뒷동산에 올라가 산딸기 군락지로 데리고 갔다. 붉게 익은산딸기가 너와 내 입으로 들어갔다. 산딸기 가시넝쿨에 쏠린자국이 팔과 다리에 훈장처럼 흉터를 만들었다. 때론 옆집 뒷마당의 옛 우물을 들여다보게 해주고, 포도나무 울타리 밑으로기어들어가 연보랏빛으로 익기 시작한 포도알을 따서 너와 내입속에 넣었다. 익지 않은 포도알은 너무 시고 떫어서 온몸이뱅뱅 꼬이는 것 같았다.

"철없죠. 아이는 죽어가는데 어미가 돼서 내 즐거움을 찾고있으니."

"나는 천사를 얻었고 세상은 지옥이 되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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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에서 살며 제주에 대한 글을 쓰면서 할 이야기는아니지만 고백하자면, 언젠가 서울 사대문 안에서 살고 싶다는 꿈을 가지고 있다. - P211

모슬포가 일제강점기와 4.3사건, 한국전쟁을 지나며 겪은 수난과 상처를 살폈다. 쓰는 일이 쉽지 않았다. 이방인이과연 이 이야기를 잘 전할 수 있을까 하던 염려는 사소한 걱정이었다 - P205

제주도, 특히 인적이 드문 중산간 산골에 살다 보면 종종 마음이 느슨해지곤 한다. 시간과 공간의 감각이 희미해진다. 여유가 있다는 건 좋은 일이지만 그러다 보면 생활의 감각을 놓치게 되는 경우가 있다. 오래된 간판은 상점의 역사를 보여준다. 수십 년간 한 장소에서 상점을 운영해 온 상인이 존경스럽다. 그러니 나도,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걸음이 씩씩해졌다. 나태해지는 날 다시 또 모슬포를 걸어야겠다고 적는다. - P1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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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정신 차려! 응?"
여자애가 뭐라고 웅얼거리며 옆으로 넘어갔다. 그 바람에 여자애의 앳되고 못생긴 얼굴이 드러났다. - P155

건물 뒤편에서 석호는 술에 취한 여자애를 발견했다. - P155

석호는 애교를 떨며 혀 짧은 소리를 냈다.
"나 또 임신한 것 같아."
석호가 그녀의 몸을 떼어냈다. - P1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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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라도, 아파트도 정리하고 여기로 들어오세요."
둘 사이에 어색한 침묵이 계속되었다. 갑자기 심 여사가 낮은웃음소리를 냈다. 어두운 가운데서도 오 여사는 심 여사 얼굴에 각목을 부러뜨리는 것 같은 억지웃음이 떠올라 있는 것을보았다. - P81

캄캄한 버스 정류장에 혼자 앉아 멍한 상념에 빠져 있던 오여사의 귀에 어느 순간부터 남자인지 여자인지 알 수 없는,
낮고 갈라진 듯한 쉰 목소리가 웅얼웅얼 울려오기 시작했다. - P85

전화를 받기 전에 나는 며칠 뒤가 생일인 미영 씨의 선물을고르기 위해 인터넷 쇼핑몰에 접속해 있었다.
"전데요." - P89

"어제 엄마가 꿈을 꿨다고 그래요."
도우가 옆집 축사 소식을 전하듯 툭 말을 던졌다.
"무슨 꿈을요?"
도우는 내 질문에 대답하는 대신 엉뚱한 말을 했다.
"제주도에 한번 오세요." - P91

"뭐 그렇게 신기한 동물 보듯 꼬치꼬치 보지 마세요."
아, 내가 그랬었나 싶었다. 그랬을 것이다 싶기도 했다.
"미안해요. 신기한 동물 보듯 그런 건 아니고, 대견해서 그래요." - P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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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친구들과 화해하는 유일한 길은 그들과 영원히 헤어지는 것이다. 얼마간 떨어져 있다 보면 비몽사몽간에 우연히 옛 감정이 되살아날지도 모른다. - P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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