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집 인원은 마흔 명이었다. 조건은 반드시 동행자가 있어야한다는 점이었다. 늘 그놈의 동행자가 문제였다. 나는 십 대 시절발병한 질환으로 겨우 빛이나 구별할 정도의 시력만 남아 있다. - P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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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죽어 개나 될 겨. 으이구, 내 팔자야."
엄마의 염불 같은 신세 한탄에 나도 짜증이 났다. - P87

7월의 하노이는 우리를 뜨겁게 반겼다. - P89

내가 심난해하자 친구 D가 나섰다. 제 부모에게 회사에 휴가를내고 우리를 데려가라며 떼를 썼다. D의 부모님은 울며 겨자 먹기로 허락했다. 그 대신 우리가 보답으로 여행 경비를 부담하기로 했다. 그렇게 우리의 첫 패키지 여행이자 첫 베트남 여행이 시작됐다. - P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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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을 ‘수단‘으로 바라보는 태도입니다. - P54

그 때문에 교환의 논리에 따라 사는 인간은 타인을
‘수단‘으로 다루고 맙니다. - P55

주위에 증여를 하는 사람이 없고, 자기 자신 역시 증여의주체가 아닌 경우, 우리는 매우 간단히 고독해집니다. - P55

그 목적을 이루기 위해서는 모든 것이 반드시 ‘상품‘이 되어야합니다. - P62

우리는 흔히 사람이 보상에 따라 행동하고, 제재에 따라행동을 억제한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앞선 사례들이보여주는 것은 반드시 그렇지는 않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대부분 그렇지 않다는 사실입니다. - P65

‘자원봉사 열풍‘과 ‘헌혈 기피‘
어째서 헌혈은 청년들에게 인기가 없을까? - P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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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한 번씩인데 뭘 그렇게 빡빡하게 해요. 부원장인 윤성이 농담조로 말했다. 옛날에 땡땡이 안 쳤어요? 글쎄, 나는그냥 원칙대로 하는 게 좋아요. 한 번씩 봐주기 시작하면 다들봐달라고 할 텐데. 소진의 대답에 윤성이 어깨를 으쓱해 보였다. 윤성과 함께 학원 문을 잠그고 나왔다. - P229

아무리 생각을 돌려봐도 어깻죽지가 서늘한 느낌은 쉽게 사라지지 않았다. 민소매 티셔츠를 입고 있었다는 걸 소진은 그제야 깨달았다. 한여름이었다. - P234

내 얘기는 안 한 거야? 그의 눈동자가 일렁이고 있었다.
소진은 당혹스러웠다. 급히 시선을 돌린 것은 본능적으로 그의 눈빛 속에 어린 감정들을 읽어서는 안 된다고 느꼈기 때문이었다. 왜 내 눈을 피하니, 라고 기욱이 중얼거렸다. 평소와다른, 엄격한 말투였다. - P236

소진과 연락이 되지 않자 그는 매일 강의실 앞에 찾아왔다.
사범대 일층 복도에서 수십여 명의 학생들이 보고 있는 가운데 그가 무릎을 꿇었을 때, 소진은 지금 기욱이 스스로를 비극적인 드라마의 주인공으로 착각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 P241

졸업 즈음에 이상한 문자메시지를 한 번 받았다. 나쁜 년.
발신번호는 0이었다. 이동통신사를 찾아가면 발신자 전화번호를 알 수 있다는 말을 들었지만 소진은 그러지 않았다. 당시소진이 바란 것은 오직 한 가지, 완벽한 단절뿐이었다. 소진은전화번호를 바꾸었다. - P243

그리고 그것에 대해 자신도 곧 알게 될 것만같은 느낌에 휩싸였다. 기이한 예감이었다. - P246

소진의 휴대폰이 울렸다. 보험회사의 담당자였다. 소진은 깊게 숨을 들이마시고, 결코 의도하지 않았던 그 놀라운 가속도와 그것이 남긴 흔적에 대하여 차근차근 설명하기 시작했다. - P254

재연은 마우스를 움직여 같은 글에 적혀 있는 그 문장을 복사했다. 글쓰기 버튼을 누르고 새 창에 붙여 넣으면서 저 글쓴이도 어디선가 가져온 문장이리라 추측했다. 사람들이 원하는바는 다 비슷비슷할 테니까. 모니터를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성실한 분‘과 ‘모십니다‘ 사이에 ‘아이를 진심으로 사랑해주실 분‘이라는 문장을 넣었다. 한참 있다가 ‘진심으로‘를 지웠다. 물을 한잔 마시고 와서 방금 전 추가한 부분을 다 지웠다.
대신 ‘따뜻한 분‘이라고 써 넣었다. 그러자 조금 나아진 것 같았다. 글도, 마음도. 휴대폰 번호를 적어넣고 게시 버튼을 눌렀다. - P274

에이에스요?
살아보시고 맘에 안 들면 다른 이모로 바꿔드린다고요.
사람을 바꿔드린다는 말을 재연은 한동안 생각했다. - P278

사내아이가 혼자였단 말임다. 엄마 아버지가 노상 바빠서내가 데리고 잠도 자고 목간도 다 시키고 그저 다 키웠는데. - P281

-사모님 재가 마음에 안드시나요? 한번 기회를 주시면 재가 사랑으로 잘 돌볼께요. 잘 돌볼 수 있슴미다. - P283

이제 거기도 변해서 농사지을 사람이 없슴다.
재연은 장소장이 처음에 보낸 메시지를 다시 찾아보았다.
-김남이, 육십 세, 흑룡강성, 유치원 교사 출신. - P288

재연은 다시 소리를 질렀다. 낯빛이 하얗게 질린, 저 바보같은 남편이 부디 이 음습한 계획의 공범이 되어주기를 바라면서. 만약 끝내 눈치채지 못한다면, 그래도 할 수 없었다. 눈물이 쏟아져 내렸다. - P294

‘왜 자꾸‘ 다음의 말은 정확히 듣지 못했다. 아이 둘을 데리고 돌아오는 길에 재연은 그 빈칸에 대해 상상했다. 왜 자꾸말썽일까. 왜 자꾸 지랄일까. 왜 자꾸 엉망일까. 왜 자꾸 슬픔일까. 왜 자꾸 여기일까. 왜 자꾸 자꾸, 자꾸 입 밖으로 발음해보았다. 자꾸 자꾸 은서가 재연을 따라 했다. 재연은 집으로 꺾어지는 모퉁이를 지나쳤다. - P2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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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가 원하는 책을 전달한다‘는 점에서 서점의 위상과 소중함은 똑같다는 사실을 몸소 보여준다. 상품이자 문화재이기도 한 책을 팔기 위해 수많은 책을 읽으며 지역사회와 함께 호흡하려는 서점인의 모습은서점의 ‘오래된 미래‘를 상기시킨다. 우리는 책과 독자의소통을 위해 땀흘리는 서점인들의 모습을 통해, 서점이란책이라는 불가해한 힘을 가진 공공재를 다루는 장인들의무대임을 알 수 있다. - P256

책 말고도 볼 것이 참으로 많아진 세상이다. 한국출판인들은 ‘업계 사람들 말만 들으면 단군 이래 출판계가 흥했던 적이 한 번도 없다‘라는 자조 섞인 농담을 주고받지만 종이책은 여전히 제자리를 그 무엇에게도 내주지 않고있다. 책만이 보여줄 수 있는 세상이 확고하다는 뜻이다.
책방은 사람들을 그 세상으로 안내하는 문지기들이다. 책이 살아 있는 한 책방은 죽지 않는다. - P257

한국에서 오신 분들의 공통점은 다들 우리에게 ‘장하다‘고 표현한다는 점이다. 책방 일이 장한 일이구나. 하루가 많이 고된 날에는 이 방명록을 가끔 펼쳐보고 홀로답글도 달면서 힘을 얻었다. - P259

서울 출장길에서도 아이디어 회의는 계속되었다. 어느출판마케터로부터 "책거리 초기 손님들은 지금도 책거리에 오나요?"라는 질문을 받았다. 당장에 몇몇 떠오르는 얼굴들이 있었다. 책거리가 무사히 10년을 맞이할 수 있는것은 초창기 손님들 덕이다. 그래, 손님들에게 감사하는이벤트도 있어야겠구나. - P261

책거리를 찾아주고 또 찾아와줄 손님들을 떠올리며 이것도 저것도 준비하고, 그 외에도 해보고 싶은 여러 아이디어들을 들여다보면서 결국 이번 이벤트의 핵심은 ‘감사한 마음을 전하고 싶다‘는 것임을 알게 되었다.
책과 관련된 것에는 고마움뿐이다. 내게 아름다운 세계를 알려준 책에게 고맙고, 책의 세계를 여러 사람들과 함께 만들 수 있어 고맙고, 그렇게 만들어진 책을 당신들에게 전할 수 있어 고맙다. 이 책의 마지막 페이지를 빌려 인사를 남긴다. - P2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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