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사람이 그럴 만한‘가치’가 있는 사람인지 아닌지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 그리고 지금은 그 모든 일들이 다른 여자가 겪은 일인 것처럼 생소하게 느껴지기 시작한다. 그러나 그 사람 덕분에 나는 남들과 나를 구분시켜주는 어떤 한계 가까이에, 어쩌면 그 한계를 뛰어넘는 곳까지 접근할 수 있었다. - P65

. 예전 같으면 관심도 갖지 않았을 감상적인 곡조와 가사가 내 마음을 뒤흔들었다. 그런 노래들은 솔직하고 거리감 없이 열정의 절대성과 보편성을 말해주었다

그 사람은 "당신, 나에 대해 책을 쓰진 않겠지" 하고 말했었다. 나는 그 사람에 대한 책도, 나에 대한 책도 쓰지 않았다. 단지 그 사람의 존재 그 자체로 인해 내게로 온 단어들을 글로 표현했을 뿐이다. - P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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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숙하게 싫어하던 대상에 낯설게싫어하는 마음이 슬그머니 묘연해질임해보면때가 있다.

정해진 길이에 맞춰 써야 한다는 생각으로 글을 쓸 때는 느껴보지 못했던 음악적 감각이 이번 책에 동원되었다는 것은 음악가이기도 한 나에게무척 편안하고, 또 의미 있는 경험이었다. - P8

놀이터 벤치에 앉아 있는데 한 손에 깁스를 한 할머니가다가와 정중하게 자신의 손톱을 깎아줄 수 있는지 부탁해왔다는 글을 SNS에서 읽었다. 글쓴이는 흔쾌히 손톱을 깎아드렸고 답례로 행주와 율무차를 받았다고 했다. 요즘 이런 글에 유난히 울컥한다. - P21

‘반드시 내가 해야만 해‘라는 말은 주인공의 말이라고생각한다. 그래서 사랑을 할 때 우리는 ‘당신이 아니면 안된다‘라는 말을 한다. 사랑을 할 때 세계의 주인공은 ‘나‘와내가 택한 ‘당신‘이므로, - P33

나는 침대에 누운 채로 그의 목소리를 들으며 어쩌면
‘~인 것 같다‘는 말도 정직함과 정확함이라는 미덕을 포기하지 않으려는 태도 속에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들었다. - P47

이런 애매모호함의 영역을 맡고 있는 모든 표현이 새삼소중하게 여겨진다. 뭔가 왠지 좀 막 그냥・・・・・・.
그것은 인간 소통의 연골 같은 역할을 해주는 것만 같다. 뼈처럼 확실하고 분명한 말들이 중요한 세상이지만 그런 말들은 연골과 함께 비로소 굴곡하며 다른 뼈들과 같이움직이는 일이 가능해진다. 멀리까지 달려나갈 수도 있고말이다. - P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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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에 살고 죽고 - 치열하고도 즐거운 번역 라이프, 개정판
권남희 지음 / 마음산책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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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맛있는 귤처럼 술술 먹게 되는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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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령의 마음으로
임선우 지음 / 민음사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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꺼지지 않는 난로처럼, 녹지 않는 얼음처럼 따듯하고 아름답고 단단한 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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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화석은 둥글고, 어떤 화석은 길쭉했다. - P118

후지와라 신야라는 사람이 쓴 『인도방랑』이란 책이 있어. 읽어본적 있어?"
그의 눈을 보며 정미가 말했다. 다들 고개를 저었다. - P119

명준이 찾아간 곳은 젊은 의사가 원장으로 있는 오피스가의 작은 병원이었다. 안으로 들어가니 보톡스 등의 미용 시술 가격표와여러 할인 이벤트에 관한 설명이 붙어 있었다. - P131

그 여름, 우리는 거의 매일 만나 술을 마셨지. 메일을 읽고 명준은 제일 먼저 그런 문장을 떠올렸다. 대학 동아리에서 가을 정기 공연 무대에 올릴 연극으로 셰익스피어의 <안토니와 클레오파트라>를 준비할 때였다. - P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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