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의 말너에게 향기로운 헛것을 보여주고 싶다.
2023년 10월고선경 - P5

방수가 잘되는 페인트를 엎지르고서우리는 온몸이 젖고 있었다 - P13

네 손의 아이스크림과 내 손의 소다수는 맛이 다르다 너의 마음은 무성하고 청보리밭의 청보리가 바람의 방향을 읽는 것처럼 쉬워 - P17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한국에서의 한계 상황들을 돌파할수 있는 대안으로 선택한 미국은 더 이상 대안이 아님을 알게 되었고 불안정한 유학생 신분으로 마주하는 궁핍한 생활은 사람을 자꾸 비겁한 죄인으로 만든다. - P296

사실 비겁함은 어느 순간부터 화제의 감정에서 배제되어왔다. 정체도 전체도 알 수 없는 거대한 도시에서 타인에게 결정권이 있는 취약한 인생을 살아간다는 건 비겁하지않을 수가 없는 일이다. 누구나 다 비겁하기 때문에 누구도타인의 비겁함을 문제 삼지 않고, 그러느라 자신의 비겁함마저 무시해버린 것이다. - P297

그림자조차 되지 못한 ‘사소한‘ 절망들은 평범한 슬픔이자 보통의 슬픔처럼 생겼다. 무심코 보면 온전한 것 같지만 자세히 보면 낱낱이 부서져 있다. - P297

갈등의 패턴 속에서 사람을 만나고 집단에 소속되고 관계를 만들어나가지만 그 모든 시간이 자신의 성장을 담보한다는 어떤 증거도 없다. 이들은 여전히 이쪽과 저쪽 사이에서 위도 아래도 아닌 상태로 공회전을 반복한다. 성장점이 부재한 채로 성장의 가면을 쓰고 가던 길을 계속 가야한다. - P298

현이야말로 소설을 쓴 것이다. 자신에대해 자신이 쓴 즉석 소설이자 스스로도 그 의도를 알 수없는 자전소설. 그러나 즉석에서 쓴 것이기에 그 허구 속에는 진실된 서사가 있다. 그가 살고 싶어 하는 그의 이야기에는 그가 살고 있지 못한 현실이 있기 때문이다. - P300

규정되지 않은 타인과 만날 때 자신의 심층과도 만날수 있다. - P307

도피한 뒤 정착할곳을 찾지 못한 사람은 자신이 누군가의 도피처가 되어줌으로써 간접적으로 정착할 수도 있을 것이다. - P311

좋은 이웃이야말로 도시의 피난처이자 정착지다. 도피한 뒤 정착할곳을 찾지 못한 사람은 자신이 누군가의 도피처가 되어줌으로써 간접적으로 정착할 수도 있을 것이다. - P311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바닥은 추락을 받아 적는 연습장치워야 할 얼룩이라고만 여겨왔는데 - P126

내 인생은 이렇게 시작되었다는 생각이 들어 - P105

횡단보도의 불이 바뀌었는데건너는 사람이 없다 - P87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이 사연이 보도된 뒤로, 나는 저 단어들을 머리에서 지울 수 없었다. 82세, 버려진, 휠체어, 기저귀 봉지. - P260

원래 나는 ‘연령차별주의‘ 같은 포괄적 용어를 싫어하지만, 이제 이 단어를 성차별주의나 인종차별주의 같은 다른 ‘주의‘들처럼진지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 P262

어쩌면 이것은 순진한 생각인지도 모르겠다. 때로 죽음은 어쩔도리 없이 이보다 더 임의적이고 흉하니까. 하지만 할머니는 마지막 순간에 평화롭게 존엄을 지키면서 돌아가셨고, 나는 우리 모두가 마땅히 그래야 한다고 하지만 실제로 그러는 사람은 너무 적다고 생각한다. - P264

내게 지저분쟁이 코치, 지저분쟁이 멘토가 필요한 것은 이 때문이다. 내게 혼돈과 무질서는 인간의 삶과 인간관계에 따르기 마련인 요소라는 사실을 설득시켜줄 사람, 인생의 모든 불안을 걸레와 빗자루로 대처할 순 없다는 사실을 납득시켜줄 사람. 긴장 풀어! 코치는 말할 것이다. 난장판을 즐겨봐! 되든 안 되든 해보고,
모든 걸 통제하려는 마음을 버려! - P269

집 꾸미기 과정은 어느 날 당신이 왠지 불편하고 실망스러운마음으로 집을 둘러보고 이렇게 말하면서 시작된다. "으." - P270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요양 병원을 찾아간다. 연출은 지하철에서 여자에게 계속 연기를 주문한다. 촬영에게는 제대로 찍으라고 닦달한다. 그 뒤에 봉에 기대요. 그렇지. 어둠을 응시하는 거예요. - P285

여자는 상기된 얼굴로 땀을 흘리고 있다. 해골 티셔츠가여자에게 물티슈를 건네자 여자는 얼굴 곳곳을 문지른다.
오늘은 아이스크림이 그려진 핑크색 티셔츠를 입고 있다. - P287

여자 굉장히 많네요. 공중전화카드∙∙∙∙∙∙ 어떤 건 여기영어로도 씌어져 있어요. 텔레폰 카드. 호랑이 그려진 거, 태극기 그려진 거, 종류가 다양하네요.
백 장도 넘을 것 같아요. 꽃, 새, 나비, 산, 도자기,
옛날 그림, 올림픽, 청바지, 자동차...... - P291

"야, 지금 뭐해."
전화를 끊고 다가온 연출이 내 어깨에 손을 얹었지만 나는 개의치 않고 카드를 나누기 시작했다. 여자 앞에 다섯장, 내 앞에 다섯 장. 그리고 말했다.
"시작할까요?" - P293

‘과정‘이라는 지옥에 사는 사람들이 있다. - P295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