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키는 불이 아니라 쩔 수 있는 불태우는 불이 아니라 쩔 수 있는 불 - P10
긴 정적만이 다정하다. 다 그만둬버릴까? 중얼거리자젖은 개가 눈앞에서 몸을 턴다. 사방으로 튀어오르는 물방울들저 개는 살아 있다고 말하기 위해제 발로 흙탕물 속으로 걸어들어가길 즐긴다. - P13
털실은 강물 같았다. 굽이굽이 흘러가는 모습은 아름다웠다. 보기에 좋아야 한단다 아가야, 허물 수 없다면 세계가 아니란다. 털실의 길이는 제각기 달랐지만 어떤 뭉치는 빛과어둠의 총량은 같았다. - P18
눈부시게 푸른 계절이었다 식물들은 맹렬히 자라났다 누런 잎을 절반이 넘게 매달고도 포기를 몰랐다. 치닫지 않으면 사랑이 아니라는 듯 - P24
집으로 돌아온 뒤에도 우리는 종종 호수 이야기를 했다. 마음속에서 호수는 점점 커져갔다 어떤 날엔 세상 전체가호수로 보일 때도 있었다 슬픔이 혹독해질수록 그랬다. - P35
풀리지 않는 매듭이라 자신했는데이름을 듣는 순간 그대로 풀려버리는깊은 바닷속 잠수함의 모터가 멈추고눈 위에 찍힌 발자국들이 소리 없이 사라진다. 냄비 바닥이 까맣게 타도록 창밖을 바라보는 사람에게는언제나 등 뒤에 있는이 모든 것 - P37
내 삶을 영원한 미스터리로 만들려고한마리 양은 언제고 늑대의 맞은편에 있다. - P39
고요 다음은 반드시 폭풍우라는 사실여름은 모든 것을 불태우기 위해 존재하는 계절이라는 사실도모르지 않았다. - P46
한없이 길어진 목으로삶이 되지 못한 단 하나의 영원을 생각했다. 손톱 밑에 박힌 유리 조각을 빼내고 싶지 않았다. - P53
무엇이 만든 흰쥐인 줄도 모르고다김하고 안도하는 뒤통수에게넌 죽기 위해 태어났어쓰러뜨리기 위해 태어난 공이 날아온다. 당연한 말이니까 아파할 수 없어불길해지기 위해 태어난 까마귀들이건신주인 줄 알고 어깨 위에 줄지어 앉기 시작한다. - P61
언제든 깨버리면 그만이라는 듯이 말한다. 듣고 있었을 텐데그럴 때 이미 깨져버린 것깨진 거나 다름없는 것 - P77
결국 나는 빈손으로 되돌아왔다. 할아버지, 이 땅엔 노래가 없어요. 울음을 터뜨리는 내게 할아버지는 말씀하셨다. 는벌거숭이의 노래를 가져왔구나, 얘야그건 아주 뜨겁고 간절한 노래란다. - P87
알고 보면 모두가 여행자너도 나도 찰나의 힘으로 떠돌겠지 - P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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