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후 10년은 전월세로 살았지만 이후 30년은 내 집이었기 때문에 전세로 지내는 상황을 견디기가 쉽지 않았다. 누구도 ‘왜 그 나이에 아직도 전세야?‘라고 묻지 않았으나 매일 추궁당하는 것 같았다. - P16
그러거나 말거나 난 내 스타일대로 살아갔다. ‘늙은 당신이나 잘 하세요.‘ 남편과는 불과 네 살 차이였지만 나와 달리 남편은 지하철을 공짜로 타는 걸 자랑스러워하는 국가공인 노인이었다. - P17
‘이곳은 실버아파트라 언제 비상사태가 생길지 모르므로 소방차 구역에 주차를 하는 것은 불법이나 이미 사다리를 장착했으니 신속하게 이사하시고…………‘ - P21
40년 결혼 생활을 하며 이사를 숱하게 했고 그 대부분이 아파트였지만 이렇게 모르는 이웃이 쑥 들어온 경우는처음이었다. 더욱이 그 당당함이라니. 나는 마치 집주인 앞에선 세입자 같았다. - P23
언제부터인지 오래되고 낯설어진 문장. 우리집에 놀러 와. - P25
아버지도 그랬다. 점심 이후엔 잠시 주무시고 저녁 이후에도 잠시 주무셨다. 그리고 밤엔 잘 안 주무셨다. 아무 때나 주무시고 아무 때나 깨어 계셨다. 아버지는 혼자 남은 삶을 지루해하시며 밤낮을 당신 맘대로 사시다가 밤도 낮도아닌 이른 저녁에 돌아가셨다. - P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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