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층집에서 강가로 내려가는 도중에 또 하나의 커다란 목조오두막이 있다. 거기에서 강이 흐르는 소리에 섞여 낮고 신음하는 듯한 기계음이 연속해서 들려온다. - P31

"데라토미노 씨 소포입니다."
남자는 소포를 보고, 그러고 나서 게이코를 물끄러미 보았다.
군살 없는 단단한 얼굴에 입과 눈매가 부드럽게 누그러졌다. - P31

우편배달은 하루 단위로 일이 끝난다. 부재중이라 건네지 못한 우편물을 빼고는 갖고 있던 모든 것이 다 상대방에게 건네어지고, 아무것도 남지 않는다. - P35

홋카이도로 이사가려고 하는 것 자체가 엉뚱하다는 것은 스스로도 알고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게이코는 가능한 한 현실적으로 행동하려고 했다. - P37

데라토미노가 무언가 잘못 들은 게 아닌가 하는 것처럼 멍청한 얼굴이 되었다. 그 얼굴이 마음 약한 커다란 개 같아서 게이코는 처음으로 웃었다. - P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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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용과의 대화는 늘 예측을 벗어났고 때때로 내가 결코 생각해 본 적 없었던 이슈로 확장되곤 했다. - P27

그의 이야기에는 내 안에서는 찾아내기 어려운 서사가 있었다. 문학적 핍진성眞性, verisimilitude이라고 하는 것이 있었다. - P27

"파리의 자유를 좋아했어. 그 자유의 공기를. 가식이없고 아름답지. 다들 있는 그대로를 산다고. 그들의 논쟁에놀랐어. 불란서 애들이 그렇게 입술이 얇은 것은 뽀뽀를많이 해서이기도 하고 말을 많이 해서 그런 것도 같아. - P29

나는 인내심이 강한 편인데, 그런 내가싫어졌다. 세상으로 나가고 싶었다. 다른 삶을 찾고 싶었다.
가슴이 답답해서 숨을 쉬고 싶었다. - P31

픽션을 하면서 논픽션이라는 새로운 길에서도 창작의 길을 이어갈 수 있다는 것을 깨닫고 나니 영화 창작의세계가 대륙처럼 웅장하게 느껴졌다. 지금도 그때를 생각하면 가슴이 떨린다. - P33

다큐멘터리 제작에 있어서의 주인공과 감독의 관계성이라는 테마는 정답 없는 함수처럼 복잡하다. - P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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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 둘이에요."
"아, 예." - P46

"똑같은 척하는데 사실은 다른 거, 그게제일 싫어. 억까 당하는 것 같아서 불쾌해." - P48

나는 살사 소스의 맛이 남은 혓바닥을가만히 움직여 작게 따라해보았다. 불쾌해. - P48

이 정도면 편법이 아니라곤 못해도 엄청난위법까지는 아니지 않을까. 나는 내심 그렇게생각하려고 노력했다. - P6

그럼에도 응한다면? 누구든 한 가지 이유때문이라고 짐작할 것이다. 모두가 아는 그것.
순식간에 모두를 합리적으로 만드는 그것. - P51

-실장님 너무 좋은 분.
나는 소정원이 보낸 마지막 DM에 하트를눌렀다. - P54

돌핀 매쓰 수학학원 본원 상담실장김다미. - P58

"아니 그럼 우리가 돈도 없이 남의 집을보러 왔다는 겁니까? 할 일 없어서 남의집이나 보러 다니는 걸로 보입니까?" - P61

매뉴얼만이 실무자를 돕는다. - P66

모르는 새 내가팔아버린 것과, 내가 빼앗긴 것을, 그리고잃어버리지 않은 것을 생각하면서 나는오래도록 자리에서 일어서지 못했다. - P71

A. 2020년대의 개인들, 돈이라는물질과 사랑이라는 감정의 관계를 주제로한 소설을 쓰려고 준비하고 있습니다. 혼자
‘돈과 사랑‘이라는 가제를 붙여두고 물끄러미바라보는 중입니다. - P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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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의점 앞 보도블록 위에 비둘기 한 마리가 앉아 있다. - P8

‘새벽 두세 시? 영화 한 편을?"
"응, 영화 한 편을. 나는 원래 그래. 내가 본 걸 계속 보는 걸좋아해." - P9

"우하하하. 문 열어!" 낡은 아파트 현관문을 내리치며 미연이웃었을 때, 먼 기억 속에 우리가 자주 앉아 있던 그 놀이터, 그 낡은그네 옆에서 다시 색색의 폭죽이 터지는 것 같았다. - P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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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작스러운 질문에 우재가 쭈뼛거렸다.
내가 대신 대답했다. - P46

서울의 부동산에 대해서도 우재는 아주구체적인 최애 리스트를 가지고 있었다. - P29

질문을 질책으로 받아들였는지 아이는고개를 내리깔았다. 뭐라고 대답했지만 잘들리지 않았다. - P33

당연히, 곤란하다고 나는 대답했다. - P36

"우리도 한번 들어가볼까?"
우재의 말은 장난에 가깝게 들렸다. - P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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