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의 몸은 뻣뻣하게 굳어갔다.
나는 내게 남은 모든 옷을 벗어 그에게 입혔다.
거 해는 아저씨의 심장 같아요발이 되어가는 그를 말없이 지켜보다가 - P87

도착을 모르는 시계 앞에서물거품처럼 사라질이야기 이야기 - P75

너, 정말로 착한 아이구나그들이 기특하다는 듯 웃는다.
입으로는 웃고 있지만 눈으로는 조금도 웃지 않는다. - P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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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 에이지 이런 을 주는시기는다. 이 위 그런데 그런 일이 가능. 이사람들은 그했다. - P89

이 말을 하기 두렵지만, 솔직히 말하자면 나는 더 이상 글을 쓰지 않아도 사는 데에 전혀 지장이 없다. 글 안 쓴다고죽을 것 같지 않고, 오히려 쓰면 죽을 것 같다. 결핍을 무엇으로라도 채워서 성장한 내가 대견하지만, 애를 써서 만든안정적인 삶에서 무슨 글이 나오겠는가. 굳이 글을 쓴다 한들 그 글이 무슨 힘을 가질 수 있을까. - P39

이런 나의 생각이 문제다.
쉬운 것은 인정하지 않는 생각.
어려운 것만 진짜라고 여기는 생각.
결핍과 고통에서 빚어진 게 아닌 글들은가치 없다고 여기는 생각. - P24

"도대체 이게 뭔가요. 뭘 말하고 싶은 건가요." - P137

"좀 더 사회적으로 써주세요."
신문 연재를 할 때, 첫 번째 원고를 넘기고 담당 편집자에게 이 말을 듣자마자 연재를 중도 하차하고 싶었다. 나는 향상 글을 쓰고 있고, 쓰고 싶지만 이렇게 요구 사항을 들으면그때부터는 쓰기가 싫다. 모든 요구가 싫은 것은 아니지만,
‘사회적으로 쓰라‘는 요구는 좀 너무했다. 내가 이미 사회안에서 작동하는 인간인데, 사회인이 글을 쓰면 그게 사회적인 거 아닌가? 지금 쓰고 있는 글의 주제는 ‘쓰다‘라는 형위에 대한 것인데, 이렇게 내가 먼저 생각하지 않은 주제가던져지면 머리가 하얗게 돼버린다. 그 상태로 원고를 한 글자도 쓰지 못하고 한참 시간을 떠나보내던 중, 이 책 편집자님이 메일로 이런 아이디어를 던졌다. - P99

어떤 글은 긍지를 깎아먹고 어떤 글은 자존감을 높인다.
결과가 어떻든 쓰기 만만했던 글은 단 한 편도 없었다. - P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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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서 나는 의식적으로 글을 쓴다‘라는 말 대신 적는다‘라는 말을 선택했다. 사전적 의미로는 차이가없다. 다만 이 단어를 선택한 이유는 글을 쓰는 단계 이전에 철저히(때로는 처절히) 기록하고 적어두는 이의엄중함을 드러내고 싶어서였다. 나는 이제 백남기 농민을 적을 것이다. (…) 한국 농업, 농촌의 역사에서이미 많은 백남기들이 있어왔음을 적으려 한다. 어머니의 죽음을 여성 농민의 죽음으로 받아들이면서 한걸음 걸어 나왔던 것처럼, 이제 나는 백남기 농민을 적으면서 두 걸음 더 나아가보려고 한다. 흔들리면서말이다. - 질적 연구자 좌충우돌기) - P61

20대의 은유는 증권회사 노조 소식지에 인터뷰 기사를 주로 썼다. 30대의 은유는 기업잡지에 실리는 글을 썼다. 사수가 글쓰기를 가르쳐줬지만 체계적으로글을 배우지 못했다는 아쉬움이 들었다. - P57

글쓰기가 삶과 세상을 바꾼다고, 은유는 믿는다. "일하는사람이 글을 쓰면 세상이 좋아진다." 그가 지침으로 삼는 이오덕선생의 말이다. 일하는 사람은 당사자로 넓어진다. 그의 글쓰기수업을 듣는 사람들은 성폭력, 가정폭력, 직장 내 괴롭힘 등 겪은피해를 글로 쓰며 드러내게 된다. "쓰게 되면 말 못한 일을 털어놓게돼요. 약점이고 결핍이어서 말을 못하다가도 글을 쓰면 자신을들여다보게 되니까요. 많은 고통이 말해지고 써지고 바깥으로드러나야 해요. 전면화돼야 해요." - P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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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다정해지려는 노력을 멈춘 적 없었음에도언제나 폐허가 되어야만 거기 집이 있었음을 알았다그래서 왔을 것이다.
불행을 막기 위해 더 큰 불행을 불러내는 주술사처럼뭐든 미리 불태우려고미리 아프려고

이제 소녀를 태울 차례꽃의 절반은 새에게새의 절반은 꽃에게스미게 하고, - P69

없다고 생각하면 없는 거라고어른이 된다는 건 폭격 속에서도꿋꿋이 식탁을 차릴 줄 아는 거라고 - P61

한 그림자가 다가와돌아가는 길을 일러주겠다고 했다.
나는 고개를 저었다.
빛이 너무 가까이 있는 밤이었다. - P51

온전히 나를 잃어버리기 위해 걸어갔다.
언덕이라 쓰고 그것을 믿으면예상치 못한 언덕이 펼쳐졌다.
그날도 언덕을 걷고 있었다.

그건 누구의 기억이었을까 골똘히 동굴을 빠져나오자 어리둥절한 표정의 그가 서 있었다 지도상으로는 여기가 분명했지만 호수는 어디에도 없었다 그때 노란 나비 한마리가눈앞을 스쳐 지나갔다 나비가 내려앉은 곳에 손바닥만 한호수가 있었다. - P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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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키는 불이 아니라 쩔 수 있는 불태우는 불이 아니라 쩔 수 있는 불 - P10

긴 정적만이 다정하다.
다 그만둬버릴까? 중얼거리자젖은 개가 눈앞에서 몸을 턴다.
사방으로 튀어오르는 물방울들저 개는 살아 있다고 말하기 위해제 발로 흙탕물 속으로 걸어들어가길 즐긴다. - P13

털실은 강물 같았다. 굽이굽이 흘러가는 모습은 아름다웠다. 보기에 좋아야 한단다 아가야, 허물 수 없다면 세계가 아니란다. 털실의 길이는 제각기 달랐지만 어떤 뭉치는 빛과어둠의 총량은 같았다. - P18

눈부시게 푸른 계절이었다 식물들은 맹렬히 자라났다 누런 잎을 절반이 넘게 매달고도 포기를 몰랐다.
치닫지 않으면 사랑이 아니라는 듯 - P24

집으로 돌아온 뒤에도 우리는 종종 호수 이야기를 했다.
마음속에서 호수는 점점 커져갔다 어떤 날엔 세상 전체가호수로 보일 때도 있었다 슬픔이 혹독해질수록 그랬다. - P35

풀리지 않는 매듭이라 자신했는데이름을 듣는 순간 그대로 풀려버리는깊은 바닷속 잠수함의 모터가 멈추고눈 위에 찍힌 발자국들이 소리 없이 사라진다.
냄비 바닥이 까맣게 타도록 창밖을 바라보는 사람에게는언제나 등 뒤에 있는이 모든 것 - P37

내 삶을 영원한 미스터리로 만들려고한마리 양은 언제고 늑대의 맞은편에 있다. - P39

고요 다음은 반드시 폭풍우라는 사실여름은 모든 것을 불태우기 위해 존재하는 계절이라는 사실도모르지 않았다. - P46

한없이 길어진 목으로삶이 되지 못한 단 하나의 영원을 생각했다.
손톱 밑에 박힌 유리 조각을 빼내고 싶지 않았다. - P53

무엇이 만든 흰쥐인 줄도 모르고다김하고 안도하는 뒤통수에게넌 죽기 위해 태어났어쓰러뜨리기 위해 태어난 공이 날아온다.
당연한 말이니까 아파할 수 없어불길해지기 위해 태어난 까마귀들이건신주인 줄 알고 어깨 위에 줄지어 앉기 시작한다. - P61

언제든 깨버리면 그만이라는 듯이 말한다.
듣고 있었을 텐데그럴 때 이미 깨져버린 것깨진 거나 다름없는 것 - P77

결국 나는 빈손으로 되돌아왔다.
할아버지, 이 땅엔 노래가 없어요.
울음을 터뜨리는 내게 할아버지는 말씀하셨다.
는벌거숭이의 노래를 가져왔구나, 얘야그건 아주 뜨겁고 간절한 노래란다. - P87

알고 보면 모두가 여행자너도 나도 찰나의 힘으로 떠돌겠지 - P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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