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봄‘이라는 말은 이제 넓은 맥락에서 쓰이지만 다양한 용례를 관통하는 것은, 성취 지향적이고 경쟁적인 시스템을 보완해 서로 의존하고 성장시키는 시스템을 만들 수 있다는 믿음이다. 인간이라면 가질 수밖에 없는 취약성을 수용하고 서로의존하고 보살피며 살아가자는 태도는 능력주의와는 정 반대편에 놓인 것이고, 다양한 존재들이 외부의잣대에 상처받지 않고 각자의 속도로 각자의 모양으로 꽃피우기를 바라는 마음이기도 하다.

어긋나지 않는 자조적 고백도, "열살 된 아이의 내부를 들여다보면 마트료시카 인형처럼 그 속에 좀 더어린 아이, 그보다 더 어린 아이가들어 있을 것 같다."는 서유미의 소름 돋게 정확한 비유도 양육을 하는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수밖에없다.

20대 후반에 이르러 나는 다른 산에오르기로 결심한다. 그것은 영화 시나리오를 쓰는 일이다. 그렇지만 차근차근 설명하는 성격이 아니라서……… 과정은 생략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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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유의 글쓰기 상담소》에는 마흔여덟 개의 질문과 대답이 들어 있다. 지난 글쓰기 수업과 강연에서 자주 받은 질문을 토대로 구성했다. 글을 쓰고 싶어 하는 사람이나 이미 쓰고 있는 사람이나 책을 낸 사람이나, 놀랍게도 묻는 내용은 대동소이하다 - P18

완벽한 사람이 쓰는 게 아니라
쓰는 사람이 완벽해지려는 노력도
할 수 있다는 이야기를 건네봅니다. - P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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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선 것의 그림자이며

2020년 4월 23일의 꿈19세기의 드넓은 초지에 고립되어 살면서 꽃가루의 문법으로글을 쓰는 사람. - P11

가난한 마녀가 있었다. - P13

서사의 기교와 효과에 주의를 기울이고, 그럼으로써 독자를 품위 있게 유혹할 수 있어야 한다. 글쓰기는 커다란 솥단지에 수프 끓이기처럼 자기의 허기를 메울 뿐만아니라 타인에게도 온기와 즐거움을 나누어주는 일인것이다 - P15

2016년 4월 15일의 꿈파란 대야에 용액을 채우고 인화지를 두르면 운동장의연속 사진이 생겨납니다. 야간 경기를 하고 있군요. 역동적조에트로프가 되는 거지요. - P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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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하와 나는 집으로 돌아와 베란다에서 눈사람을 만들며 놀다가, 패밀리 레스토랑으로 저녁을 먹으러 갔다. "비싼 것 먹어도 돼. 먹고 싶은 것 맘대로 시켜"라고 했더니,
정하는 고작 비프카레를 시키면서 "엄마, 오늘 무슨 날이야?"라며 즐거워했다. - P99

2002년, 월드컵 4강 진출의 감동과 환희가 온 나라를 붉게 물들였던 그때, 나는 구 년 동안의 결혼생활을 마무리하고 과감하게 홀로서기를 했다. - P95

"거짓말하지 말아요. 한국말 아는 거 다 알아요. 남자도다 한국말 하는 거였어요." - P84

일단 어떤 경로를 통해서건 번역을 시작했으면 번역료가 박하든 후하든 맡은 일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 고객 혹은 독자나 관객이 이해하고 수긍하는 번역을 해야 한다.
그래야 다음 일이 들어온다. 그래야 번역료도 올라간다.
번역회사하고 7 대 3으로 나눠 갖는 말도 안 되는 번역료받고 열심히 일하려면 짜증날지도 모른다. 이 번역료에이만큼만 해도 된다고 자신도 모르게 대충 하고 있을지도 - P77

3 글을 많이 써보자. 글은 쓸수록 는다. 고기도 먹던 놈이 잘 먹는다고 하는데, 글도 쓰던 놈이 잘 쓴다. 지금까지는 글 쓸 기회가 별로 없었더라도 이제부터 매일 써보자.
블로그든 SNS든 쉽게 글 쓸 공간 많지 않은가. 어디 신춘문예 응모할 것도 아닌데 어깨 힘 팍 주고 각 잡고 쓸 필요없다. 그냥 그날 하루 기뻤던 일, 열받았던 일, 그때그때의느낌, 책 읽은 소감 등 자질구레한 일상을 일기 쓰듯 쓰는습관을 들여보라. ‘누가 와서 보면 창피하잖아요‘라고 생각한다면 비공개로도 충분히 쓸 수 있으니 쓸데없는 걱정마시고. 그리고 제발 관념어나 미사여구 남발하는 멋 부린글은 자제하기 바란다. - P71

혹시 이 글을 읽으면서 ‘나도 한번 짜깁기 책을 기획해봐야겠다!‘ 생각하는 후배들이 있을지 모르겠다. 요즘은저작권 때문에 마음대로 이런 짓 하면 잡혀갑니다요. - P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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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또 십 년이 지났다. 더러 인터넷을 돌아다니다 보면 일본소설을 고를 땐 권남희란 역자의 이름을 보고 고른다며 찬양해주는 독자가 있는가 하면, 권남희가 한 번역은 절대 보지 않을 거라고 굳게 다짐하는 독자도 있다. 독자들의 머릿속에 ‘일본문학 번역가 권남희‘란 이름이 각인되어 있다는 사실만으로 감사할 따름이다. 적어도 이십 년4046 90(20이란 세월이 그냥 흐르지 않았구나 싶어서 뿌듯하다. - P17

, 셋째, TV 삼매경보다 독서 삼매경에 빠져 지내는 게덜 초라해 보이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중요한 건 어른들은 책을 들고 있으면 공부하는 줄 알고 취직해라, 시집가라, 이런 잔소리를 안 한다. - P31

물론 섭섭했지만, 그 말씀도 지당했다. 하지만 작업할때마다 이런저런 이유로 다른 사람의 이름으로 낸다면 내경력은 어떻게 만든단 말인가. 경력이 없는 나는 계속 대리 번역만 해야 하는 건가? - P36

기획 얘기 하다 뜬금없지만, 인생은 참 잘 만들어진 드라마나 영화 같다. 누구의 인생이든 말이다. 그것이 성공한 인생이든 실패한 인생이든 관계없이. 어쩜 그렇게 곳곳에 절묘한 복선을 장치하고, 사건을 만들고, 희로애락을 심어놓는가. 살아가면서 만나야 할 사람들을 시기별로분류하여 적재적소에 데려다 놓고. 이보다 아귀가 잘 맞아떨어지는 완벽한 시나리오도 없을 것이다. 누가 알았겠는가. 어느 날 갑자기 아이디어가 떠올라 책을 사러 갔던도쿄에서 운명의 사람을 만나게 될 줄을, 게다가 그로부터 6개월 뒤에 결혼하게 될 줄을, 그리하여 일본에서 신혼생활을 보내게 될 줄을 말이다. - P49

『고흐가 왜 귀를 잘랐는지 아는가』가 나오며 무라카미류의 인기에 서서히 물이 올랐다. 잇따라 『오디션』도 나왔다. 그러나 같이 구입해온 그의 다른 책들은 빛을 보지못했다. 검토서를 돌려봤지만 SM과 마약, 섹스를 주로 다루는 그의 소설은 잘 먹히지 않았다. 그런데 이듬해부터무라카미 류가 엄청나게 인기를 끌며 그가 쓴 소설이란소설은 모두 출간되더라. 나, 번역계의 이상 맞나 보다. - P60

"그만한 열정이 있으면 무슨 일인들 못 하겠어요. 열심히 하셔서 꼭 원하는 꿈 이루시기 바랍니다. ^^"
참으로 1970년대 새마을운동스러운 멘트이긴 하지만,
원하는 대답이 그것이라면 그 말 한마디 못 해주리. - P65

앞서 얘기한 ‘번역 공부‘도 공부라고 생각하면아마 작심삼일 만에 지겨워질 것이다. 책은 지하철 오갈 때나 집에서 빈둥거릴 때 한두 페이지라도 읽으면 되고, 글쓰기는 시간 날 때 틈틈이 블로그에 끼적거리면 되고, 원서 번역은 하루에 한 줄이라도 옮기면 되고, 스크랩 번역은 날 잡아 한꺼번에 해도 되고…………. 설마 이 정도의 노력도 하기 싫어하면서 번역가가 되고 싶은 건 아닐 테지요! - P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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