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친구 K는 이야기꾼이다. 그는 언제나 이야기를 내 쪽으로 보내온다. 무언가를 건네주는 사람처럼. 이야기할 때 K의 눈은 내용에 따라 커졌다 작아지며 목소리와 뉘앙스, 표정이 자유자재로 변한다. 내가 특히 좋아하는 건 K의 어린 시절 이야기다. 자기주장이 강하고 명랑하지만, 죽음에 대해 생각하길 좋아하던 어린 K. 나는 K가 혼자 그네를 타며 하늘 끝까지 날아오르길 바랐다는대목을 상상하길 좋아한다. 공중에 포물선을 반복해 그렸을 여자아이, 이마 근처의 머리카락, 다문 입술, 작은 무릎, 꽉 쥔 주먹, 앞을 바라보는 눈동자, 흥분과 열기, 한숨과 권태가 고루 담긴 아이의 기분마저 느껴지는 듯하다. 눈치챘어야 한다. K는 그네를 타고어딘가로 날아가고 싶어 하는, 잠자는 폭죽이었단 걸. - P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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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베스트셀러 작가 대니 샤피로는 곧 한국에서 출간될 책아푸〈계속 쓰기: 나의 단어로>에 이렇게 적었다. ‘글 쓰는 삶이란 용기와 인내, 끈기, 공감, 열린 마음, 그리고 거절당했을 때 대처할 수 있는 능력을 필요로 한다‘고. ‘절제하는 동시에 위험을 감수해야 하고 기꺼이 실패해야 한다‘고. 그의 말대로 쓰는 사람으로 살다보면 더 나은 실패를 위해 자기 자신을 추스르고 다시 시작해야 하는 순간이 있다. 가끔 혼자 감당하기 힘든 그순간을 맞이할 때 희정 작가는 함께 읽고 쓰는 여성연대 모임을 만난다. - P77

자기 안에 질문이 있어야 해요. 책을 쓰고 싶어서 일부러 질문이 있는 것처럼짜내면 누구나 진정성이 없다는 걸 알아요. 자기 안에 분명히 있거든요. 말하지못하고 쓰지 못할 때 마음 안에 응어리진 별 같은 게 있어요. 억눌러도 튀어나올 수밖에 없을 때, 쓸 수밖에 없는 거 같아요. 그러면 어설퍼도 누구나 진정성이 있다는 걸 알아봐요. - P114

"한국사회는 말의 무질서나 오염을 걱정하고, 올바른 말을 병적으로 강요해왔다. 질서는 인위이고위계이자 명령이다. 엘리트주의이고 전체주의적이다. 그래서 표준어를 참조하지 않는 자유의 영토, 작은공동체의 자율적 합의로 만드는 언어가 여기저기 꽃피어야 한다."(<말끝이 당신이다>>국가가 정한 표준어 규정에 반기를 드는 국어학자가 있다. 자유로워야 할 언어가 ‘표준‘이라는틀에 갇혀 다양성을 잃어버리고 있다고. "스스로 말과 글을 둘러싼 이 세계를 독창적으로 해석하고의미를 부여하고 새로운 언어를 만들라고 말한다. 이런 ‘불온한 말‘을 던지는 그는 김진해(54) 경희대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다. <한겨레>에 칼럼 ‘말글살이‘를 쓰고 있다. 그가 상상하는 다른 언어의 세상은어떤 걸까. 그가 쓰는 언어의 세계는 어떤 모습일까. - P89

그럼 작가님에게 글쓰기란 무엇일까요.
"밥벌이예요. 주 수입원인 강의도 글쓰기와 책에 바탕을뒀기 때문에 글을 안 쓰면 밥벌이가 안 되죠. 그런 한편, 글쓰기는제가 성장하고 있음을 확인시켜주는 것이기도 해요. 왜냐하면글은 이전보다 항상 나아지거든요. 제가 쌓아나가는 것도 있고,
시간이 지남에 따라 숙성되고 성숙해지기 때문인 듯해요. 그런것을 확인하는 기쁨이 있긴 해요." - P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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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사쓰는건 항상 어렵다.
그럭저럭 잘 써질 때도 있지만 망칠 때도 많다.
다만 아쉬운건 망쳤다는 것을현장에서 알때가 있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글을 읽고 쓰는 능력을 빨리 키워야했다.
아니면 그만두든가.
아마 집의 경제 사정에 여유가 있었으면그만뒀을지도 모른다.
월급이라는 동아줄을 놓치지 않으려면어떻게든쓸모있는 사람이 되어야한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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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사람들이 자신의 아픈 무릎과 그 치료법에 대해한마디씩 떠들었다. 나도 내게 있던 일화를 얘기했다. 십수년 전 CF 촬영팀이 우리 집에 다녀간 적이 있었다. 그들은우리 집 지하연습실에 딸린 작은 부엌에서 촬영을 했으면좋겠다고 했는데 나는 이 제의를 단칼에 거절했다.
.
- - P25

"너무 힘든데 어떻게 살아야 할까요?"
가끔 나에게 이렇게 묻는 이들이 있다. 덮쳐오는 파도를온몸으로 맞고 선 이에게 어떤 말을 해줄 수 있을까…………힘들어도 버티고 나면 또 보이는 게 있으니까. 하지만 어떤때는 포기하지 말라는 말이 설득력 없다는 걸 안다. - P163

찬물로 머리를 감고 퇴원 준비를 했다. 누워 있는 동안제일 하고 싶었던 일이 머리 감는 일이었다. 환자인 내가오히려 문병 온 친구를 휠체어에 태우고 산부인과 병동 끝에서 끝까지 열심히 걸었다. 어느 사이엔가 병원 복도를 수십 바퀴씩 걷게 되었다. - P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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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너를 위해또 너를 위해너희들을 위해씻고 닦고 문지르던 몸이제 거울처럼 단단하게 늙어가는구나투명하게 두꺼워져세탁하지 않아도 제 힘으로 빛나는 추억에 밀려떨어져 앉은 쭈그렁 가슴아살 떨리게 화장하던 열망은 어디 가고까칠한 껍질만 벗겨지는헤프게 기억을 빗질하는 저녁삶아먹어도 좋을 질긴 시간이여 - P35

다른 여자 열 명은 더 속일 힘이 솟을거야하늘이라도 넘어갈거야그런데 그런데 연애시는 못 쓸걸제 발로 걸어나오지 않으면 두드려패는 법은 모를걸아프더라도 스스로 사기칠 힘은 없을걸, 없을걸 - P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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