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이제는 그런 충동들을 잠재우며 무심하게 길을 걷는 감각을 알 것 같았다. 논둑을 논둑으로만 보고한낮의 볕은 볕으로만 보며 주인보다 뒤처져 걷는 늙은 개는 늙은 개로만 보는 것. - P152

거기에 수미 언니가 있으면 이제 장르는 범죄 스릴러가 되는 거죠. 이상한 소리 말아요. - P153

머릿속에서 이름들 다 지우고 더듬어 봐요. 있는그대로. - P154

굳이 설명한다면 친교적 조력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살아 있는 것들이 살아 있는 것들을 돕고싶어 하는 마음. - P157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폴란스키의 영화가 형편없었다면 그는 관객에게 아무 고민거리도 아니었을 것이다. 그저 블랙홀이 되어 버린 수많은 남자 중 한 명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지가 않다. - P21

현대 인물들 중에서 명징한 괴물성과 명징한 천재성이라는 두가지 힘을 평등하게 만들어 조화를 이룬 인물은 한 명도 없다. - P21

나는 인도에 엎어져 있었다. 얼굴은 갈라지고 치아는 들쑥날쑥하고 피부는 벗겨진 채로. <악마의 씨>의 저주가 나에게로 내린 모양이었다. 좋든 싫든 나는 내 뮤즈이자 사랑하는 사람, 내 괴물 앞에 무릎을 꿇고 있었다. - P28

그래서 이 소음 한 가운데서, 이 불평의 맥락 안에서 나에게도끝없는 소음이 들려왔다. 나는 질문하고 또 질문했다. 나쁜 남자들이만든 훌륭한 작품에 대해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 P35

앞서 말했듯이 앨런이 대안으로 생각해 둔 <애니 홀>의 제목은
‘안헤도니아‘였다. 쾌감을 느끼는 능력을 상실한 상태를 말한다. 나또한 근래 쾌감을 경험하는 능력, 특히 예술을 소비하며 얻는 능력이우울증, 지루함, 산만함 때문에 언제 잃을지 모를 위험에 처해 있다고 느낀다. 그에 더해 이제 창작자의 이력을 고려해야 한다고 한다.
나의 쾌감을 방해하는 예술가의 이력을 늘 염두에 두어야 한다. - P41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누구에게나 제 안의 말간 얼굴을 들키는 순간이 있을 것입니다. 제겐 여행지에서의 순간들이 그러합니다. - P10

풋기는 미숙하여 푸른 기운이 남아 있는 정도를 뜻하는 말. 우리 안에서 완전히 새어나가는 순간 우리를 폭삭 늙게 할 무엇. - P13

과거의 장면을 읽고 쓰면서 우리는 남은 날들을 채워갑니다.
때론 과거의 문장 한가운데에 취소 선을 긋고 새 문장을 적어넣으며 시간의 의미를 발견합니다. 실패했다가도 돌아오고 멀어졌다가도 가까워지는 과정을 여행이라 부르면서요. - P20

그런데 아주 의외의 순간에 과거의 장면들이 떠오를 때가 있다. 하루는 하행선을 타기 위해 서울역 플랫폼에서 열차를 가다리는데 일종의 환시처럼, 파리의 기차역에서 보았던 한 연인이 불쑥 끼어들었다. - P28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왜요? 내 말이 신경 쓰이나 봐? - P138

열매의 시선이 가닿은 벽에는 나무 십자가가 보였고사위는 고요했다. 열매는 내세라는 것이 정말 있었다는사실을 깨닫고는 그럼 그렇지 싶었다. - P141

다 잃은 건 아니니까. 가끔 인류애 북돋는 사람도 나타나잖아요. 그쪽처럼. - P143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네? (말을 더듬으며) 저는 있죠, 있어요. - P130

아니, 『햄릿』 대사에서 왔는데? ‘투비 오어 낫투비 To be or not to be‘ 사느냐 죽느냐, 그것이 문제로다. 어 오빠가 지어줬어. 오빠 아는거 짱 많아. - P132

열매는 순리를 거스르지 말라던 할아버지 목소리를떠올렸다. 진짜 만난 것도 아닌데 이상하게 잊히지 않는,
안타까움이 가득한 목소리가. - P136

교미적 느낌적 느낌은 뭘 말하는 건데요? - P138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