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의 언어는 소란을 몰랐다. 물속에 머리를 담그면 바깥의 소리가 ‘웅얼웅얼 보글보글‘로 자동 번역됐다. - P111
배영은 또 어떻고. 물 위에 둥둥 떠서 타일을 따라가는지루함이 특히 좋았다. 시작할 때 정해놓은 타일 배열만 놓치지 않으면 목적지에 무사히 도착할 수 있었다. 잠시 딴생각이 비집고 들어와서 방향을 잃어도 초급반 동기들과박치기만 한 번 하면 그뿐인 세상에서 나는 도리 없이 느른해졌다. - P112
다큐멘터리 영화 <나의 문어 선생님>에는 유독 공감되는 지점이 많았다. 고양이 ‘모리‘를 만나러 산에 다니던지난 2년 동안 나는 영화와 똑같은 과정을 육지에서 겪었다. 상어에게 쫓기는 문어의 모습에 들개들에게 쫓기던 모리가 겹쳐 보였다. - P114
곧바로 두 단어가 머릿속에 떠올랐다. 하나는 당연히! ‘동물‘, 다른 하나는 ‘동생‘이었다. 동물 혹은 동물권은 내 삶의 마지막 어휘이고, 그 과정을 처음부터 끝까지 함께하는사람이자 내 인생의 반려인이 바로 동생이니까. - P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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