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랭 드 보통은 《공항에서 일주일을》에서 이렇게 말했다.
"비행기를 타는 것은 우리 자신의 해체를 앞둔 마지막 순간을 어떻게 가장 잘 보내느냐 하는 문제를 제기하곤 한다."
바로 그런 순간에 정신을 바짝 차리려고 애쓴다. - P168

비행기와 극장은 여러 면에서 닮았다. 창문을 활짝 열고 환기할 수 없다는 것, 한가운데 좌석이 부담스럽다는 것도 닮았고음식 냄새가 공유된다는 점도 그렇다. 가장 닮은 건 내가 두려워하는 공간이면서도 선택할 수밖에 없는 공간이라는 점이다.
바로 그런 공통점들 때문에 나는 비행기에서 영화를 자주 본다. 시급한 마감 원고가 있는 경우가 아니라면 대체로 영화 보기를 선택한다. 기내에서 영화를 보면 두 가지 두려움을 하나로 합칠 수 있으니까 효율적인 건지도 모른다. 1+1=2가 아니고 2in 1인 셈이다. - P168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가스통 바슐라르는 「촛불」이란 아름다운 책에서 이렇게 썼습니다.
방빌은 카몽이스가 촛불이 꺼지자 자기 고양이의 눈빛에 기대어 시 쓰기를 계속한다고 적고 있다. 자기 고양이의 눈빛에 기대다니! 그런 부드럽고 섬세한 빛의 존재를 믿는다는 것은 곧 모든 시시한 빛 ‘저 너머‘에 있는 빛의 존재를 믿는 것이다. 지금은 없지만, 촛불은 있었다. 그것은 밤샘을 시작했었고, 그러는 동안 시인이 시작을 시작했다. 촛불은 영감 받은 시인과 함께, 영감을 주고받는 삶, 공동의 삶을 영위했다. 촛불 아래에서, 영감의 불 속에서, 시인은 한 행 한 행, 자기 자신의 삶을, 자신의 불타는 삶을 펼쳤다. 책상 위의 대상들에겐 모두 자기만의 희미한 후광이 있었다. 고양이가 거기, 시인의 책상 위에 앉아, 새하얀 꼬리를 온통 문갑에 대고 있었다.
* 가스통 바슐라르, 「촛불」, 다음의 숲 - P39

꺼지지 않는 촛불. 누군가 들여다볼 때 야위는 심지. 순간 맹렬히 일어서는 고양이의 눈, 그 속에 깃든 생의 비밀. 시를 쓰는 사람의 일이란 아직 촛불을 켜는 사람, 밤의 비밀을 지키려는 사람의 일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당신이 홀로 기대고 있는 ‘빛‘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 P40

시를 대하는 태도에는 정답도 오답도 없습니다. 다만 한 가지 말씀드릴 수 있는 것은 시는 ‘이해받고 싶어 하는 장르가 아니라는 겁니다. 그러니 당신이 시를 앞에 두고 이해하고 싶어 하거나 이해할 수 없어 괴로워한다면, 아예 처음부터 다르게 접근해보라고 권하고 싶습니다. ‘시‘라는 집의 입구를 다른 쪽에서 찾아보는 게 어떨까요? - P42

이 시에서 ‘VOU‘가 어떤 의미인지, 이해하고 싶으신가요? 이런 시 앞에선 이해나 의미가 무색해진답니다. 그보다 시가 시로서내는 소리, 뉘앙스, 에너지를 받아들이고 맛보세요. 소리내어 읽어보세요. - P44

섬세하고 자상한 남자를 만나는 일은 좋다. 옆모습이 아름다운 여자를 보는 일은 좋다. 튼튼하고 견고한 물건을 만지작거리는일은 좋다. 흰 옷이 잘 어울리는 사람이 멀리서 걸어올 때 좋다. 질이 좋은 스웨터를 입고, 비 오는 카페에 앉아있는 일은 좋다. - P83

좋은 눈이란 그게 시의 시작이자 전부일 수 있다고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작가노트를 쓰는 데 혹시 도움이 될 만한 게 있을까 싶어 그해의 일기장을 꺼내 봤다. 몇 해 전부터 나는 날마다 서너 문장을 넘어가지 않는 짧은 일기를 쓰고 있는데, 나의 일상이라는 게 대부분 소설 생각에 저당잡혀 있으니 뭔가 결정적인 단서를 발견할수도 있지 않을까 싶었다. 이를테면 이 소설을 쓰지 않을 수 없었던 동기나 신념 같은 것들, 이 소설의 실마리가 되어준 생각이나상황 같은 것들, 단지 곤란하고 답답했던 기분만으로 소설이 쓰였을 리는 없으니까. - P138

소설과 삶이 서로에게 무용하지 않음을 증명하는 것. 소설과삶이 서로를 외면할 수 없음을 확인하는 것. 요즘 내게 점점 더 중요해지는 건 바로 이런 일들인 것 같다. - P139

소설에서 삶을 말끔하게 분리하는 노력이 아니라 소설과 삶 사이의 복잡한 긴장을 버티는 노력을 하고 싶다. 완전무결해지려는노력이 아니라 그럼에도 천천히, 조심스럽게 연루되어보려는 노력을 하고 싶다. 어차피 어려운 일이라면, 그래도 무릅쓰고 싶다면 그게 더 좋을 것 같다. - P139

로맨틱한 끌림은 느끼는 유로맨틱이며 그 가운데서도 자신은 양성 모두에게로맨틱한 감정을 느끼는 논모노로맨틱, 인주는 이성에게만 느끼는 모노로맨틱이라고 덧붙인다. 주호의 설명에 ‘나‘는 처음엔 의문과 거부감이 들고 이내 배신감을 느낀다. 한때 "접점"(109쪽)이 있는 ‘우리‘ 였으나, 그 결속을 풀어버린 것은 바로 ‘너‘라는 배신감. 그것이 주호와의 만남을 지연시킨 원인이었다.

하루는 주호씨를 미행했어요. 윤범씨를 만난다는 날에요.
네? 언제요?
이번 여름이니까 얼마 안 됐죠. 알아요, 한심하죠. 근데 그렇게안 하면 나중에 후회할 거 같더라고요.
인주씨가 내 반응을 살필 시간이 필요한 것처럼 잠시 쉬었다.
말했다.

끝내 지우지 못하는, 아니 모조리 지워도 속절없이 다시 쓰게 되는 그 대사를.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우리가 얼마나이 왔는지 뒤돌아봐.

"누군가가 널 어떻게 대하는가를 보고너의 소중함을 평가하진 마." 말이 대답했어요.

"항상 기억해. 넌 중요하고,
넌 소중하고, 넌 사랑받고 있다는 걸.
그리고 넌 누구도 술 수 없는 걸

쏠작한겐를 흥미진진하다말이 말했습니다.

"그렇지만 너가이 세상에있고 없고엄청난 차이야."

"나도 그래." 두더지도 말했죠.
"그렇지만 우린 널 사랑해, 그 사랑이널 집에까지 더년 거야..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
"방금, 못 들으셨어요?"
"뭘요?"
목소리가 되묻는다.
그녀는 귀를 기울인다.
"누구… 사람이 있는 것 같았는데…."
가느다란 목소리가 잠시 귀를 기울인다. 그리고 말한다.
"잘못 들으셨을 거예요. 여긴 우리 둘뿐이에요."
그녀는 다시 귀를 기울인다. - P67

그러나 기억은 떠올리려고 노력하면 할수록 희미해져서,
마치 석양 무렵의 햇살처럼, 그렇게 약간의 온기만을 남기고사라져 버렸다. 머릿속에 남은 것은 눈을 뜬 순간부터 그녀를지배한, 주위를 둘러싼 것과 똑같은 어둠뿐이었다. - P69

"최 선생님, 결혼, 했다고, 하지 않았어요?" 그녀는 떨리는 목소리를 애써 억누르며 물었다.
"남편이 바람나서, 이혼당했다고… 하지 않았어요?" 가느다란 목소리가 가느다랗게 한숨을 쉬었다.
"후우…. 대체 무슨 소린지…. 다 아실 만한 분이…."
"아까 분명히 그랬잖아요. 최 선생님 신혼집이라고 했다.
가, 자취방이라고 했다가…, 결혼했다고 했잖아요. 그랬다가이혼당했다고…."
"이 선생님, 횡설수설하시네요…. 머리가 많이 아프세요?"
그녀는 입을 다물었다. - P77

갑자기 발밑의 땅이 물컹, 해졌다. 그녀는 중심을 잃고 넘어졌다. 허우적거리다 간신히 몸을 일으켰을 때, 환한 빛이눈앞을 뒤덮었다. 어둠에 익숙해진 눈은 돌연한 불빛 앞에서기능을 멈춰 버렸다. 그녀는 쏟아지는 빛 속에서 그대로 얼어붙었다. - P79

"피임약은 처방받고 드신 거예요?"
"의사 선생님이 두세 달 먹어 보라고 하셨고, 피임약은 원래 처방 없어도 살 수 있잖아요….."
그녀는 괜히 주눅이 들었다.
"의사가 두세 달만 먹으라고 했으면 두세 달만 먹고 끊었어야죠." - P88

"전공은 어떤 걸 하세요!
"노문학요…."
"특이한 걸 하시네요. 우리나라에 노르웨이 문학을 하는사람은 별로 없죠?"
"저…, 노르웨이가 아닌데…. - P91

"저, 아이 아빠가 돼 주실 수 있을까요?"
"아이 아빠요?"
"예, 사실은 오늘 선 보러 나온 것도 그것 때문이거든요.... - P93

문득 그녀는 피투성이가 된 양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울기시작했다. 처음에는 흐느끼다가 나중에는 걷잡을 수 없이 서럽게 엉엉 소리 내 울었다. 그러나 그것이 안도의 눈물인지,
아이를 잃은 슬픔인지 혹은 다른 무엇 때문인지는 그녀 자신도 알지 못했다. - P118

언캐니 밸리(Uncanny Valley)란 인공 존재의 외모뿐 아니라 행동을 받아들일 때도 적용되는 것인지도 모른다. - P125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