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에게 사랑을 베풀고 마음을 썼던 사람.
하지만 무엇보다 무한하고 온전한 관심과 사랑을 받고 싶었던 사람. - P85

가난한 친구의 투병을 내 가난 속에서 지켜보며 서로의 가난과 고통을 이야기했어야 한 걸까. 아니면 친구와 멀리 떨어져 죽도록 일하고, 그가 조금이라도 편안한투병생활을 할 수 있게 돈을 보내는 것이 맞았던 걸까. - P94

내년에 나는 언니와 같은 나이인 서른여덟이 된다.
후년에는 언니보다 한 살 더 나이를 먹는다.
언니보다 언니가 된다. - P99

"모르겠어, 머리가 멍해서………… 나 호구병 걸렸나봐." - P118

긴 이야기 읽어줘서 고맙습니다.
-이슬 - P123

나는 감정적이지 못한 사람이구나.
나는 몸과 분리되어 있구나.
무언가를 열망하는 게 무척 어색한 사람이구나.
겁이 나는구나.
겁이 많아지니 그 누구도 믿질 못하는구나.
그럼에도 끝없이 외롭구나. - P149

그들이 욕망하는 것이 나 자신이 아니라 ‘젊은 여성‘이라는 것을 자주 느꼈다. 가끔은 누군가의 욕망의 대상이 되는 게 재미있었고 신기했다. 하지만 젊은 여성에게는 어떻게 해도 ‘권위‘라는 게 생기질 않았다. 내가 원한 것은 힘인데, 권위인데, 존엄성이었는데. - P157

고양이 오줌 냄새는 너무 강해서 어떻게 해도완전히 사라지지 않네요.
벌써부터 이 차와 이별할 수 있을지 무서워요.
이 차는 제 차가 아니라 언니 차이기 때문이에요. - P168

그 한 문장 한 문장에 기대 내 생명을 조금씩 조금씩연장해왔다. 하지만 이것들 없이도 살 수 있어야 했다.
살아가야만 했다. 버린 편지들 사이로 10년 전쯤의 연인이었던 I의 엽서가 눈에 띄었다. - P175

이 이야기를 공유하고 싶지 않다는 마음으로 수많은 말을 쏟아내면서. 그래도 혹시 나중에 누군가가 읽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면서, 아니면 갑자기이 모든 게 사라질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면서. 오늘을 살아간다. 38년 차 여성으로서, 새벽 2시를. - P1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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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단편의 주요 공간인 헬스장과 카페에는 거울이 있거나 타인의 시선이 있어 어디서라도 그들은 비춰진다. 순수함, 친절함, 알게 모르게 두 사람 사이로 틈입한 선의는 제외하고 오직 결혼한여자와 한 남자가 앉아 있는 모습만이. 공원이라고 예외는 아니다. "타인에 대한 예의"보다 타인에 대한 오해가 앞선다. 해석이필요한 일에 적극적인 설명이 필요해지며 해석과 설명 사이는 선의와 오해처럼 멀어 보인다. - P187

이상으로 되돌아가고 싶은 마음과 일상을 지키고 싶은 마음 사이. 그래서 이 해석할 수 없는 엽서는 버릴 수 없다. ‘빈티지 엽서라는, 수신자와 발신자, 타인과 연결된 얇고 납작한 사물이 바로그 점을 상징하는 것만 같기에. - P188

바로 같은 날, 그들 중 두 명이예루살렘에서 60스타디온 떨어진 마을로 향하고 있었다.
그 마을의 이름은 엠마오이다.
-누가복음 24장 13절 - P1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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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만을 따돌린 채로나는 걷잡을 수 없이 자라는 중이겠지. - P43

그렇지만 뜨고 싶지 않은 눈을 뜬 날에도키스를 받고 싶다. - P44

한 개의 눈을 미리 뜨고약간의 사람이 되는 건 옳지 않은 일. - P45

누구니, 라고 묻는다면나야, 라고 대답할 것. - P53

도로에서 죽은 사람의 하얀 자세가오랫동안 차에 밟히고또 오랫동안 비를 맞는다. - P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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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말이 글을 죽기 살기로 읽어주세요 - P7

베란다에서는 종종 커다란 우산을 펼쳐놓고 그 안에들어가 있었다. 숨을 곳이 필요했지만, 숨을 곳이 없었다. 눈을 떴다 감을 때까지 누군가와 함께 있어야 했다. 몸에는 긴장감이 하염없이 흘렀다. - P16

끝없는 혼잣말이었던 소리가 언제부터 노래가 되었는지는 모르겠다. - P22

엄마는 세 차례에 걸친 자신의 재생산 경험을 ‘생각없는 20대 엄마‘들의 문제로 간단하게 치부해버렸다.
무척 치사한 대답이었다. - P27

그렇게 집안에서 나를 아주 미친년으로 만들어버린 거야. 내 체면은 먹칠이 되고, 치료도 더 못 받고...... 엄마한테 배신감을 많이 느꼈지. 그다음엔 그냥 대학교도서관에서 살다시피 했어. 어떻게든 혼자 헤쳐나가보려고. - P37

산에 가지 못하게 된 엄마는 답답했는지 어느 날부터 안방 장롱 속에서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다. - P41

가부장제와 남아선호사상에 물든 대가족 집안에서태어난 우리 엄마 김경형의 ‘미친년 인생‘은 엄마 탓이 아니다. 엄마 탓은 아니지만 엄마가 미친년이 될 수밖에 없었던 그 잔혹한 굴레 속에서 나 또한 미친년으로 자라났다. 그나마 나는 내 이야기를 세상에 꺼낼 수있는 미친년이라 다행이다. 하지만 나뿐 아니라 엄마의 미친년 역사도 무척 소중하기에 세상에 널리 알리고 싶다. - P51

책은 우리집의 일부였고 쓰레기였고, 동시에돈이었다. 무기였고 가구였고 희망이었다. - P60

엄마 아빠는 한 번도 보러 오지 않았고 초대한 적도 없다. 엄마와 아빠가 인터넷을 통해 내 활동을외울 정도로 보고 있다는 것은 알고 있다. - P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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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적 이상과 현실의 차이는 무서우리만치 냉혹하고크며, 다양한 주파수를 지니고 있다. 이슬람과 그리스도 신앙전통의 이상은 고귀하고, 아름답고, 평화롭고, 지극히 거룩하다. 그러나 그 전통에서 살아 숨 쉰 신앙인이 만든 현실은 이상과 동떨어져 온전하지 못하다. 생각이 여기까지 이르면 신앙인이 해야 할 일이 의외로 단순 명백하다. 역사적 사실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자! - P17

1979년 12월 24일 소련이 친소 공산정권을 수호하기 위해 아프가니스탄에 병력을 증파하면서 시작된 이른바 아프가니스탄 전쟁은 현대 세계에 알카에다, IS, 탈레반이라는 괴물을 낳았다. 미국은 소련에 대항하는 반소 무자헤딘(지하드 전사)을 지원했고, 무신론자 소련과 싸우기 위해 전 세계 무슬림전사들이 참전했다. 오사마 빈라덴은 아프가니스탄 밖의 무슬림을 모아 전사로 투입하는 사업을 진행했고, 1988년 아프가니스탄에서 알카에다를 조직했다. 미국은 무자헤딘에게 지대공 스팅어 미사일을 제공해 소련을 곤혹스럽게 만들었다. - P3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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