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이건 어디까지나 나의 개인적 추측에 지나지 않지만, 서로 말은 하지 않아도 우리아버지가 주지의 자리를 잇는 것이 가장 타당하지 않을까 하는 애매모호한 총의가 또는 가족 전체의 막연한 기대가 주변에 있지 않았나싶다. - P29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낙서에서 이야기로, 일기에서 편지로. 고백에서 함성으로 그림에서 문장으로 산책에서 여행으로 비명에서 음악으로, 혼잣말에서 귓속말로. 새벽에서 아침으로 끝에서 시작으로, - P8

그렇게 조금씩 달라진 것들이 더 좋아졌다고 자신할수 있습니까? 라고 누군가 물었을 때 소설에게 물어보세요, 라고 답할 수 있는 여유와 유머가 내게도 생겼으면. - P9

이제 더는 소설이 좋다느니 소설을 계속 쓰겠다느니 같은 다짐과 결심은 하지 않을 테다. 다짐 없이도 살고 결심하지 않고도 쓰는 이 삶이내게 읽을 것과 쓸 것을 계속 줄 것을 알고 있으니까. - P9

손님이 없는 한가한 수요일 오전 11시, 신 씨가 좋아하는 시간이다. 채널을 돌려 동물을 보며 고구마와 삶은 계란을 먹었다. - P17

"돈 주고 때 밀어본 적 한 번도 없지?"
소년은 고개를 돌리고 가만히 있었다. 신 씨는 알았다. - P21

. ‘이러려고 그동안 그렇게 열심히때를 밀었구나‘ 생각했다가 ‘이러려고 내가 열심히 때를미는 거지‘ 고쳐서 생각했다. - P29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안미옥 시의 반복과 계속은 과격함을 지양하는 방식을 추구한다. 이를테면 "잠의 호흡"처럼, 여름 하늘과 대지에서서서히 부풀며 생겨났다 사라지는 것들처럼. - P130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내가 뭘 잘못했는데. 무책임하게 멋대로 뒈져버린 건너잖아. 내가 잘못했다고 생각해?" - P79

"죽어도 끝나는 거 없어. 사라지는 것도 없고. 나도 안 사라져. 나를 생각하는 사람이 있는 한 어디도 갈 수 없더라고, 형이 나 생각하면 나는 형 옆에 계속 있게 되는 거야.
몸 없이 사는 거. 영혼이 되는 거. 자유로운 거 절대 아니야. 그러니까 형. 내 생각 좀 그만해. 아니, 하더라도 다른생각 좀 해. 좋았던 것들도 있잖아." - P80

눈을 떴다. 눈앞에 닥터. 눈을 감는다. 닥터의 목소리. 나는 말한다. 제발 좀 내버려둬. 차분한 닥터의 목소리. 선생님. 진정하세요. 진정하라고? 나는 입을 꾹 다물고 얼굴 근육을 부들부들 떨며 그에게 차가운 감정을 내비친다. - P84

비 내리는 새벽의 편의점. 한 사람이 안으로 들어왔다.
위아래로 회색 트레이닝복을 입고 갈색 모자를 쓴 남자였다. 점원은 게임을 하다 말고 어서오세요, 라고 중얼거리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모자는 편의점을 한 바퀴, 두 바퀴,
천천히 거닐었다. 점원은 하품을 하며 창밖을 봤다. - P92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문제는 부족한 돈이었다. - P15

결혼 후 10년은 전월세로 살았지만 이후 30년은 내 집이었기 때문에 전세로 지내는 상황을 견디기가 쉽지 않았다. 누구도 ‘왜 그 나이에 아직도 전세야?‘라고 묻지 않았으나 매일 추궁당하는 것 같았다. - P16

그러거나 말거나 난 내 스타일대로 살아갔다. ‘늙은 당신이나 잘 하세요.‘ 남편과는 불과 네 살 차이였지만 나와 달리 남편은 지하철을 공짜로 타는 걸 자랑스러워하는 국가공인 노인이었다. - P17

‘이곳은 실버아파트라 언제 비상사태가 생길지 모르므로 소방차 구역에 주차를 하는 것은 불법이나 이미 사다리를 장착했으니 신속하게 이사하시고…………‘ - P21

40년 결혼 생활을 하며 이사를 숱하게 했고 그 대부분이 아파트였지만 이렇게 모르는 이웃이 쑥 들어온 경우는처음이었다. 더욱이 그 당당함이라니. 나는 마치 집주인 앞에선 세입자 같았다. - P23

언제부터인지 오래되고 낯설어진 문장.
우리집에 놀러 와. - P25

아버지도 그랬다. 점심 이후엔 잠시 주무시고 저녁 이후에도 잠시 주무셨다. 그리고 밤엔 잘 안 주무셨다. 아무 때나 주무시고 아무 때나 깨어 계셨다. 아버지는 혼자 남은 삶을 지루해하시며 밤낮을 당신 맘대로 사시다가 밤도 낮도아닌 이른 저녁에 돌아가셨다. - P29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