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조금은 단호하게 말할 수 있는 것 중 하나는 시를 읽는 일에는 이론의 넓이보다 경험의 깊이가 중요하다는 사실이다. 우리는 어떤 일을 겪으면서, 알던 시도 다시 겪는다. 그랬던 시들 중 일부를 여기 모을 수 있어서 감사하다. 이 책의 가장 심오한 페이지들에는 내 문장이 아니라 시만 적혀 있을 것이다. 동서고금에서 산발적으로 쓰인, 인생 그 자체의 역사가 여기에 있다. - P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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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겪은 시를엮으며

‘인생‘은 조금도 특별하지 않은 특별한 말이다. - P6

‘시‘는 그다지 대단하지 않은 대단한 예술이다. 시는 행과 연으로 이루어진다. 걸어갈 행, 이어질 연. 글자들이 옆으로 걸어가면서 아래로 쌓여가는 일이 뭐 그리 대단할 게 있겠는가. 그런데 나는 인생의 육성이라는 게 있다면 그게 곧 시라고 믿고 있다.
걸어가면서 쌓여가는 건 인생이기도 하니까. 그런 의미에서 인생도 행과 연으로 이루어지니까. - P7

출생 이후 그는 제 인생을 조금도 낭비하지 않고 완전연소의 방식으로 살아냈다. 천장을 향해 뉘어진 몸을 스스로 뒤집었고, 곧이어 두 팔로 포복하기 시작했으며, 어느 날엔 허리를 세워 앉더니, 마침내 벽을 짚고 일어서기 시작했다. 인생은 불쌍한 것이지만 그래서 고귀한 것이라고 () 말하는 아주 작은 사람, 그런 그가기루어서 나는 이 책을 엮는다. - P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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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모 아까 전화 잘못 걸었어요?" - P66

"아, 그게 쿠바였구나, 페루 아니고."
은하는 아차 싶었지만 지민은 그런 게 중요한 사람이아니니까 부끄러워하지는 않기로 했다.
"응, 구원이 있긴 있었더라고." - P63

‘알면 얼른 나와 방영시간 앞당겨져ㅆ어.‘
마음이 급해 은하는 오자까지 냈는데 정작 태만은 한참 뭔가를 입력하다가 ‘이제부터는 저도 영혼 있는 방송하려고요^^;‘라고 답했다. - P61

"근데 그 참가 신청을 어떻게 국장부터 아냐고요."
지민은 분명 내막이 있다고 확신하는 눈치였지만 절차상 막을 도리도 없어서 나중에는 자기 혼자 삭였다. - P47

"그렇지, 그러면 안 되죠." - P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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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곽 선생 딸이에요?"
그러자 토끼처럼 눈이 커진 그녀가 선숙 앞으로 몸을 들이밀며 물었다.
"어떻게 아셨어요? 저 아빠랑 닮은 구석이 없는데…………."

"그래서 낮에 찾아올 수 있었군요. 평일에 직장인이면 오기가 그럴 텐데."
"사실 먼저, 저희 아버지가 선생님께 제 이야기를 하셨다는 데 놀랐어요."
"선생님 말고, 그냥 오여사라고 불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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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그해 예후이와 함께 보았던 호수를 생각하면, 세상 어디에서는 호숫물로 등잔을 밝힐 수도 있다는 얘기를 기꺼이 믿었다는 사실을 떠올리면 상심이 아물면서 옥주는 옥주 자신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 다시금 월계동 옥주로, 속상한 일이 있으면 언제든 바람막이를 꺼내 입고 못난 자신이 갸륵해질 때까지 걷는 중랑천의 흔하디흔한 사람으로. - P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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