 좋은 질문을 던지는 것이라는, 여러 번 들었으나 자꾸 잊게되는 말이 나온다. 좋은 삶은 답이 아니라 질문에 초점을맞추고 그 질문을 살아내는 것이라고도 한다. - P208

. 그럼에도 그는 이 얘기를 무척 재미있게 했다. 어쨌든 여기 멀쩡하게 살아 있으니까. 그 후에도 그는 어쩔 수없이 계속 비행기를 타는데, 그럴 때마다 지난 삶을 정리하는 마음으로 비행기에 오른다고 했다. - P215

진짜 커피의 맛을 알게 된 것은 30대 이후. 이제 커피없는 인생은 상상조차 할 수 없다. 하지만 커피를 마시면불안을 얻고, 불안을 잃으면 커피도 잃는다. 뭘 택해도 망하는 기분이다. 슬프다. - P221

『불안이라는 중독』을 쓴 저드슨 브루어는 불안의 거센 물결에 휩쓸리는 대신 호기심을 가져보라고 한다. 불안이라는 감정과 나 자신을 분리해보라는 것이다. 말했듯이 호기심은 공포와 혼재하기 어렵다. 호기심은 불안을이길 수 있는 거의 유일한 무기다. - P225

언젠가 친구가 이렇게 말했다.
"이번 생은 망했어." - P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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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문을 여니 비현실적으로 축사 냄새가 난다 - P27

우리의 열은 여름 - P23

지난주엔 없었던 것 같은데창 너머창창울울한 나무 한 그루 - P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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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와 생각해보면 내가 했던 아빠의 얘기 대부분은 결국농인 문화와 청인 문화 그 어디에도 속하지 못했던 아빠가 스스로를 어떻게 해쳤는지, 지속되는 자기혐오로 주변을 어떻게망가뜨렸는지로 귀결되곤 했는데, 그럴 때마다 K는 무슨 말을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듯 난감한 표정으로 골똘해지곤 했다. - P55

[끼 없는 게이는 노잼 무맛입니다. 그리고 혹시나 해서 말씀드리는데 저는 비선호를 비선호한답니다.] - P57

아빠 같은 사람들 말고. 너무 오래 외로웠던 사람들 말고.
더 늦기 전에, 거의 사랑하는 거 말고 진짜 사랑을 해보라고. 너는 그래도 돼. - P59

아빠가 듣지 못할 거라는 생각에 했던 말들이 있다. 큰 소리로 말하면 어렴풋이 들린다는 걸 알기에 일부러 작게 중얼거렸던 말들. 입 모양을 보면 감지할 수 있다는 걸 알기에 애써다른 곳을 보거나 웃는 얼굴로 기만하며 했던 말들. - P63

삼촌, 이제 말해도 된대요. - P67

아빠가 죽었으면 좋겠다고 썼어. 그게 내 꿈이라고. - P71

잘 지나와줘서 고마워.
뭐라고? 안 들려. - P74

야, 니가 더 장해. - P74

유치원과 놀이터에서 아이들이 나를 따돌릴 기미를 보이면 바로 내게 다가와서는 속삭였으니까. 여자처럼 말고, 알겠지? - P79

아니, 여성스럽다고 다 이쪽이냐고.
나는 용이를 일단 멈춰 세웠다.
이쪽이라고 다 여성스럽고? - P88

진심으로 나를 걱정하는 엄마의 눈빛. 남들과 다르면 인생이 가시밭일 텐데 이걸 어쩌면 좋나 근심하는 눈빛. 나는 다른애들이 수군거리고 놀리는 것보다 그게 더 싫었어. - P92

아니요, 그런 말은 안 했는데, 그냥 제가 알아요, 속상해한다는 걸. 그래서 말인데, 아저씨가 저 대신 우리 삼촌이랑 많이놀아줄 수 있을까요? 저도 안 놀 건 아닌데, 앞으로도 계속 놀거긴 한데, 그래도 지금보다는 덜 놀아야 할 것 같아서요. - P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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