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작아서 매듭을 지으면서 몇 번이나 천을 놓쳤다고 살마는 격렬하게 울면서 말했었다. 그런 살마도 레스보스섬에 도착한 당시에는 열네 살의 어린애에 불과했다는 것을 살마 자신은 자꾸 잊었고, 다른 무엇보다 그것이 그녀의 마음을 아프게 했다. - P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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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가 부자가 아닌 것처럼 영국도 더는 부자가 아니고요. 어머니는 영국의 아이들이 굶고 있다는 뉴스를 본 적이 없나봐요." - P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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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고아가 아냐. 보호시설 같은 덴 절대 안가" - P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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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얼마나 별거 아닌 사람이었던 걸까. - P155

이것이 그 일요일의 전말, 술에 폭 잠긴 채 생각했다. - P158

그런 생각을 하고 나니 조금 황당해져서, 나는 술에 통통 불어난 손가락으로 괜히 미간을 벅벅 긁었다. 그걸 납득하고 나니, 완전히 별거 아닌 게 됐다고는 절대 말할 수 없겠지만 확실히 단단하게 웅크려얼어붙어 있던 마음 가장자리가 조금 노골노골해진것 같기는 했다. 이거 이 술 덕분일까. 여기에 넣었던가루 중에 뭔가가 진짜 효력을 발휘한 걸까. 신기하네, 정말로 신기해. - P159

입에 문 술을 꿀꺽 삼켰다. 술이 독한 것인지 기억이 독한 것인지, 금세 귀뿌리며 목덜미가 새빨갛게 달아오르는 것이 느껴졌다. 나는 술잔을 쥔 그대로 바닥에 주저앉아, 그 뜨끈한 감각이 머리까지 치밀어올라 이윽고 눈시울을 꾹 누르도록 내버려 두었다. 금세 커다란 눈물방울이 끊임없이 떨어져 내 무릎을 적셨다. 그러나 나는 내가 더 이상 슬프지 않다는 걸 알고 있었다. - P174

나의 애인, 혜원은 오늘부로 야쿠르트 아줌마가 되었다. - P1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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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너가 감지되었습니다. 편안한 자세로 앉아 주세요. - P111

"민호야, 나 이제 괜찮아. 너 다 용서할 수 있어"
영인이 빠르게 말했다. - P113

"영인이한텐 너무 고마워요. 사실 저도 이게 훨씬좋고요. 다 좋은데, 제가 이렇게 느끼는 게 미안할 만큼 다 좋은데, 그래도 이게 진짜가 아니라는 생각이가끔 들거든요. 그런데 문제는 저뿐만이 아니라...………영인이도 그렇게 생각하는 것 같다는 거예요." - P127

일은 잠시 휴게소에 들렀을 때 일어났다. 차에서내린 영욱 씨가 화장실에 다녀오겠다며, 주머니에서지갑을 꺼내 쥐어 주었다.
"먹고 싶은 거 다 사요, 나는 아이스아메리카노 한잔만!" - P131

"전 헤어지면 무조건 감정전이를 해요. 얼마나 좋아요? 사랑을 원하는 사람은 생각보다 많고, 저에게는 더 이상 이 사랑이 필요가 없고, 서로 윈윈이잖아요." - P134

사실 이 기억-담금주라는 것이 전부터 궁금하긴했다. 이름 그대로 인간의 기억을 우려내 담그는 술,
그것이 싹 익으면 참으로 맛난 술이 된다지. - P141

4. 유리병에 들어가 앉습니다. 가능하다면 모두 탈의한 상태가 좋습니다만, 속옷 정도는 입어도 상관없습니다. 편안한자세를 취한 뒤 괴로운 기억을 집중적으로 떠올립니다. 위과정을 하루에 1회, 매일 비슷한 시간에 반복하세요. - P145

술이 익는 속도는 사람마다 다릅니다. 기억이 모두 술에녹아나고 마음이 편안해졌다 싶은 순간에 주조를 멈추면 됩니다. 잘 모르겠다면 술맛을 보는 것도 좋습니다. 술이 다 되었는지 아닌지는 저절로 알 수 있을 것입니다. - P145

-헤어짐, 상실, 사별, 번복될 수 없는 이별- 배신, 배반, 신뢰에 치명적인 타격-두려움, 불안, 미래의 특정 상황에 대한 공포-식욕, 성욕, 권력욕, 인정욕 등 주체할 수 없는 특정 욕구-우울, 조울, 특정한 원인이 없는 심리적 괴로움 - P148

나는 박스를 뜯었던 커터칼을 도로 집어들고 유리병 앞에 섰다. 다섯 개의 비닐 포대를 모두 뜯어 병안에 쏟아부었다. 서로 미묘하게 색이 다른 가루들이차르르, 바닥에 소복이 쌓였다. 이래도 되나 싶었지만 망해도 어쩔 수 없지 싶은 심정으로 비닐 포대를톡톡 털어 모서리에 모인 가루까지 몽땅 털어냈다. - P150

차라리 방금 불붙은 듯 뜨거운 금단의 사랑 같은느낌이었다면 조금은 이해했을지도 모른다. 나도 가끔 그런 게 그리울 때가 있었으니까. - P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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