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출판계에는 한때 ‘혐한‘ 책이 수많은 출판사에서발행되어 베스트셀러가 되던 시절이 있었다. 이명박 대통령이 독도를 방문했던 2012년부터였을 것이다. - P114

하지만 엉킨 실은 실마리만 잡으면 어떻게든 풀어지기마련이다. 그리고 그 실마리는 쇼가쿠칸 사장님이 다시찾아와주시며 풀리기 시작했다. - P119

2018년 진보초에 세워진 출판클럽빌딩. 일본 출판계의 중심인 그곳, 그중에서 새로 단장한 출판클럽 홀에서한국 도서계의 활발한 모습을 보이고 싶다는 야망이 있었다. 욕심은 늘 큰 비용을 동반한다. - P122

한국에서 130만부, 일본에서 22만 부가 팔린 조남주작가의 82년생 김지영』. 일본판은 얼굴 없는 여성의 앞모습이, 한국판은 여성의 뒷모습과 그림자가 인상적인 표지다. 책의 본문 한 글자 한 글자에 작가와 편집자의 철학이 담긴다면 책의 표지, 띠지, 글자 크기, 종이 재질, 책갈피 등 모든 요소에는 디자이너의 철학이 담겨 있다. - P127

2020년부터 2022년까지 모두가 그저 견뎌야 하는 시간이었다. ‘언제까지‘라는 기약 없이 마냥 버텨야 했던 그시기를 우리는 책으로 건넜다. 사람을 만날 수 없으니 책으로 사람을 찾아 나섰고, 페스티벌은 그렇게 외딴 섬처럼 고독을 견디는 우리를 연결해주었다. - P130

책거리를 아껴주는 이들이 점점 늘어간다. 참으로 고맙고 기쁘다. - P135

거창하게 말했지만 사실 별거 없다. 그저 ‘한 사람에게다양한 부탁을 하는 것이다. 오늘은 A가 가능한지 물어본다. 만약 고사하면 다음번에 B를, 또다시 고사하면 다다음에 C를 물어본다. 다른 일이 아니어도 된다. - P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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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은 조금도 우습지 않아? 나같이 아무것도 안 하고사는 애가 머리 아픈 책을 읽겠다고 덤비면." - P163

"원래 같으면 한 권의 책을 깊이 오랫동안 여러 번 읽는 일의 중요성에 대해 말할 수 있었겠지만, 지금은 아니다 싶을 때내려놔도 돼. 네가 책 읽기를 좋아해서 내가 온 건데, 싫어지면 안 되잖아. 좋아할 수 있는 걸로 읽는 게 차라리 나아. 읽던책을 포기하거나 바꾸고 싶을 때 미리 얘기만 해줘. 어차피 자기한테 인연 닿는 책은 언젠가 다시 펼치게 돼." - P165

"아, 뭔지 알 거 같아. 과잉 방어라 이거지." - P173

충분히 신경쓴다는 입바른 소리에 마음이 녹을 뻔했다는 거인정하지만, 할일이라는 걸 하고 나서도 그럴 의향이라니, 그런게 나한테 있을 리가 없잖아. 뭔지는 몰라도 시키는 일을하면 플러스 마이너스 계산 끝이고, 추가로 그럴 의향이 있다면 그건 더는 상계가 아닌 마음의 문제가 되어버리며 다른 셈법을 도모해야 하잖아. - P189

이렇게 살 바엔 죽는 게 나으니까 차라리나를 죽이라는 건, 내 사전에는 없는 말이야. - P199

그러나 저는 어쨌든 읽기에 대해 조금 더 섬세하게 말할 의무가 있는 사람이므로, 독서가 무용하다고 하여 그것을 하지않을 이유는 없다고 기본적으로 생각합니다. - P205

그런데 그렇게 책을 읽고 공부한 시간이. 그 사치가아가씨를 살게 했다고는 볼 수 없는 걸까요. 타인의 상처를 읽어야만 했던 아가씨에게 책이란 그것을 그냥 넘겨 보는 것만으로도 한 존재를 덮는 궁륭이 되어주지 않았을까요. - P206

"선생님이 나를 여기서 꺼내준다면 그렇게 할 텐데. 나도내가 원해서 여기 있는 거 아니야." - P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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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거리에는 단순히 한국어 책을 사려는 독자들만 모이지 않는다. 일본에 한국 책 실물을 분야별로 만나볼 수 있는 곳은 아직 책거리뿐인지라 일본의 출판관계자들도이 찾아주신다. - P108

"어려운 것은 알지만, 쿠온의 사장이 쇼가쿠칸의 사장을 한번 만나고 싶어한다는 말을 전할 수는 있지 않나요?
부탁합니다!" - P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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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기다렸어요? 늦어서 미안‘ - P137

"조금 실망스럽네."
"
"예?" - P139

아까는 조금 긴가민가했는데, 오언의 얼굴에 다시 한번 떠오른 미소는 이번에야말로 뒷골목에서 우연히 입수한 도자기나 유화의 제작 시기며 기법이니 보존 상태에 따른 가치를 포함하여 진품 여부를 감정하는 것처럼 보였어. - P143

‘어딜 자꾸 내빼. 이리 와서 내 손에 대봐." - P144

설령 마음속에 뭐가 들어 있었다고 한들 겉으로 나온 행동이 그런 거였다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는데다, 그가 말해준 것처럼 ‘후자는 변동이 심하게 마련이니까, 언제라도. - P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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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놈이 그랬지요? 지나가던 조그만 아이가 예뻐서 머리를쓰다듬어줬더니 갑자기 애가 미쳐서 손을 물고 화장실로 도망갔다고." - P113

내가 본, 그러니까 총체적으로는 읽었다고 표현할 수 있는것들에 대해 묘사하려면 나한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부터 말해야 했어. 능력인지 증상인지 이변인지 하여간 뭔가가 나한테 있다는 걸 알게 된 마당이라 충격, 공포, 전율,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하나 같은 걱정, 언제부터 나는 이렇게 됐나, - P113

"이를테면 그렇다는 건데, 나에 한해서는 그게 정상참작의요건이 되지 않을 것은 염두에 두고 있어요. 다만 그 아이는당사자고, 미쳐서가 아니라 그럴 만해서 그랬다는 걸 이야기하고 싶어서." - P115

"농담이 얼마나 홍하는지는 말하는 사람의 혓바닥이 아니라 듣는 사람의 귀에 달려 있지." - P117

그래서 이듬해 시설에서의 마지막날까지 무사히 마칠 수 있었고, 그뒤로는 오언을 잊어버렸어. 그의 이름은 네 귀퉁이가닮은 채, 작은 지갑 안에서 몇 개 되지 않는 동전들과 함께 오래도록 뒹굴었지. 비탈을 따라 굴러온 불운의 바위가 내게로곤두박질해서, 뽑아내지는 못하고 깔끄럽기만 한 모래 파편이일상 곳곳에 박혀버린 어느 날에 이르기까지. - P119

이제 아가씨가 동전 지갑에서 네 모서리가 구겨진 보스의명함을 다시 꺼낼 수밖에 없었던 이유까지 생략하지는 못하겠네요. 아비가 추레한 몰골과 병든 몸으로 뒤늦게 나타난 것 정도는 웬만큼 예상 범위 내의 일이었는데, 그 아비라는 자가 그동안 번 돈을 모두 해먹으리라는 건 생각 못했답니다. - P129

아가씨에게 존속 상해치사의 죄를 추가하고 싶지는 않으니나는 첫번째를 고르고 다음으로 넘어가도록 하겠습니다. - P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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