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스통 바슐라르는 「촛불」이란 아름다운 책에서 이렇게 썼습니다.
방빌은 카몽이스가 촛불이 꺼지자 자기 고양이의 눈빛에 기대어 시 쓰기를 계속한다고 적고 있다. 자기 고양이의 눈빛에 기대다니! 그런 부드럽고 섬세한 빛의 존재를 믿는다는 것은 곧 모든 시시한 빛 ‘저 너머‘에 있는 빛의 존재를 믿는 것이다. 지금은 없지만, 촛불은 있었다. 그것은 밤샘을 시작했었고, 그러는 동안 시인이 시작을 시작했다. 촛불은 영감 받은 시인과 함께, 영감을 주고받는 삶, 공동의 삶을 영위했다. 촛불 아래에서, 영감의 불 속에서, 시인은 한 행 한 행, 자기 자신의 삶을, 자신의 불타는 삶을 펼쳤다. 책상 위의 대상들에겐 모두 자기만의 희미한 후광이 있었다. 고양이가 거기, 시인의 책상 위에 앉아, 새하얀 꼬리를 온통 문갑에 대고 있었다.
* 가스통 바슐라르, 「촛불」, 다음의 숲 - P39

꺼지지 않는 촛불. 누군가 들여다볼 때 야위는 심지. 순간 맹렬히 일어서는 고양이의 눈, 그 속에 깃든 생의 비밀. 시를 쓰는 사람의 일이란 아직 촛불을 켜는 사람, 밤의 비밀을 지키려는 사람의 일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당신이 홀로 기대고 있는 ‘빛‘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 P40

시를 대하는 태도에는 정답도 오답도 없습니다. 다만 한 가지 말씀드릴 수 있는 것은 시는 ‘이해받고 싶어 하는 장르가 아니라는 겁니다. 그러니 당신이 시를 앞에 두고 이해하고 싶어 하거나 이해할 수 없어 괴로워한다면, 아예 처음부터 다르게 접근해보라고 권하고 싶습니다. ‘시‘라는 집의 입구를 다른 쪽에서 찾아보는 게 어떨까요? - P42

이 시에서 ‘VOU‘가 어떤 의미인지, 이해하고 싶으신가요? 이런 시 앞에선 이해나 의미가 무색해진답니다. 그보다 시가 시로서내는 소리, 뉘앙스, 에너지를 받아들이고 맛보세요. 소리내어 읽어보세요. - P44

섬세하고 자상한 남자를 만나는 일은 좋다. 옆모습이 아름다운 여자를 보는 일은 좋다. 튼튼하고 견고한 물건을 만지작거리는일은 좋다. 흰 옷이 잘 어울리는 사람이 멀리서 걸어올 때 좋다. 질이 좋은 스웨터를 입고, 비 오는 카페에 앉아있는 일은 좋다. - P83

좋은 눈이란 그게 시의 시작이자 전부일 수 있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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