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엔 엄마가 집에 왔었다. 엄마는 안으로 들어오자마자 차가 너무 막혀서 죽든지 죽이든지 하고 싶었다는 말을 늘어놓았고 냉장고를 열어 맨손으로 총각김치를 집어먹었다. 오늘 같은 날 굳이여기까지 올 필요가 있나 싶었지만, 입 밖에 내지는 않았다. - P101

-너희 엄마가 불쌍하다고 해서.
·엄마가 저보고 불쌍하대요?
-그래.
-그런데 왜 엄마는 화를 내고 있죠?
-너한테 못해줘서 그렇대. - P102

담배와 네온사인은 잘 어울렸다. 노란색 줄무늬에 형광분홍빛이 퍼지는 게 마치 전기난로 앞에 있는 것처럼 따뜻해 보였다. 내가 그림을 잘 그렸다면 이런 걸 그렸겠지. 사진을 잘 찍었다면 이런 걸 찍고. - P109

-왜 그래. 누구보다 미래를 살 사람이.
- 맞아, 맞는데, 내가 미래를 모르고 살잖아.
-그래서 미래를 사는 거야, 언니.
. - P120

-탄생의 행위와 죽음의 행위가 한곳에서! - P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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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척점, 더 정확히 말해 정반대의 극(極)은 자주 우리의 관심을 불러일으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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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은 하나의 장소이죠. 비물질적인 장소. 제가 상상의 글을 쓰지 않는다고 해도, 기억과 현실의 글쓰기 역시 하나의 도피 방식이에요. - P80

저에게 있어서 글쓰기란 제 인생에 흥미를 갖는 일이 아닌, 이 분리의 메커니즘을 이해하는 일이 되게 만들어요 - P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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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좀더 흐르자 이야기는 자연스럽게 다른 주제로 넘어갔다. 그들은 팝에 대해 이야기했다. 그들은 시에 대해 이야기했고,
미술에 대해서도 이야기했다. 진토닉을 조금 더 시켰고 그 탓인지미주는 말을 좀 많이 했다. 새벽까지 마시고 잡아탄 택시에서 미주는 취한 채로 엄마의 전화를 다시 한번 받았다. - P69

- 가서 사촌들이랑 놀아.
그랬는데도 주영은 자리에서 일어나지 않았다. - P73

꽤나 이래라저래라 하네, 라고 어린 미주는 생각했다. 엄마는 미주라는 이름을 싫어했다. 여자 이름에 아름다울미지를 쓰면 팔자가 사나워진다는 이유에서였다. 그 기저에는 예쁜 여자는 인생이 피곤해진다는 믿음이 있었다. 결과적으로 미주는 거울을 볼 때마다 본인이 피곤해지는 쪽으로 자랐다. 인생이피곤해질 정도의 미모란 무엇일까. 그런 인생이 있다면 한 번쯤살아보고 싶다고 미주는 생각했다. - P79

엄마의 말에 미주는 첫째 이모의 기억이 잠시 자신의 것이 된듯한 착각을 했다. 눈이 내리는 길목에서 외할아버지를 기다리는자신의 모습이 삼인칭시점으로 떠올랐다. 뒤이어 외할아버지가나무 몇 개를 깎아서 윷을 만들어주었던 기억이 났다. 방학 때면시골에 맡겨진 미주는 말을 업거나 내리면서 혼자 윷놀이를 했다.
이기는 사람도 지는 사람도 자신뿐이었다. 별로 좋은 기억은 아닌것 같은데, 미주는 생각했다. - P87

-장례식장 직원이………… 곡 금지래.
아버지의 전달로 곡은 마무리되었다. - P89

술집 벽에 붙은 명언의 맞춤법이 다 틀려 있었다. - P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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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중 작가 초롱
이미상 지음 / 문학동네 / 2022년 11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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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죽처럼 짧고 경쾌하고 무섭다 터지는 사운드 휘황한 상승과 묵직한 하강 이토록 새롭고 재밌게 매운 문장들을 기다렸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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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03 10:1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01-03 10:14   URL
비밀 댓글입니다.

any.thing 2023-01-03 10: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혹시 제 글에 답글을 남겨주신 것일까요? ^_ㅠ 위 댓글은 비밀글이라 확인이 어렵습니다!

ashram21 2023-01-03 10: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넵 맞습니다 사용 가능 하세요

any.thing 2023-01-03 10:28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