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감 시간만 다가오면 현장은 전쟁터가 된다. 로켓배송, 당일배송을 내세우는 곳이라 물량이 쏟아져 나와도 시간 안에 다 쳐내야 해서 압박이상당하다. 정기 배송이나 제품 행사라도 하는 날이면 제품들이 마구 날아다닌다. "6·25 때 날리는 난리도 아니여", "1·4후퇴는 별것도 아니여"가 딱 어울리는 상황이 되어버린다. - P156

아직 살아갈 남은 날들이 많은데 내 몸이 과연 버텨줄까 싶긴 하다.
천천히 일하려 해도 마감 때가 다가오면 아픈 줄 모르고 빨리 하게 된다. 먼저 일하던 언니들과 이모들은 근골격계 질환을 직업병이 아니라고질병처럼 여긴다. 아프면서도 사회 구성원으로서 자기 일에 책임을다하는 이 사람들이 더 나은 삶을 살아가는 것은 불가능한 일일까? - P157

포장할 때 사용하는 컴퓨터 모니터 상단에는 ‘메시지 없음‘이라는직사각형의 칸이 있다. 처음엔 그게 뭔지 몰랐다. 그런데 어느 날 관리자가 찾아와 "무슨 일 있어요? 왜 속도가 느려요?" 하면서 압박을 했다. 현장 상황을 수시로 감시하고 있었던 것이다. 모니터의 ‘메시지 없음‘은 원래 자신이 하는 업무의 속도나 양을 표시하는 창이었다고 한다. 그런데 대구 쿠팡센터에서 일하다 사망한 고 장덕준님 사건 이후그 창은 더 이상 작동하지 않게 되었다고 한다. 그래서 사람들은 업무성과나 속도에 대한 압박은 줄었다고 생각했다. 누군가의 죽음이 현장의 숨통을 조금 트여놨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아니었다. 작업자들 컴퓨터에만 표시되지 않을 뿐 관리자들의 컴퓨터에는 누가 얼마나 했는지다 기록되고 있었다. 사람이 과로로 죽었으니 겉으로라도 달라진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던 회사의 기만이었다. - P158

사회의 변화를 막을 수는 없다. 로켓배송을 통해 필요한 물품이 문앞에 놓이는 편리함을 이미 알아버렸는데 시대를 거슬러 올라가 굳이
"불편함을 감수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맞지 않다. 다만 내가 누리는 이 편리함들은 누군가의 값진 노동에 의해 누릴 수 있다는 것을 기억하고, 그 값진 노동을 하는 사람들이 좀 더 나은 노동조건과 환경에서 일할 수 있도록 지지와 응원이 필요하다. 열악한 곳에서 일할수록그를 세상의 패배자로 취급하기보다 그 노동의 가치가 내 노동의 가치와 다르지 않다고 생각해주면 노동자들이 조금 더 존중받는 사회가 될수 있지 않을까. 거기서 공정과 평등이 시작되지 않을까. - P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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