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나는 정말 똑똑해
‘너도 똑똑해‘ - P347

"너 겁나?"
"누나 겁나?" - P349

"얼마나 있어, 여기는 과자 파는 점방이 아니야."
"약살 만큼 있어요. 열 내리는 약 필요합니다." - P355

마리코는 충격으로 얼이 나간 상황에서도 대온실을 향해 달렸다. 그리고 온실 앞에 도착해서야 방금 목격한 장면이 떠오르며 눈물이 나왔다. 최대한 숨죽여 우는 마리코의 울음은 울음이라기보다는 자기 신체 가장 안쪽으로슬픔과 공포 그리고 분노를 어떻게든 눌러넣으려는 몸부림에 가까웠다. 그런 압력에 자리를 내준 감정들이 눈물방울이 되어 어쩔 수 없이 밀려나왔다. - P358

"아버지는 오지 않았지?" - P365

. 평생 내 죄는 그것뿐이라고 여겼습니다. 마리코는 엄마에게 죄를 지었습니다. 다른 사람에게는 아닙니다. - P366

돌아오는 KTX 안에서 나는 할머니 유품 중 하나인 스케이트를 안고 있었다. 사양했지만 할머니가 간직해주기를 바라는 사람일 거라는 원장의 설득에 받아들었다. - P373

서울에서 내린 나는 주차해둔 차를 찾아 원서동으로갔다. 낙원하숙도 대온실도 들어갈 수 없는 시각이지만오늘은 그 공간 곁에 있고 싶었다. 창경궁으로 걷는 내 옆에는 여전히 아무도 없고 발을 내밀면 잠시 아무것도 없는 공중인 것도 같았지만 허방을 짚는 듯한 실패감은 느껴지지 않았다. 나는 마치 팔짱을 끼듯 할머니의 스케이트를 옆구리에 끼고 고궁의 담장을 따라 걸었다. - P375

"어르신 오늘 컨디션은 좋으시죠? 어제 병원 갔을 때도약만 잘 먹으면 문제없다고 했잖아요." - P379

노인들은 동시에 얘기하고 다른 사람들 얘기에는 그다지귀 기울이지 않는다는 공통점이 있었다. 하지만 그와중에도 누가 곤란을 겪고 있다는 것에는 눈치가 빤해서마른기침이 그치지 않는 사람에게는 사탕을 권하고 무른잇몸으로 느슨한 틀니를 한 노인에게는 모찌를 가위로 잘라 먹으라고 참견했다. - P381

그리고 그동안 감사했다고 인사하려다 지우고 마마무흰죽지수리의 사진을 첨부했다. 어쩌면 나를 대온실로 이끌어 인생을 수리할 기회를 준 것도 마마무였으니까. 다음 날 소목은 답신을 보내 그 둘 모두가 아니라는 것이 영두씨에게는 다행한 일인가요? 하고 물은 뒤 국군 전사자유해를 담당하는 부서에 연락해보겠다고 했다. - P383

"할머니가 너를 아주 예뻐하셨지, 그치? 나랑 자매처럼대하셨고. 근데 왜 이렇게까지 해, 영두야." - P387

"여기서 그런 거 해도 돼요?" 벌새가 처음으로 나를 향해윙윙댔다.
"아니 안 돼. 하지만 안 되는 일도 가끔 해보고 싶을 때가 있잖아." - P397

"아니란다, 영두야. 그건 인간의 시간과는 다른 시간들이 언제나 흐르고 있다는 얘기지." - P403

"아니란다, 영두야. 그건 인간의 시간과는 다른 시간들이 언제나 흐르고 있다는 얘기지." - P403

"이모, 나무 좀 봐!"
한때는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서늘해지던 곳이지만 이제는 많은 이들의 각자 다른 시간을 거느리고 있는,
우주에서 가장 중요한 별처럼 느껴지는 집. 나는 잎을 다떨구고 가지를 층층이 올려 나무로서 강건함을 띠는 벚나무를 올려다보다가 기쁘게 뒤돌아 다시 섬으로 향했다. - P404

소설을 구상하기 시작한 첫 장면을 기억하는 것은 드문 일이다. 섬광처럼 떠오른 장면을 붙드느라 주위 풍경들은 지워지도록 놔두기 때문이다. 모든 것을 기억할 수는 없다. 하나가 남는다면 그보다 더 많은 것을 망각하게된다. 무심히 살아가면서도 무언가, 어쩌면 내게 더 중요했을지 모를 무언가를 잃어버린 듯한 당혹감에 휩싸이는건 그래서일 것이다. - P407

한때는 근대의 가장 화려한 건축물로, 제국주의의 상징으로, 대중적 야앵의 배경지로, 역사 청산의 대상으로 여러번 의의를 달리한 끝에 잔존한 창경궁 대온실은 어쩌면
‘생존자‘에 비유될 수 있을 것이다. 나는 이 건축물과 함께 그 시절 존재들이 모두 정당히 기억되기를 바란다. 그리고 더 나아가 당신에게도 이해되기를. - P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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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이름은 여기와는 완전히 매질이 다른, 이를테면 물속에서 들려오는 것 같았다. 이해할 수 없고 비현실적이며 듣기를 기대하지 않은 이름이었다. - P334

속이 울렁댔다. 슬픔은 차고 분노는 뜨거워서 언제나나를 몽롱한 상태로 몰아넣고는 했다. - P335

"아니 근데 걔는 네가 그럴 거라고 예상하더라고. 멈추않을 거라고, 영두 너는 할머니를 좋아했으니까 뭐든하고 싶어할 거고 최선을 다할 거라고." - P337

"누나 배고프지?"
"너 배고프지?"
"누나 무섭지?"
"너 무섭지?"
"누나 눈물 나지?"
"너 눈물 나지?" - P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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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하자고 함께하는 사랑이 아닌,
불행해도 괜찮으니까 함께하자는 사랑에게

백로 지나 9월 중순인데도 한여름처럼 더운나날입니다. 뜨거운 햇살과 더운 바람을 온몸으로 맞으며 걸어왔습니다. 사랑하는사람이 이곳에 있기 때문입니다. - P13

마지막을 생각하면 서둘러 오늘이 그립습니다. 미래의 나 또한 지금을 떠올리기 위해 상상의 힘을 빌리겠지요. - P15

첫 산문집이라는 문을 열고 나갑니다.
새하얀 눈이 내려 발자국을 지워주면 좋겠습니다.
걸어온 방향을 몰라 주저 없이 새로운 길로 나아갈 수 있도록. - P17

고등학교 1학년 때, 헤일밥 혜성이 지구 근처를 지나갈 예정이라는, 혜성의 꼬리까지 볼 수 있을 거라는 신문 기사를 봤다.
그 기사를 오려서 벽에 붙여두고 그날을 기다렸다. 내 방 창문에 기대어 서서 며칠 동안 혜성을 봤다. 정말 꼬리까지 보였다. - P33

그저 그런 친구로 남을 수 없다는 마음. - P35

그때 너를 봤어. - P35

친구는 이유 없이 새벽을 걸어와 눈부신 아침을 선물합니다.
나는 이유 없이 저녁을 걸어가 어두운 밤을 보여줍니다.
특별한 날은 아니지만 꽃을 선물하면 그저 받고시들어가는 꽃을 가만히 품어봅니다. - P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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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
고다 아야 지음, 차주연 옮김 / 책사람집 / 2024년 12월
평점 :
품절


영화 보고 너무 기대했던 책인데 책이 아주 예쁘게 나왔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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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중에서도 내가 생각하는 자주 나오지만 답하기 어려게 된다.
운 대표적인 질문으로 ‘어디에서 영감을 받느냐‘가 있다.
처음 이 질문을 받았을 때 어떤 말을 해야 할지 몰라서 한참 가만히 있었던 기억이 있다. 아마 실제로는 몇 초 안 되는 시간이었겠지만 장내의 모든 사람이 내 입만 쳐다보고있는 것만 같은 상황에서 몇 초는 참으로 길게 느껴졌다. - P90

이러한 음악을 북디자인과 비슷하다고 느꼈던 것은 둘다 오래전에 결정된 형식의 반복과 변주를 지속해왔다는부분 때문이었다. 물론 책의 역사에도 기술의 발명과 시간의 흐름에 따라 많은 변화가 있었고, 때로는 변주라는 말만으로 설명하기에는 부족한 혁신과 비약의 순간들도 있었지만 그 결과로 빚어진 차이는 관심을 기울여 살펴보지 않는이상 좀처럼 감지하기 힘들다. 그리고 이 점 또한 두 분야가 비슷하게 느껴졌다. - P95

왼끝맞춤과 양끝맞춤 간의 논쟁은 20세기 초 유럽에서시작되었다. 둘의 관계에서 ‘대세‘이자 표준의 자리에 있었던 것은 양끝맞춤으로, 왼끝맞춤은 양끝맞춤의 단점이 극복된 새로운 시대에 어울리는 합리적 형태로서 제시되었다. 왼끝맞춤 지지자들이 주장한 왼끝맞춤의 장점은 다음과 같다. 첫째, 양끝맞춤은 동일한 글줄 길이를 달성해야한다는 목적으로 단어들을 양쪽 축에 붙이기 위해 억지로잡아 늘려서 글자 사이 간격이 고르지 않다. - P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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