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인생 최초로 구입한 베이킹 책은 1996년 여성자신이란 출판사에서 출간한 쉽고 재미있는 빵·과자 만들기다. 내가 그 책을 구입한 곳은 고등학교 근처 상가 안의 작은 서점이었다. 대부분의 손님들이 문제집을 사기위해 들락거리던 그 서점 한구석에 교복을 입은 채로 서서 요리 서적들을 뒤적이고 있노라면 혼자만의 달콤한비밀을 간직한 사람처럼 마음은 간질간질했다. - P15
뜬금없는 고백이지만 나는 어릴 때부터 먹는 것을유난히 좋아하는 편이었다. 다른 아이들처럼 편식을 해서 부모님 속을 썩이는 법이 없었을 뿐 아니라 어른들만먹을 법한 산낙지나 육회 같은 음식들도 대여섯 살 때부터 천연덕스럽게 먹곤 해 어른들을 놀라게 했다. - P19
누군가의 속마음을 알 수 있게 된다면 삶은 행복해질까, 불행해질까? 몸속에 품은 잔가시마저 내비치는 유리메기처럼 우리의 몸도 마음도 투명해져서 깊은 곳에감추어둔 생각들이 타인에게 고스란히 드러난다면? - P27
3월이 되면 강의실에 앉아 있는 파릇파릇한 학생들과즐겨 읽는 작품 중 하나가 필립 로스의 『울분』이다. - P45
너는 네 감정보다 큰 사람이 되어야 해. 너한테 이런 요구를 하는 건 내가 아니야. 인생이 요구하는 거야 * * - P47
동네 슈퍼에서 간단한 생필품을 사서 나오는 길이었다. 초여름의 저녁이라 바람은 선선하고 초록은 무성했다. 폭염이 시작하기 전의 짧은 계절을 즐기려는 듯, 사람들은 하천을 따라 조성된 산책로를 거닐고 있었다. 나 역시 이대로 집으로 돌아가는 것은 아쉬워 발걸음을 돌려잠깐 걷기로 했다. - P59
우리 사회학자가 할 일은 남의 이야기를 분석하는 일이다. 한마디로 그러한 폭력과 무관할 수 없다는 말이다. 사회학자가 이 문제를 어떻게 받아들이느냐는 사회학자 각 개인의 과제일 테지만.* - P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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