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숙하게 싫어하던 대상에 낯설게싫어하는 마음이 슬그머니 묘연해질임해보면때가 있다.
정해진 길이에 맞춰 써야 한다는 생각으로 글을 쓸 때는 느껴보지 못했던 음악적 감각이 이번 책에 동원되었다는 것은 음악가이기도 한 나에게무척 편안하고, 또 의미 있는 경험이었다. - P8
놀이터 벤치에 앉아 있는데 한 손에 깁스를 한 할머니가다가와 정중하게 자신의 손톱을 깎아줄 수 있는지 부탁해왔다는 글을 SNS에서 읽었다. 글쓴이는 흔쾌히 손톱을 깎아드렸고 답례로 행주와 율무차를 받았다고 했다. 요즘 이런 글에 유난히 울컥한다. - P21
‘반드시 내가 해야만 해‘라는 말은 주인공의 말이라고생각한다. 그래서 사랑을 할 때 우리는 ‘당신이 아니면 안된다‘라는 말을 한다. 사랑을 할 때 세계의 주인공은 ‘나‘와내가 택한 ‘당신‘이므로, - P33
나는 침대에 누운 채로 그의 목소리를 들으며 어쩌면 ‘~인 것 같다‘는 말도 정직함과 정확함이라는 미덕을 포기하지 않으려는 태도 속에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들었다. - P47
이런 애매모호함의 영역을 맡고 있는 모든 표현이 새삼소중하게 여겨진다. 뭔가 왠지 좀 막 그냥・・・・・・. 그것은 인간 소통의 연골 같은 역할을 해주는 것만 같다. 뼈처럼 확실하고 분명한 말들이 중요한 세상이지만 그런 말들은 연골과 함께 비로소 굴곡하며 다른 뼈들과 같이움직이는 일이 가능해진다. 멀리까지 달려나갈 수도 있고말이다. - P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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