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육들이 포기하지 않는 거예요. 노력하면 될 것 같으니까‘
‘근육들이 포기하지 않는 거예요. 노력하면 될 것 같으니까‘ - P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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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하도 만져서 반질반질해진 당나귀가 맨 밑에있고 그 위에 개가 있고 개 위에 고양이가 있고 고양이 위에 닭이 서 있는 그 모습을 나도 모르게 내 일대를 징징거리는 아이가 되어 돌아다닐 때, 그때마다 이 이야기에 손을 뻗는다. 고양이에게 내 멋대로 대사를 쥐여주고, 당나귀에게 내 멋대로 악기를 들려주고, 도적들에게도 사연을입혀준다. 내가 나에게 그렇게 동화를 읽어주고 있으면 어느새 징징이는 잠이 든다. - P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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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 가장 많은 것. 단연 책이다. 다른 건 몰라도 책을살 때에는 본능만 있다. 지출을 좀 아껴야 한다는 생각, 책장에 꽂을 곳이 없어 바닥에 쌓아두기 시작한 책들이 집안에서의 생활에 잔잔한 불편함을 준다는 생각, 그 외에할 수 있는 모든 생각을 책을 살 때에는 하지 않는다. 아니,
한다. 다만 그 생각에 조금도 귀 기울이지 않을 뿐. - P127

벌은 춤을 춘다. 꿀을 발견하고 위치를 알릴 때 벌은 춤을 추며 말한다. 그렇게 꿀을 채집하며 옮기는 꽃가루 덕에 내가 먹는 과일과 야채가 존재하고 있다는 것을 안다.
고맙다고 말하고 싶다. 어떻게 춤을 추어야 할까. - P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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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어나요. 나랑 같이 나가.
할머니가 한번 더 소리쳤다. 그제야 경은 정신을 차리고 허겁지겁 상영관을 빠져나갔다. 문을 열자 빛이 쏟아졌고 경은 눈을 찌푸렸다. - P58

결말까지 보고 싶지 않아서요.
왜요? - P59

영화의 결말은 생각보다 밝았다. 경은 할머니의 입가를 바라보았다. 웃지 않아도 웃는 것 같은 얼굴 기분이 한결 나아졌다. - P60

각자의 지정석에 앉아 영화를 감상하던 두 사람이 같은 열에 앉게 된 건 그 이후부터였다. 이목씨는 경을 동등한 존재로 대했다.
경어를 썼고, 경이 모르는 부분이 있다 해서 면박을 주거나 모멸을 느끼게 하지 않았다. - P69

그날 경이 한 말의 일부는 이목씨와 함께 본 어느 영화에서 가져온 것이었다. 아버지의 표정이 점차 굳어가고 뒤틀리는 것을 지켜보며, 차오르는 공포와 불안을 견디며 경은 영화에서 본 대사들을 짜깁기해 더듬더듬 뱉었다. 초연을 올리는 배우처럼 서툴지만,
담대하게. 비록 지금은 영화 속 대사를 차용하지만, 언젠가는 자신의 대사만으로 충분할 날도 올 거라 여기며. - P85

경은 어떤 삶을 살아가고 싶어요? - P88

나는 이제 살아내지 않고, 살아가고 싶어요. 견디지 않고 받아들이면서경은 어떤 삶을 살아가고 싶어요? 이목씨의 질문에 대한 답을경은 여전히 내리지 못하고 있었다. 만일 내린다 하더라도 그녀에게 그 답을 전하지는 못할 것 같았다. 그렇게 빈번히 만났으면서도 서로 연락처 하나 주고받지 않았으니까. 우습게도 그랬다. 한동안 화양극장 주변을 서성이다 경은 천천히 골목을 빠져나왔다. - P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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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장은 낡은 군복을 입고 담배를 문 채로 그냥 대충 타면된다고 했다 두려운 게 없으면 함부로 대한다 망해가는 유원지는 이제 될 대로 되라고 배를 하늘 끝까지 밀어올렸다 - P63

그런 나라에서는 오렌지가 잘 익을 것이다 - P64

빛나는 여자, 선 채로 눈감은 슬픈 저 여자대성은 지장보살을 가리키면서 이곳의 공기를 깊숙이 들이마셨다 - P67

손 내밀면 확고한 형태로 있을 거예요수천 년을 건너온 은행나무처럼 - P69

나는 너의 등에 귀를 대고서일본식 소책자라도 읽는 것처럼왼편의 풍경이 오른쪽 어깨로 넘어가는 걸가만히 지켜만 보는 것인데 - P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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