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개 충고는 돕겠다는 동기에서 비롯되고, 그래서 의도도 고결하기만 하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대부분 좋은 효과를 거두지못한다. 좋은 뜻으로 한 충고이지만, 동시에 커다란 피해를 불러올 수 있다. 도대체 왜그럴까? 우리는 근본적으로 ‘위로를 얻으려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 P70

자기중심적 관점에서 바라본 해결책이 남에게도 좋으리라고 믿는 것은 전형적인 착각이다. 바로 그래서 충고가 ‘뒤통수 때리기‘가 될 수 있는 것이다. 이른바 ‘자기 계발서‘라고 하는 책들이 쓰레기통에 버려지는 이유가 달리 있는 게 아니다. - P71

비행기 사고로 목숨을 잃는 사람의 수는 생각보다 적다. 독일의 경우에는 오래전부터 단 한 명도 죽지 않았다. 반면, 당신이이 구절을 읽고 있는 동안 심장 순환계 질병으로 독일에서만 족히 세 명이 죽어나간다. 심장마비의 위험은 흡연을 하는 경우 아주 높아진다. 그럼에도 왜 사람들은 담배 피우는 것보다 비행기에 오르는 것을 더 두려워할까? - P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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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구머니나, 저 얼간이들은 왜 저토록 형편없는 관계를 맺으며 살까? 그러면서 아무것도 몰라! 부부들은 대개 자신들의 관계가 남들보다 훨씬 낫다고 여긴다. 이른바 ‘우월함 환상‘을 가장 잘 보여주는 예이다. 우월함 환상은 인생의 거의 모든 영역에 걸쳐 나타나는 현상이다. 이 환상은 우리 모두가 갖는 일종의 선입견으로 다른 사람들과 비교해 자신의 강점을 과대평가하게 만든다. 그것도 터무니없이! 그 결과 우리는 너 나 할 거 없이 자신이 대단히 똑똑하고 매력적이며 걸출한 능력의 소유자라는 환상에빠진다. - P60

그러나 근본적으로 우월함 환상은 ‘자신의 가치를 왜곡하는 현상‘에 지나지 않는다. 심지어 자신에게 심각한 피해를 입힐 수도 있다. 통계를 보면 사고가 일어나는 주된 원인은 운전자가 자신의 실력이 최고라고 자부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언제라도 상황을 자신이 통제할 수 있다고 믿는 탓에 어처구니없는 실수가 벌어진다. 이런 태도는 위험한 추월을 서슴지 않게 만들고, 빙판길에서조차 엑셀을 밟게 한다. 자전거를 타는 사람이나 행인도 마찬가지이다. 빨간 신호등을 무시하고 무단횡단을 하는 아찔한상황을 보라. 독일에서만 매일 거리에서 약 열두 명의 사람이 목숨을 잃는다. 그들은 대부분 죽음 직전까지 자신이 모든 걸 확실하게 통제하고 있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 P61

평소 다음과 같이 자문하는 습관을 들이자. 혹시 지금 나는 우월함 환상에 빠진 게 아닐까? 이런 물음은 사람의 목숨을 구하거나 우리의 지갑을 지켜줄 수 있다. 더 나아가 우월함 환상을 염두에 둔다면 다른 사람들의 행동과 반응을 더욱 잘 이해할 수있다. - P62

아이를 보고 구덩이에 뛰어든다는 것은 동정 때문이다. 우리가 동정을 하는 이유는 고통을 받는 사람의 아픔을 자신의 것으로느끼기 때문이다. 그런데 문제는 동정하는 사람은 의미 있는 해결책을 찾아낼 수 없다는 것이다. - P65

공감을 하려면 타인을 나와 분리된 독립적인 인간으로 볼 수 있고, 그의 마음을 잠시 내 것처럼 느껴도 자기를 잃지 않을 수있는 건강한 자아가 있어야 한다. 하지만 자아의 경계가 약한 사람들은 공감해야 할 순간에 상대방과 자신을 하나로 합쳐버린다. 그렇다 보니 남의 고통에 사로잡혀 자신도 구덩이에 뛰어들어야만 하는 것은 아닌지 두려운 탓에 다른 사람의 시련이나 아픔과 만나는 것을 꺼린다. 이런 사람들은 좋지 못한 기분이 끓어오르는 것을 피하려고 현장을 벗어나는 쪽을 택한다. 양심의 가책을 끌어안고 사는 것이 남의 걱정을 나눠 갖는 것보다 쉽다고 여기는 탓이다. 잘잘못을 따지자는 얘기가 아니다. 다만 우리의심리가 왜 그렇게 작동하는지 알려주는 것뿐이다. 동정은 물론이고 도망가려는 마음 역시 자연스러운 인간의 모습이다. - P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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른 거적 같은 옷이 다름 아닌 죄수복임을 알 수 있었다.
‘그림의 모델은 구드룬 엔슬린, 독일 적군파의 일원이었던그는 1972년에 체포되기 전까지 다섯 차례의 폭탄 테러를 일으켰다. 리히터는 엔슬린의 머그샷 중에서 몇 장을 골라 사진그대로 캔버스에 옮긴 다음 그림을 흐릿하게 변형했다. - P152

-그런 얘기 못 할 건 뭐야 ㅋㅋㅋㅋ풉, 하고 웃은 내가 빠른 손놀림으로 메시지를 보냈다.
- 누구랑 헤어지고 그림 몇 점 음악 몇 곡 남으면 괜찮은 장사 아닌가? ㅋㅋㅋ - P155

그는 헤어질 무렵이 아니었음에도 우리 다음엔 언제 만날까요? 라고 별안간 진지하게 물었다. 나는 그의 성마른 질문에웃음을 터트렸다. 말간 얼굴로 뒤통수를 긁는 그를 보니 나도모르게 입꼬리가 올라갔다. 그런 허술함도 싫지가 않았다. 자주 보고 싶은 얼굴이었다. - P1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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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자두 님. 저는 좋은 건 죄다 물기를 머금고 온다고 생각해요. 말랑하고 유연한 것, 예기치 않게 도착하는 것. 사월의 버드나무 새싹과 막 태어난 시가 그렇듯이요. 봄이 데려오는 것들은 대부분 촉촉합니다. 꽃, 바람, 비, 싱숭생숭한 마음까지요. 그렇지 않은가요 - P177

쓸 때 울음이 온다면, 혹은 울다가 무언가를 쓰고 싶어졌다면 일단 기뻐하세요. 종이 위에서 기뻐하세요. 감정의 넘침을 받아내고, 또 받아내고, 흠뻑 젖으라고 쏟아내세요. (이때 쏟아내는 ‘에너지‘가 중요합니다.) - P178

퇴고할 땐 물기를 싹 닦아내고 ‘정확한 눈‘으로 고치기! 정확함은 고수들이 벗지 않는 안경입니다. - P178

얼마나 많은 인간을 보아왔는지가 한 작가가 가진 ‘서랍‘의 수가 되겠지만, ‘보는‘ 것은 시각으로 하는 작업이 아니다. 눈 말고 어디로 그 인물을 보았나, 인 것이다. 소설가 미즈카미 쓰토무 씨는 그것을 산의 나무에 빗댔다. 저 작가의 산에는 나무가세 그루밖에 안 자라있군. 하고 내 귓가에 속삭인 적이 몇 번이나 있다. 세 그루라면 그나마 다행인 축이고, 저 녀석은 한 그루뿐이라고 말할 때도 많았다."
‘미야모토 테루, 「생의 실루엣, 봄날의책 - P184

니체는 달을 보고 "별들의 카펫 위를 걸어가는 고양이"라고 했어요. 그러니까 시를 쓰는 삶은 이런 거예요. 달을 (단순히) 달이라고 부르지 않는 것. 슬픔을 (단순히) 슬픔이라고 부르지 않는 것. - P1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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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은 당신을 위한 사랑이야기이다. - P197

"Mogę?"(앉아도 될까요?)남자가 내 옆 의자를 가리키며 물었다. 나는 고개만 끄덕였다. 사실 나는 같은 방향을 계속 걷는 노인 때문에 한 번 놀랐고 이어서 어디서 나타났는지 모를 이 거대한 남자 때문에두 번째로 놀라서 목소리가 잘 나오지 않았다. - P301

"Więc pani mówi po polsku?"(그러니까 폴란드어를 하시는군요?)
"Tak."(네.)아주 많이 들었던 질문이다. 나는 간단하게 대답했다. 남자는 내가 받아 든 책더미를 바라보며 다시 물었다.
"Druga wojna światowa?" (2차 세계대전이요?)나는 대답하지 못했다. 책더미를 안아 들고 턱으로 눌러균형을 잡으며 간신히 서 있던 참이었다. 남자도 더 이상 말을 걸지 않았다. 그래서 나는 책을 안고 조심스럽게 몸을 돌려 자리로 돌아왔다. - P304

그 맥락을 조금이나마 이해하게 되기까지는 시간이 꽤 많이 걸렸다. 그의 아파트는 한국식으로 말하자면 원룸에 가까운 구조였다. 작고 좁았지만, 천장이 무척 높았고 그 천장에는 하늘이 보이는 창문이 나 있었다. 밤의 검은 하늘을 배경으로 거울처럼 비치는 그 창문에 떠오른 내 몸과 자신의 묶인몸의 반영을 쳐다보면서 그는 중얼거리곤 했다.
"아름다워." - P308

"전쟁은 오래전에 끝났고 공산주의도 무너졌고 이제는 모든 사람이 자유로우니까 아이들이 저녁 7시에 밖에 나가서 놀아도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고 했어."

"할아버지가 뭐라고 하셨어?"
"아무 말도 안 했어." - P311

이해와 용서는 전혀 다른 문제다.
그가 속삭였다. 다
"묶어줄래?"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 P320

이제 내가 기다릴 것은 아무것도 남지 않았다.
그러나 나는 계속 욕실에서 있었다. 누군가 기적처럼 찾아와서 이 삶에 묶인 나를 풀어주기를 기다리며. - P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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