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하기에 필요한 것은 일차로 청자의 존재이고요. 말하기와 듣기, 쓰기와 읽기란 비록 그것으로 인해 변하는 실재가 없음은 물론 그것이 거쳐가는 길이 모순의 흙과 불화의 초목으로 닦이고 마침내 도달하는 자리에 결핍과 공허만남아 영원한 교착상태를 이룬다 한들, 그 행위가 한때 존재했다는 사실만으로도 누군가의 영혼이 완전히 부서져버리지 않도록 거드는 법입니다. 언어의 본질과 역할을 두고 명멸하는무수한 스펙트럼 가운데 그것만큼 괜찮은 구실이 또 있는지, 나는 아직 알지 못합니다. - P41
포커스가 아가씨한테로 쏠려 있었기에, 아가씨가 주문처럼읊은 휴지심이니 화장대 따위의 말들이 무엇을 가리키는지 당장은 알고 싶지 않았고, 알고 싶더라도 캐내려 들어선 안 되는영역이라는 본능이 어둠 속에서 천적을 앞둔 곤충의 더듬이처럼 작동했습니다. - P41
나는 뭔가 내게 예정된 자리에 도착했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안도감과는 확연히 다른. - P42
이만한 저택이 극소수 정예로 굴러간다는 건, 그들의 고용주가 온전히 믿는 사람이 꼭 그만큼이라는 뜻이었습니다. - P47
-달콤한 물을 마시려면 설탕이 녹기를 기다리라는 것 말인가요. 베르그송의 『창조적 진화』 제1장일 겁니다. 내가 기다려야 하는 시간은 수학적 시간이 아닌 나의 조바심이다.……………그런 얘기를 할 때 예시로 나왔다고 기억합니다. 2장도 다 못넘기고 그만둬서 확신은 없네요. - P59
-그애는 나의・・・・・・ 질문입니다. - P64
"선생님이 한실장이랑 올라오기 전에 내가 그 사람한테 했던 마지막 말? ‘때려죽여도 너만은 절대로 안 읽어‘였어." - P75
그는 고통에 몸부림치다가 성한 쪽 손으로 내 머리채를잡아당기며 소리쳤어. 여기! 누가 좀! 이 학생이 미쳤나, 이거놔! 나는 머리카락이 한줌 뜯어져나가게 내버려두고 그자의무릎을 걷어차서 바닥에 눕혀버렸어. - P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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