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 좀더 흐르자 이야기는 자연스럽게 다른 주제로 넘어갔다. 그들은 팝에 대해 이야기했다. 그들은 시에 대해 이야기했고, 미술에 대해서도 이야기했다. 진토닉을 조금 더 시켰고 그 탓인지미주는 말을 좀 많이 했다. 새벽까지 마시고 잡아탄 택시에서 미주는 취한 채로 엄마의 전화를 다시 한번 받았다. - P69
- 가서 사촌들이랑 놀아. 그랬는데도 주영은 자리에서 일어나지 않았다. - P73
꽤나 이래라저래라 하네, 라고 어린 미주는 생각했다. 엄마는 미주라는 이름을 싫어했다. 여자 이름에 아름다울미지를 쓰면 팔자가 사나워진다는 이유에서였다. 그 기저에는 예쁜 여자는 인생이 피곤해진다는 믿음이 있었다. 결과적으로 미주는 거울을 볼 때마다 본인이 피곤해지는 쪽으로 자랐다. 인생이피곤해질 정도의 미모란 무엇일까. 그런 인생이 있다면 한 번쯤살아보고 싶다고 미주는 생각했다. - P79
엄마의 말에 미주는 첫째 이모의 기억이 잠시 자신의 것이 된듯한 착각을 했다. 눈이 내리는 길목에서 외할아버지를 기다리는자신의 모습이 삼인칭시점으로 떠올랐다. 뒤이어 외할아버지가나무 몇 개를 깎아서 윷을 만들어주었던 기억이 났다. 방학 때면시골에 맡겨진 미주는 말을 업거나 내리면서 혼자 윷놀이를 했다. 이기는 사람도 지는 사람도 자신뿐이었다. 별로 좋은 기억은 아닌것 같은데, 미주는 생각했다. - P87
-장례식장 직원이………… 곡 금지래. 아버지의 전달로 곡은 마무리되었다. - P89
술집 벽에 붙은 명언의 맞춤법이 다 틀려 있었다. - P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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