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능 꼭 한국인추룩 생경짐기도 물에 시쳐 먹고 국시도 못먹네이………… - P147
마을 어귀는 고요했다. 초입에 고씨 성을 가진 팔촌이 살았는데, 그 집 앞에 트랙터가 세워져 있는 것을 보고 아버지가 들어가인사드리자는 것을 겨우 말렸다. 제주 고씨 군자 마을의 노인들은 대부분 ‘고씨 삼춘‘으로 불렸다. 볼레낭 집 고씨 삼춘, 도세기키우는 고씨 삼춘, 갈치 배 타는 고씨 삼춘, 교장 하시던 고씨 삼춘……… 우리 아버지는 박사 똘둔 고씨 삼춘이었고, 당숙은 (마을사람들끼리의 은어였지만) 재혼한 고씨 삼춘이었다. - P151
기럼 저거이 누구 묘입니까? 누게 묘긴 다 헛묘여, 헛묘. 헛묘…………가 뭐입니까? 게나네, 시체가 어성 임시로 맹긴 묘 것이 헛묘. - P152
아버지, 이걸 어떻게 마셔요. 마루에 앉아 손부채질을 하는 삼촌과 그 옆에 멋쩍게 앉아 있는재종숙 부부를 힐끗대며 아버지는 주술 외듯, 최면 걸듯 중얼댔다. 우리집 술은 괜찮다. 문제어서. - P157
삼춘, 야이가 거 어떻합니까. 이는 박사 아니라, 박사 - P163
부군은 연거푸 술을 들이켠 뒤, 떠듬떠듬 사정을 설명했다. - P165
그때까지도 나는 알지 못했다. 부군이 삼촌과 아버지를 향해 무릎까지 꿇을 줄, 부인이 그 곁에서 서툰 한국어로 형님, 조카 불러가며 빌게 될 줄, 삼촌이 노발대발하며 기어이 고야가 든 잔을엎는 순간, 아버지가 이때까지 마신 술을 전부 게워낼 줄을. - P168
차창 밖을 내다보았다. 그렇게 많은 일이 있었는데도 여전히 한낮이었다. - P171
오수는 기록할 사람이 필요하다고 했다. - P175
괜찮다 괜찮아. 또 좋지 못한 꿈을 꿔서…………그는 목에 인공후두기를 달고 있었다. 그래서인지 말을 할 때마다 성대에서 묘한 기계음이 났다. 나도 모르게 뒷걸음질이 쳐졌다. 한 세기를 살아온 사람. 그때까지 나는 그렇게 오래 산 사람을 만나본 적이 없었다. 그런 사람과 마주하고 있다는 것이 그저 두려운 일처럼 여겨졌다. - P181
말은 그렇게 했지만, 그 역시도 실크 원단의 아르마니 셔츠를입고 있었다. 주위를 살피며 재킷을 벗은 뒤, 흰 와이셔츠 차림으로 그들 사이에 끼었다. 그제야 마음이 놓였다. - P186
암, 자네가 전문가인데 믿고 맡겨야지. 그저 솔직하게만 말해주게. - P197
영식 삼촌에게서 카톡이 왔다. -두루 잘 사냐? - P211
너 슈바인스학세 먹어봤냐? 난 이번에 처음알았다. 대한민국엔 정말 배달 안 되는 음식이 없더라. - P216
이쁘네. 그지? 눈동자가 맑은 게 까풀도 지고. 할아버지는 현진과 내게도 사진을 보여주었다. 손주 사진이라도 보여주는 줄 알았더니 웬 송아지가 가는 다리로 엉거주춤 서있었다. - P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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