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기에 무릇 창작을 하는 사람이라면 어느 곳에있든지 거기 바닥을 자기 맨발로 한번 디뎌 보는 것과 그러지않는 것에 큰 차이가 있을 거란 점이었다. - P64
"맞아요, 바람잡이. 아무튼, 이거저거 다 하는 멀티였어요. 뭐, 제가 주인공처럼 청초한 스타일은 아니니까요." - P67
물론 전에는 저도 주인공만 되고 싶었고 그랬었죠...………. 그래도어쨌든 같이 가야 행복한 거니까요" - P69
"뮤지컬 버전의 영화 말고, 1999년에 나온 「레 미제라블」이요. 근데 제 기억에는 그 아저씨가 죽어요." "그 아저씨? 장 발장이요?" "아뇨, 주인공 말고 왜 그 아저씨 있잖아요." - P72
결국 이와 같은 VIP 시사회의 모습들이 우리 시대 영화의 마지막초상이 되는 걸까? 내 안에 어떤 예감이 있기는 하나 그것에 대해섣불리 말하고 싶지는 않다. 다만 영화의 의자가 하강하고 있는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그리고 아마도 나는 그 기울어져 가는 의자위에 어떻게든 허리를 세워 앉으려고 갖은 애를 쓰면서, 저물어가는 극장의 황혼을 바라보고 있는 것 같다. - P76
그러므로 고대 그리스에서 비극, 곧 ‘염소의 노래‘란 것은, 인간이신에게 더 이상 살아 있는 생명체가 아닌 서사를, 메타포를 제물로바치기 시작했음을 의미한다. 서사의 주인공이 실제 인간을 위하여대신 죽고 대속하는 희생양이 되었던 것이다. - P78
. 나는 내가 왜 그토록 이서사라는 것에 이끌렸던 건지, 동시에 왜 그토록 이 서사라는것을 두려워했던 건지를 깨달았다. 그것은 애초에 서사란 것이살아 있는 것이기 때문이었다. 서사는 자신의 목숨을 바쳐 인류의운명을 바꿀 수도 있는, 그런 중대한 임무를 타고난 생명체 같은것이기 때문이었다. - P79
・・・・・・ 죄송해요, 못 들었어요. 뭐라고요?" "저 어릴 적에, 엄마가 알코올 중독이었어요." - P92
‘서두를 필요는 없다. 반짝일 필요도 없다. 자기 자신 이외에는그 무엇도 될 필요가 없다…………. 제 인생 만트라예요." - P97
아아, 하며 나는 조금 울고 말았다. 객사한 사람의 유골은 원래가려던 곳에 뿌려 줘야 한다고들 해서, 연정은 언니의 재를 강릉경포대 앞 바다에 뿌렸다고 했다. 또 먼저 간 자식의 제사는부모가 지내는 게 아니라고들 해서, 해마다 언니의 기일은 그냥흘려보냈다고도 했다. 대신 한겨울인 언니의 생일 때마다 연정은혼자서 강릉으로 간다고 했다. 그런 식으로, 아직까지 그녀는언니와 함께였다. - P101
요즘도 가끔씩 그것들을 만져 보고는 한다. 지금은 그 어떤 나무도나에게 그처럼 가까이 있지는 않다. 그리고 나는 여전히 매일같이영화 시나리오를 쓰고 있지만, 연남동을 떠난 이후로 다시는 노을에물드는 집에 살고 있지 않다. - P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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