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도 앞집 주인을 봤지만 역시 뒷모습뿐이었다고 했다. 그러고 보니 나도 골프 가방을 끌고 다니는 키 큰 여인을복도 끝에서나 멀리서 몇 번 본 기억이 났다. 어쨌거나 우리처럼 집에만 있는 분은 아니었다. - P39

기척이 나서 소파를 보니 정신을 차린 남편이 다시 책을 끌어다 보는데 그 모습이 새삼스러웠다. - P45

당연히 승리한 식당은 설문 결과를 밝히는 대자보를 붙였다. 사족을 달아서.
‘7,000원으로 하자는 입주민도 있었으나 6,000원 쪽이좀 더 많아서 이리 결정하게 되었음을 알려드립니다.‘ - P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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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우리는 모두 죽을 거야."
아빠가 말했다. 이제 우리에게 남은 희망은 그것뿐이었다. - P11

"당신처럼 생각하던 밤이 내게도 있었소. 그 밤 역시 두번째밤이었소. 그때 노인이 내게 말했다. 자신이 어렸을 때, 이와똑같은 전쟁이 있었다고. 그래서 더 슬프다며 노인은 울었소.
그 노인의 마음이 지금 내 마음이오." - P12

기억나니? 언젠가 두 개의 태풍이 동시에 올라오던 여름을. - P17

• 내가 외로울 때,
상관없는 사람은 몰라.
내가 외로울 때,
친구들은 웃어.
이 쿠모 - P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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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감 시간만 다가오면 현장은 전쟁터가 된다. 로켓배송, 당일배송을 내세우는 곳이라 물량이 쏟아져 나와도 시간 안에 다 쳐내야 해서 압박이상당하다. 정기 배송이나 제품 행사라도 하는 날이면 제품들이 마구 날아다닌다. "6·25 때 날리는 난리도 아니여", "1·4후퇴는 별것도 아니여"가 딱 어울리는 상황이 되어버린다. - P156

아직 살아갈 남은 날들이 많은데 내 몸이 과연 버텨줄까 싶긴 하다.
천천히 일하려 해도 마감 때가 다가오면 아픈 줄 모르고 빨리 하게 된다. 먼저 일하던 언니들과 이모들은 근골격계 질환을 직업병이 아니라고질병처럼 여긴다. 아프면서도 사회 구성원으로서 자기 일에 책임을다하는 이 사람들이 더 나은 삶을 살아가는 것은 불가능한 일일까? - P157

포장할 때 사용하는 컴퓨터 모니터 상단에는 ‘메시지 없음‘이라는직사각형의 칸이 있다. 처음엔 그게 뭔지 몰랐다. 그런데 어느 날 관리자가 찾아와 "무슨 일 있어요? 왜 속도가 느려요?" 하면서 압박을 했다. 현장 상황을 수시로 감시하고 있었던 것이다. 모니터의 ‘메시지 없음‘은 원래 자신이 하는 업무의 속도나 양을 표시하는 창이었다고 한다. 그런데 대구 쿠팡센터에서 일하다 사망한 고 장덕준님 사건 이후그 창은 더 이상 작동하지 않게 되었다고 한다. 그래서 사람들은 업무성과나 속도에 대한 압박은 줄었다고 생각했다. 누군가의 죽음이 현장의 숨통을 조금 트여놨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아니었다. 작업자들 컴퓨터에만 표시되지 않을 뿐 관리자들의 컴퓨터에는 누가 얼마나 했는지다 기록되고 있었다. 사람이 과로로 죽었으니 겉으로라도 달라진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던 회사의 기만이었다. - P158

사회의 변화를 막을 수는 없다. 로켓배송을 통해 필요한 물품이 문앞에 놓이는 편리함을 이미 알아버렸는데 시대를 거슬러 올라가 굳이
"불편함을 감수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맞지 않다. 다만 내가 누리는 이 편리함들은 누군가의 값진 노동에 의해 누릴 수 있다는 것을 기억하고, 그 값진 노동을 하는 사람들이 좀 더 나은 노동조건과 환경에서 일할 수 있도록 지지와 응원이 필요하다. 열악한 곳에서 일할수록그를 세상의 패배자로 취급하기보다 그 노동의 가치가 내 노동의 가치와 다르지 않다고 생각해주면 노동자들이 조금 더 존중받는 사회가 될수 있지 않을까. 거기서 공정과 평등이 시작되지 않을까. - P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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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는 사람에겐 더 큰 눈물을 선물하고 싶다어느 것이 자신의 것인지 모르게 - P43

경험해보지 않으면 알 수 없는, 이 세계 너머의 세계가 있다. 가령 미끄럼틀을 거꾸로 오르는 성인에게 손을 내미는아이의 순진무구는 힘의 우위를 계산하여 도움과 배려를 결정하는 이 세계의 논리를 한순간 무력하게 만들면서 ‘나‘에게 전에 없던 힘을 발휘하게 한다 - P134

여러 번 읽어도 읽을 때마다 새로운 구절에 눈길과 마음이사로잡히는 시다. - P136

그냥 배울 수는 없고요보고 배워야 가능합니다저는 많이 보고 있어요 - P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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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는 떨리는 눈으로 J를 위아래로 훑어본 뒤 물었다.
"혹시 나를 알지 않소?" - P34

사서와 마주 앉은 P는 놀라운 경험을 하게 된다. 사서가마치 고해성사를 들어주는 신부처럼 느껴졌던 것이다. - P42

그는 두껍고 뿌연 안경을 코끝에 걸치고 구부정한 몸을 느리게 움직여 책이 담긴 수레를 끌며 다가왔다. - P42

"이야기를 소리내어 두 번 읽고 눈을 감으세요. 이야기가 감은 눈 위에 떠 있다고 생각하며 고요히 잠을 청하세요. 그러면 이야기가 눈과 코와 입과 머릿속으로 흡수될 겁니다." - P43

"만약 그때라도 멈췄더라면, 그 계약서를 제대로 읽어봤더라면, 이 지경까지 되지는 않았을지도 모릅니다." - P45

"글쎄요. 답하기 어렵군요. 일단 저는 고통이든 행복이든 끝이 없다는 걸 믿지 않습니다."
"둘 중 하나를 골라야지. 그래야 재미있지. 시시하기 짝이 없는 사람이군." - P46

"그렇지. 나도 그렇게 생각했소. 그렇게 하루 이틀이 지났고 지금은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요…………. 나는 몰랐어요. 사람은 어떤 순간에도 나쁜 것을 찾아낸다는 것을. 아무리 좋아도 지겨워진다는 것을. - P47

"실패한 가수의 실패한 노래 잘 들었습니다." - P55

"취직이라고 하는거로 가치 있는 유물이라는 뜻이다.
쉽게 말리 계곡은 판가뜨리는 것이 아니라 평범한 악기를가지 있는 유물로 만드는 과정인 거울, 고귀하게 재탄생시키는 거지 나는 잘 모르겠지만 에이징된 악기는 소리부터 - P63

펜션은 나쁘지 않았다. 절벽 위 우뚝 선 모습이 근사했고 그 아래로 펼쳐진 풍경에는 아아, 소리가 절로 났다. - P66

해가 지는 군청색 해변, 수평선 너머로 태양이 사라지며서서히 물드는 저녁. 수상한 자가 겨울 바다에서 걸어 나오고 있었다 - P71

그는 감자칩 몇 개를 들어 입에 넣었다. 실제로 감자칩이 사라졌다. 뭐야. 유령이라면서. - P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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