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어떤 날은 내가 몸이 안 좋아서 중국집에서 완탕 수프를 테이크아웃해 집에 가고 있는데 그가 반대편에서 오고 있는 게 아닌가. 추레한 모습을 보여줄 수 없어 뒤돌아서 먼 길로 돌아갔다. - P175
난 디제이 티모시와는 더 이상 연락하는 사이가 아니지만, 그날 나를 집까지 바래다준 로니의 인스타는지금도 팔로우하고 있다. 그리고 어딜 가든지 벽화를그리는 사람들에 대해서는 되도록이면 좋게 생각하려는 편이다. - P178
우리 가족의 비공식 가훈, ‘잘난 척하지 맙시다. - P181
그 동생의 예언은 3년 뒤 비가 많이 오던 여름날에현실이 되었다. 마치 진흙 산사태가 나듯이 통제 불가하고, 걷잡을 수 없고, 앞뒤 가리지 못하고 그야말로 속수무책으로 사랑에 빠졌던 것이다. - P183
*말이란 말은 다 하는 것이 엄마의 반응이었다. 반면아빠의 반응은 아무 말 없이 평소 많이 마시지도 않던술을 마시는 거였다. 명목상으로는 연말연시라 술자리가 많다는 것이 핑계였지만 취할 대로 취한 채 귀가해나와는 한 마디 할 일 없이 방으로 직행하기 위해서였다. 아직은 그것 말고 아무것도 할 수 없었던 아빠의 방식이었을 것이다. - P192
그랬더니 부산 남자는 크게 당황해했다. "아, 너무 솔직하시네요. 뭐죠? 고백하지도 않았는데 차인 것 같은 이 기분은…………" "근데 동생도 비슷한 생각이지 않아요?" "네, 사실 그래요." - P198
왜냐하면 나는 잘 알고 있다. 너의 외로움도 내외로움처럼 이름이 없다는 것을. 연애를 못 해서인지, 친구가 필요해서인지, 권리가 침해당해서인지, 존재가 지워져서인지. 하나로 설명할 수 없는 그런 외로움. 그런외로움은 몰아낼 것이 아니라 우리끼리만 아는 적당한이름을 붙여주고, 가까이에서 길들일 일이라는 것을. - P199
단골 떡집에서 와서 단골 바에 저녁 8시에 들렀다가 이제 단골 포장마차로 향하는 그들. 그들이 단골 삼는 곳은 그곳이 칵테일 바인지 마을회관인지 분간할 필요가없어서 좋다. B와 나는 단골이라고까지 할 수는 없지만반단골쯤이라고는 부를 수 있을 것 같은 사이가 됐다. - P212
연애와 술에 대해 글을 쓰게 됐다고 하니 지호가 그랬다. "웃겨, 니가 뭘 안다고 연애와 술로 책을 쓰니?" - P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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