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얼마나 별거 아닌 사람이었던 걸까. - P155

이것이 그 일요일의 전말, 술에 폭 잠긴 채 생각했다. - P158

그런 생각을 하고 나니 조금 황당해져서, 나는 술에 통통 불어난 손가락으로 괜히 미간을 벅벅 긁었다. 그걸 납득하고 나니, 완전히 별거 아닌 게 됐다고는 절대 말할 수 없겠지만 확실히 단단하게 웅크려얼어붙어 있던 마음 가장자리가 조금 노골노골해진것 같기는 했다. 이거 이 술 덕분일까. 여기에 넣었던가루 중에 뭔가가 진짜 효력을 발휘한 걸까. 신기하네, 정말로 신기해. - P159

입에 문 술을 꿀꺽 삼켰다. 술이 독한 것인지 기억이 독한 것인지, 금세 귀뿌리며 목덜미가 새빨갛게 달아오르는 것이 느껴졌다. 나는 술잔을 쥔 그대로 바닥에 주저앉아, 그 뜨끈한 감각이 머리까지 치밀어올라 이윽고 눈시울을 꾹 누르도록 내버려 두었다. 금세 커다란 눈물방울이 끊임없이 떨어져 내 무릎을 적셨다. 그러나 나는 내가 더 이상 슬프지 않다는 걸 알고 있었다. - P174

나의 애인, 혜원은 오늘부로 야쿠르트 아줌마가 되었다. - P1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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