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계기로 초목을 사랑하게 되었냐는 질문을 받았다. 사랑하다니, 그렇게 확고한 감정은 아니다. - P26

첫 번째는 환경이었다. 살던 곳에 어느 정도 초목이 있었다. 두 번째는 가르침이다. 가르침이라는 표현이 다소 거창해 보이지만, 어쨌든 부모님이 가르쳐주었다. 세 번째는 나의 질투심이다. 질투를 계기로, 꽃과 나무의 모습이 시각을 자극하게 되었다. - P27

환경도 부모님의 가르침도 초목과인연을 맺게 된 계기이기는 하지만, 언니를 향한 질투가 그 계기를 더욱 굳게 다져주었기 때문에 상당히 꺼림칙하다. - P29

나는 아버지의 그런 지시가 아주 재미있었다. - P31

그렇다면 아버지는 그 글을 쓴 1898년 이전에 어딘가에서 등꽃을 보고는 하늘에도 닿지않고 땅에도 닿지 않는 공중을 떠도는 기분, 생각을하는 것도 하지 않는 것도 아닌 묘한 들뜬 기분을 음미했다고 추측할 수 있다. - P34

평생 한쪽으로 기운 채 살아갈 편백나무의 높은우듬지에 무성하게 달린 가느다란 잎이 바람에 살랑살랑 흔들렸다. 그 작은 흔들림에도 기울어진 구간어딘가는 인내를 요구받고 균형을 잡으려 애쓰고 있을 것이다. 나무는 말을 하지 않고 살아간다. 몸이 기울어도 아무 말 하지 않는다.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안타까웠다. - P57

햇빛을 받지 못하던 나무가 이 기회를 놓칠 리 없다. 이인자로서 위로 곧게 자라나는 것보다 햇빛과공간을 쟁취하려고 한쪽으로 기우는 게 당연하다. - P60

"그렇게까지 폄훼할 필요는 없잖아요? 극심한 고통을 참으며 버텼는데 성가시다느니 쓸모없다느니왜 그렇게 차갑게 말하는 거예요? 나무의 처지에서생각해보세요. 서럽고 분해서 눈물이 날 거예요." - P61

"이제 알았지요? 굽은 나무는 이래요. 그래서 성깔이 나쁜 겁니다." - P72

야쿠 삼나무란 야쿠섬에 자라는 모든 삼나무를지칭하는 말이 아니다. 수령 천 년 이상의 삼나무에만 해당되는 말이다. 천 년 미만은 ‘어린 삼나무‘
라고 부른다. 천 년을 기준으로 야쿠 삼나무와 어린 삼나무로 나눈다니 정말이지 엄격한 기준이다. - P77

인간에게 짓밟혀 껍질이 빨갛게 벗겨진 상태로 비에 젖은 투망형 뿌리를 보다가 나무는 평생거주지를 바꾸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었다. 태어난 곳에서 죽을 때까지 한자리에서 살아가겠노라는 의지가 가장 강한 존재는 뿌리임이 틀림없다. - P81

그래서 바람이 다시 한번 비를 데리고 오기를 기다렸다. 그리고 선물은 비라기보다는 하오리(기모노위에 걸치는 짧은 겉옷- 옮긴이)에 빗대 생각했다. - P83

야쿠 삼나무는 대체로 줄기 표면이 울룩불룩, 울퉁불퉁하지만 조몬 삼나무는 그 경향이 특히 심해서 줄기 전체가 크고 작은 혹들로 잔뜩 뒤덮여 있다. - P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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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소득 없는 하루였지만 왠지 흥겨운 감정이 나를 들뜨게 했다.
그날 나는 멈췄던 글쓰기를 다시 시작했다.
여태껏 과거의 이야기를 했다면 앞으로는 현재와 미래의 이야기를써보고 싶어졌다.

창으로 들이치는 가을을 감상한다. 바람은 서늘한 입술처럼 슬쩍내 뺨에 입을 맞추고 푸스스 흩어져버린다. 늙은 까마귀가 쇳소리로 칵칵 가래 뱉는 소리를 내며 날아간다. 도시 냄새가 밀려온다.
매연과 먼지와 마른 풀 냄새가 담배 연기처럼 매캐하다. 부르튼 입술을 손가락으로 쓸며 지나간 계절을 그리워했다. - P117

"나는 예뻐지기 위해 미용 시술을 받고 있다고 생각했어요. 근데 그게 아닌 것 같아요. 내가 진정 원했던 건 기분 전환이었나 봐요" - P119

창을 닫고 책상 앞에 앉았다. 습관처럼 콧등에 새로 생긴 가짜연골을 만져보고 글쓰기를 시작한다. 허무와 고독을 밀어낸 건아무도 눈치채지 못하는 필러 1cc였다. - P123

나는 내게 커피가 전달될 때까지의 과정을 바 앞에서 함께했다. 내 주문 번호가 불렸다. 커피를 받아 든 나는 그리움의 향기를맡고 추억 한 모금을 입안에 머금었다. - P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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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츠제럴드는 결혼 소식을 친구들에게 이렇게 편지로 알렸다. - P123

깨어나라! 저 동쪽 언덕 뒤의 해가별들의 시간을 밤에서 몰아냈으니.
그리고 하늘의 들로 솟으며술탄의 성탑을 빛살로 친다. - P133

한 학생이 손을 들고 직역에 가까운 첫 번째 번역에서 문학성이 좀 더 느껴지지 않느냐고 물었다. 충격이었다. 어떻게기계가 나보다 더 문학적이지? - P97

이 광기에는 번역을 처방한다 - P95

번역가가 빠질 수 있는 함정이 몇 가지 있다. 횔덜린처럼 원문을 손실 없이 옮기려 하다가 심연으로 가라앉아버린다. - P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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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짧게 날지도 않는다. 산만하고 무질서하게 이 자리에 있는 것은 없다. 날것 그대로의 희고 따뜻한 알을 발견한다. 모든 것이 끝났다는 정착감이 든다. - P31

내가 마지막으로 팔았던 책은 알베르투의 시집. 알베르투는 시가 자신이 혼자 있는 방식이라고 했지. 수십 개의 필명을 가졌던 시인. 그는 자신을 타이르다가 그렇게 많은 사람이 되었을까. - P32

시인이 관심을 보인다, 인사만 할 거면서. - P35

한 사람이 서 있다나를 보며 웃는 사람을 오늘 처음 본다 - P36

따뜻하고 이국적인 음식을 나눠 먹으면우리는 더 먼 나라로 여행하는 기분이 들 테지 - P36

아까 그 노래 제목은미아 퍼 셈프레너는 영원히 나의 것그런 뜻입니다 - P38

그곳에서 그는 재킷 없는 음반을 다루듯조심스럽게 프라이팬을 닦을 것 같다 - P39

의자가 많은 식당처럼 적적한 마음에모르는 노래가 부서진다 - P40

피도 지구처럼 일정한 방향으로 돈다몸속의 피는 지구 세 바퀴 넘는 거리의 혈관을 순환한다이것은 일반적인 상식이라고 한다 - P42

북극여우도 살지 않는 설원에서 길은 끝나고 심장과 마음을 잇는 선이 사라질 즈음나에게서 가장 멀리 떠나온 거기에서그 극지의 눈보라 속에서 너에게 미래를 부칠 수 있다면 - P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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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츠제럴드는 루바이야트]를 번역하면서 코웰과 계속편지를 주고받으며 페르시아어 문구를 어떻게 해석할지 상의했다. 이 원고는 코웰과 피츠제럴드를 이어주는 끈이었고, 코웰과 협업으로 탄생한 두 사람 사이의 (적어도 피츠제럴드 입장에서는) 사랑의 결실이었다. - P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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