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르다는 건 얼마나 다행스러운 일인가!
우리의 다름으로 완성한 이 이야기가, 읽는 이의 다름과 만나 더 견고해지기를 바란다. - P175

지금 우리 사회 담장 너머에 있는 존재들중 가장 차별받는 자들은 그 누구도 아닌 동물이고, 가장저평가된 존재가 있다면 바로 길고양이 돌보미들일 것이다. 오늘 밤에도 자매는 어김없이 사람들의 눈을 피해 집을 나설 것이다. ‘살리는 일‘로서 가장 구체적 희망을 실천할 것이다. - P183

반면 한 학생이 강아지 같은 얼굴로 소영에게 던진 첫질문은 "개가 귀여워요? 고양이가 귀여워요?"였다. 학생들은 당장 ‘개파‘와 ‘고양이파‘로 나눠 토론이라도 할 것처신이 난 표정이었다. 진심으로 부러웠다. 일등은 떼어놓은 당상이었다. 하지만 그는 썩 기쁜 것 같지 않았다. 낮은 목소리로 "우리가 하나의 다른 종을 귀엽다고 여기는마음에 어떤 위계가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봐야 한다" - P180

보고 싶은 것은 직접 보아야 하고, 원하는 곳은 내 발로탐험해야 하며, 경험한 것은 직간접적으로 모조리 소유해야하는 근대적 욕망... 우리는 이것이 탐조의 밑바닥에 깔린 욕망이라고 생각한다. - P170

현대 사회에서 보는 것이란 소유욕과 연결되는데, 이는 본 것이 곧 경험 자산이 되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이국의 땅이나 특이한 공간을 여행하며 목격한 것들을 사진이나 동영상의 형태로 저장한다. 이때 드물고 희귀한 것을 많이 본 사람은 값비싼 경험 자산을 소유한 셈이 된다. 2022년, 경향신문에는 이런 기사가 실렸다. <가장 많은 새를 관찰해야 우승하는 탐조 대회… 올해는 새가 눈에 띄게 적은이유>10), 24시간 동안 새를 가장 많이 본 팀이 우승하는 행사였다. - P1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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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매일기
박소영.박수영 지음 / 무제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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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편함을 택하는 순간에는 때로는 전부가 필요하다. 지금을 다 걸고 나서도 매일 마음을 조금씩 더 거는 일이 어떻게 가능할까. 여기 어떤 대답이 있다. 의심과 확신을 나눠 가진 동지를 찾아 내는 것, 아주 밝은 등잔의 밑, 이 자매가 만들어내고 있는 둥지들의 동지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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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상에 놓인 파라솔 의자에 마주 앉았을 때 나는 여자에게꽤 당돌한 면이 있다는 걸 알았다. 여자는 단도직입적으로 용건을 말했다. - P15

"그러니까 출판을 의뢰하러 오신 게 아니네요."
"네."
"아까 원고를 가져오셨다고 하지 않았나요?" - P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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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의 언어는 소란을 몰랐다. 물속에 머리를 담그면 바깥의 소리가 ‘웅얼웅얼 보글보글‘로 자동 번역됐다. - P111

배영은 또 어떻고. 물 위에 둥둥 떠서 타일을 따라가는지루함이 특히 좋았다. 시작할 때 정해놓은 타일 배열만 놓치지 않으면 목적지에 무사히 도착할 수 있었다. 잠시 딴생각이 비집고 들어와서 방향을 잃어도 초급반 동기들과박치기만 한 번 하면 그뿐인 세상에서 나는 도리 없이 느른해졌다. - P112

다큐멘터리 영화 <나의 문어 선생님>에는 유독 공감되는 지점이 많았다. 고양이 ‘모리‘를 만나러 산에 다니던지난 2년 동안 나는 영화와 똑같은 과정을 육지에서 겪었다. 상어에게 쫓기는 문어의 모습에 들개들에게 쫓기던 모리가 겹쳐 보였다. - P114

곧바로 두 단어가 머릿속에 떠올랐다. 하나는 당연히!
‘동물‘, 다른 하나는 ‘동생‘이었다. 동물 혹은 동물권은 내 삶의 마지막 어휘이고, 그 과정을 처음부터 끝까지 함께하는사람이자 내 인생의 반려인이 바로 동생이니까. - P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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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가 웃기 시작했다.
"뭔데요, 어머니?"
"아니, 자꾸 웃음이 나네."
나도 자꾸 웃음이 났다. - P116

오랜만인데도 전화를 받자마자 금세 알아들을 수 있었다.
그의 목소리가 특이하거나 개성적이어서 그런 건 아니었다.
평범한 음성이었지만, 아, 하고 2, 3초 만에 알아들었다. 그의 목소리 속에 미묘하고 독특한 머뭇거림이 실핏줄처럼 흐르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 음색은 순간적으로 내 시간을 정지시켰다. - P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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