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암산 방향으로 날아오르는 왜가리를 바라보며 이르자웅은 아무 카페에나 들어갈 수는 없다며 후보군을 댔다. 그의 입에서 한옥 고택을 재단장한 카페, 적산 가옥을 개조한카페, 한옥과 적산 가옥이 섞인 카페, 전망이 좋은 카페 등그럴싸하게 들리는 곳이 줄줄 나왔다. - P129
"진짜 쪽팔릴 만한 일은 안 놀리지. 그럼 장난이 장난이 아닌게 되잖아." - P127
"한밤에 까마귀는 있고, 한밤의 까마귀는 울지만, 우리는 까마귀를 볼 수도 없고 그 울음소리를 듣지도 못해. 그러나 우리가 느끼지 못할 뿐, 분명히 한밤의 까마귀는 존재한다네. 그게 운명이야. 탄생, 만남, 이별, 죽음…… 이런 것들, 만약 우리가 귀 기울여서 한밤의 까마귀 소리를 듣는다면, 그 순간 우리의 운명을 느끼는 거라네. - P86
"가장 약할 때 가장 강한 것이 나오는 법이라네. 감상적이고 무력한 약자의 눈물이 가장 큰 힘이지. - P213
"여자 둘이서 내시랑 호위 무사잖아.""백미랑 현미처럼 둘도 커플인가 보죠." - P97
"하기야그때 얘기를 하기는 해야겠지." 엄마는 자못 진지한 얼굴이 되었다. "그래. 하는 게 좋겠다." - P99
엄마는 그 ‘대체로‘라는 말이 마음에 걸렸다. 검색을 해 보고서 간호사의 설명대로 대부분은 금방 회복하지만 경우에따라서 몇 달씩 지속되는 경우도 있고, 치매와의 연관성에 대해서도 의견이 분분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 P103
"축 처져 있자니 종일 그냥 눈앞에 걱정거리가 둥둥 떠다니는 거야. 계속 보이는 거야. 아유, 그게 어떤 느낌인지 알려나 모르겠다.""알죠." - P105
엽서를 보고 무심결에 꺼낸 이야기에 기막혀하는 웅의 반응에 경진은 외려 마음을 정했다. - P113
"언피시?" 경진은 새어 나오는 웃음을 참을 수 없었다. "와그동안 세상이 확실히 발전했구나. 네 주둥이에서 언피시하다는 말이 다 나오고." - P116
웅은 숯불 화로에둘러앉아 구워 먹는 석화가 가스 불로굽는 것과는 확연히 다른 맛을 자랑하는 대신 그만큼 번거롭다고 강조했다. - P121
"메멘토모리, 죽음을 기억하라." - P19
그러나 그는 도움을 필요로 하는 연약한 사람이 아니라 도움을주려는 사람의 자세로 나를 맞았다. 통창으로 산 그림자와 빛이 쏟아지는 그의 저택에서 나는 한 번도 주눅 든 적은 없었지만, 선생이풍기는 위용에 여러 번 숨을 고르곤 했다. - P21
"선생님, 태초와 나의 거리를 그렇게 쉽게 설명하시면 어떡합니까?" - P27
"재미있지. 배꼽을 만져보게. 몸의 중심에 있어. 그런데 비어 있는 중심이거든. 배꼽은 내가 타인의 몸과 연결되어 있었다는 유일한 증거물이지. 지금은 막혀 있지만 과거엔 뚫려 있었지 않나. 타인의 몸과 내가 하나였다는 것, 이 거대한 우주에서 같은 튜브를 타고있었다는 것. 배꼽은 그 진실의 흔적이라네. - P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