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데로 모아질 수 없는 생각들, 중구난방의 신념들이 내 안에 있다.

다큐멘터리 영화 만들기에 처음으로 도전하면서느꼈던 마음의 갈등들이 아직도 생생히 기억나는 것에 감사함을 느끼며 썼다. 언젠가 이 기억들도 사라질 수 있으니어서어서 책이라는 형태의 머물 집을 마련해주고 싶었다. - P9

"거울이 나를 따라다니는 건가? 내가 보여주기 싫은 것도보고야 마는 거울이?" - P11

자기반영성 self-reflexivity이라는 측면에서 본다면 다큐멘터리 영화는 극영화보다 자유롭다. 다큐멘터리 영화는 작가의 위상에 더 관심을 기울인다. - P13

그때는 몰랐다. 눈앞에서 주인공이 무언가를 하고 있다면 무조건 촬영을 시작했어야 한다는 것을. - P21

우리나라의 역사는 죽음을 죽인 사회, 죽은 사람은 많은데 죽인 사람은 없는 사회. 죽음이여 다시 살아나라 죽음이여 자라나라 밝은 곳에서 밝은 납골당을 설계하고 싶었어. 그래서 무주 추모의 집‘을 밝게 설계한 거야." - P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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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벼움. 상승. 많은 피가 흐른다. 아마도 내게 무한한 양의 피가 있는 듯하다. 어쩌면 내 시간이 끝날 때까지 피를잃을지도 모르겠다. 내 손에서 - P13

더는 당신에게 속한 것도 내게 속한 것도 없었다. 더는어떤 역할도 어떤 자격도 없었다. 부드러움이 오갔다. - P25

그들이 과시하는 이러한 재주, 어리석기 그지없는 재주가 당신에게는 없었다. 교활하지도 서투르지도 않았던 당신은 올바른 마음을 지닌 정직한 사람이었다. - P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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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처럼 도드라지고 눈치 없는 색감의 화사한 옷과 함께 엄마는 걷고 헤엄친다. 내 장래 희망 역시 엄마 같은 여자가 되는 것. 여자인게 아무렇지 않아질 때까지 나도 씩씩하게 흘러갈 것이다. - P164

"엄마, 난 왜 기억이 안 나지?"
"잊고 살아야 편하쟈!" - P166

"자존심으로 산거야." - P171

"엄마, 제발 밤에 집에 있으면 안 돼?"
야간 근무를 해야 10만 원을 더 받을 수 있어서 엄마는내 말을 들어줄 수 없었다. - P170

"그래도 되나."
‘내가 알아서 할게. 내지 마
" - P1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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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왜 물가에 가면 곁에 있는 이에게조금 더 다정해지는 걸까.
-임선우, <오키나와에 눈이 내렸어> <초록은어디에나》, 자음과모음, 2023 - P157

행성 무늬 보라색 수영복은 좀처럼 엄마 선택을 받지 못했다. "할머니가 시장에서 항상 검정 옷, 곤색 옷만사 와서 나는 침침한 옷이 싫어." - P158

키도 몸집도 큰 나와 키와 몸집이 작은 엄마가 세트로과일 바구니처럼 움직였다. 우리의 수영복은 특히 아줌마들에게 인기가 좋았다. - P159

예쁜 옷을 입고 싶은 마음은 나이가 들어도 다르지 않은데,
방법을 몰라 사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게 속상했다. - P160

"아줌마가 저기로 갈게요"
같은 레인에 섞여 수영하던 어린이들에게 스스로를 아줌마라고 부르며 말을 걸 때 나는 자유로웠다. - P162

"행복이 별건가요. 도마도 설탕에 재놨고 바람 불어 시원하고 씻어서 상쾌하면 그게 행복이지요." - P1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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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직과 척추 골절과 팬데믹을 거치며 엄마는 점점 살이쪘다. 의사에게 "살 빼세요"라는 경고를 듣고 올 때마다 엄마는 "빠져야 말이지" 하고 투덜댔다. - P152

엄마 또래인 전사들이 선택한 빛깔은 연두색, 노란색, 연분홍색, 하나같이 엄마가 좋아하는 색깔이고 엄마가수영복으로 입었던 빛깔이다. 시다였던 그들도, 시다 보조였던 엄마도 같은 빛깔로 여성스러워지고 있었다. - P154

사우나에서도 덧신을 신는 할머니의 여자 지수가위스키 도수 정도라면 우리 엄마 여자 지수는 이슬톡톡이나될까. 회사도 맨발에 슬리퍼 차림으로 다니는 나는 제로맥주 여자다. - P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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