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사람들 앞에서 고인 혼자다. 혼이라는 게정말로 있다면, 그는 지금 얼마나 외롭고 무서울까. 이따금 염습실에서 내가 하던 생각이다. - P47

대충 하면 내가 마음이 안 편해요 - P49

"고인 한 명 더 들어왔으면 어떻게 할 뻔했냐고 내가 나중에 한소리 했죠." - P49

"뼈 부러질까봐 몸을 펴주질 못하는 사람들도 있어요. 안 부러져요. 절대로 안 부러지게 만지면 돼요. 관절 꺾이는 곳을 살살문질러주면서 눌러주면 펴져요. 힘준다고 되는 게 아니에요." - P50

"보통 고인들이 많이들 찡그린 채 돌아가세요. 그 상태를 가족들이 보면 좀 그렇잖아요. 얼굴을 펴 드리죠. 고인을 주무시는 것처럼 만들어요. 그게 우리가 하는 일이거든." - P51

"손님 왔다고 입관식도 안 보겠다는 가족도 있어요. 아버지가죽고 어머니가 죽었는데, 3일만이라도 좀 제대로 슬퍼했으면 좋겠어요." - P52

아주 오래전, 사람들은 돌 위에 북두칠성 모양을 새겨 시신을올렸다고 한다. 내 손을 떠난 이의 평온을 별에 빈다. 하늘 가장높은 곳에서 빛나는 별인 북두칠성이 그를 무사히 인도하길 바란다. 그 마음이 지금껏 전해 내려와 장례용품인 칠성판"에 남아 있다. 돌판에 새겼던 일곱 개의 별은 자취를 감췄지만 그래도 여전히 칠성판이라 부르는 납작한 널에 고인의 몸을 누인다. 한지를접어 만든 끈(지매)으로 고인과 칠성판을 한데 묶는다. 그렇게 몸을 반듯하게 해, 수시, 거둔다. - P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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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배들에게 그래요. 돈 보고 무조건 덤벼들지 말라고. 그러다보면 회의감이 들 때가 온다고. 돈 보고 오면 어차피 오래 못 해요." - P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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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배들에게 그래요. 돈 보고 무조건 덤벼들지 말라고. 그러다보면 회의감이 들 때가 온다고. 돈 보고 오면 어차피 오래 못 해요." - P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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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항 안에 손을 넣어 바닥을 이리저리 휘젓는다. - P121

"우리도 흙에서 왔다잖아."
참 재미없는 농담이었다. 설교를 듣다 나온 티를 내는 걸까.
아희가 내 왼쪽 발목을 가리켰다. - P123

연습지에는 이아희, 라는 이름이 또박또박 적혀 있었다. 나는 종이를 받아들었다. 아희의 글은 감정이 그득그득해서 금방이라도 넘칠 것 같았다. 나는 잘 조절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 P125

"뭘 사려고?"
"생리대. 나 양이 많거든." - P125

아희가 돌을 꺼낸 건 우리가 서로의 말을 듣지 않고 동시에말하기 시작했을 때였다.
"돌을 가진 사람만 말할 수 있어. 말이 다 끝날 때까지 들어주기." - P126

그날 수업 시간에 인디언들은 회의를 할 때 막대기를 사용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막대기를 지닌 인디언의 말이 다 끝날 때까지 아무도 중간에 끼어들어서는 안 된다고 했다. - P127

내가 걱정스럽게 묻자 아희는 대답했다.
"그러면 친구끼리 무슨 얘기를 해? 우리 서로 쓰레기통 해주자." - P127

운동화는 아희에게 컸다. 아희 발은 235인데, 할인율이 높아서 245를 골랐단다. 운동장을 가로지를 때도, 매점으로 뛰어갈 때도, 복도를 천천히 걸어갈 때도 들썩거리는 운동화를아희는 거의 끌다시피 했다. 그래도 기분이 좋아 보였다. - P131

학원을 가지 않는 날에는 하굣길에 아희를 만나러 헌책방에들렀다. 언젠가부터 아희는 휴대폰을 들여다보는 대신 책을읽고 있었다. 대부분 죽은 사람들이 쓴, 먼지가 풀풀 날리는낡고 오래된 책을. 내가 온 줄도 모르고 열중하고 있는 날도있었다. 그럴 때면 아희가 영영 그 세계로, 내가 모르는 세계로 가버릴까봐 두려워 아희의 어깨를 평소보다 힘주어 잡았다. - P157

원래는 유해 동물이 아니었던 거야? - P144

아희는 오른쪽 신발을 잃어버리고, 나는 왼쪽 발목에 금이간 채 같이 절룩거리며 걸었던 거리에, 교복을 입어도, 입지않아도 우리를 함부로 대하는 거리에, 우리의 우정과 상처를한없이 가볍게 여기는 그 거리에. 이제는 따뜻하다못해 뜨거워진 돌을 손안에 품고. - P149

나는 다시 그 자리에 멈춘다. 돌을 건네고 들을 준비를 하기위해. - P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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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일까. ‘좋은 죽음‘이라는 말은 있어도 ‘좋은 장례‘라는 말은 찾기 어렵다. 어떤 형식과 내용을 지닌 장례에 ‘좋은‘이라는 수식어를 붙여야 할지조차 합의된 바가 없다. ‘좋은 죽음‘을 두고 목소리가 하나로 모이는 건 거기에 그만큼 구체성이 없다는 뜻인데,
같은 이유로 ‘좋은 장례‘는 앙상한 뼈대조차 그려낼 수 없다. - P31

오늘은 네가 죽지만 내일은 내가 죽을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기차 밖 낯선 길에 고인을 두고 온 것을 슬퍼한다. - P33

모래땅을 파는 사람들 옆에서 관이 묻힐 땅을 파는 사람들. 관을짜고 묘지를 만드는 동안 논밭에 나갈 장정 손 하나가 줄어드는데도 그것이 용인됐다. 의사는 아무나 될 수 없어서 없다지만, 죽음을 다루는 마음이라고 해서 ‘아무나 가질 수 있는 건 아니다. 마을이 있어야 장례가 있고, 마음이 있어야 장례가 치러진다. - P33

하지만 체념하기엔 현실에서도 영화 같은 장면이 눈에 들어왔다. 고인을 홀딱 벗겨놓고 염을 하는 염습실에서, 마지막 가는 길에 입술이 너무 메말랐다며 자신이 쓰던 립밤을 성큼 꺼내 고인의입에 바르는 이가 있었다. 사별자들이 지켜보던 것도 아니었다. - P35

죽음에 대해 물었는데 살아온 이야기를 한다. 그것을 듣는다.
결국 사는 일 가운데서 죽는 일을 들을 수밖에 없다. 그들이 타인의 사별을 지켜보며 하는 노동에서 자신과의 이별을 준비하는 이야기를 듣는다. - P38

돈 버는 일이라고 생각하고 덤벼들기엔 이 일은 만만치 않다.
그야 사람의 죽음을 대하는 일이니. 그렇지만 김영래는 가장 어려운건 가까운 이의 죽음을 겪은 사람을 대하는 일이라고 했다. - P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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